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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중소형 가치주에 관심 둘 만

[증시 맥짚기] 중소형 가치주에 관심 둘 만

주가 상승 마무리되며 주도주 교체 예상… 코스피 2200선을 넘기 어려울 듯
2018년 4분기 실적 발표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대로 좋지 않았다. 원래 4분기는 일회성 비용이 많이 반영되는 때여서 ‘어닝쇼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그것 말고도 이익 감소가 컸다. 1년 전에 비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 20% 줄어들 정도였다. 2014년 4분기 이후 이어져온 이익 증가 추세가 사실상 마무리된 걸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실적 둔화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소속 기업의 순이익이 12% 정도 증가한 걸로 집계됐다. 5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한 것이다. 문제는 올해인데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8% 정도 줄어들 걸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9월 6.7% 증가할 거란 전망에서 크게 후퇴한 수치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3600개 상장회사 중 30%에 해당하는 기업의 이익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드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의 이익이 줄어든 건 경기가 좋지 않아서다. 지난해 하반기에 국내 경기가 정점을 지났는데, 그 영향이 시차를 두고 기업에 나타난 것이다. 지난 몇년 간 기업 이익은 과거와 다른 모습이었다. 이전에는 2001년과 2010년에 시작된 이익 증가가 2년 만에 끝난 데에서 보듯 실적 증가가 단기에 그쳤었다. 그래서 2000년 31조원으로 출발한 영업이익이 200조원이 되는 과정은 매년 꾸준한 증가보다 2004년, 2010년, 2017년 같이 이익이 한꺼번에 50% 넘게 늘어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이익 증가가 4년이나 이어졌다.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 모두가 좋아진 건데, 이제 우리 기업의 실적이 선진국형으로 바뀐 게 아닌가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선진국 기업은 매년 이익 증가율은 높지 않은 반면 꾸준한 증익을 기록하지만 신흥국은 이익이 늘어나는 기간이 짧고 대신 한번 늘어날 때 증가율이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4년에 걸친 이익 증가 추세 끝나
장기 이익 증가는 끝났다. 몇 년 동안 과거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게 이익이 증가했던 만큼 후유증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익이 다시 증가하려면 이익 구조가 바뀔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2015년에 시작된 이익 증가는 이전 2년에 걸친 구조조정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 덕분에 조선·건설 등의 적자가 줄었고 은행의 이익이 늘어날 수 있었다. 여기에 3년 간의 반도체 호황이 더해지면서 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익이 조금 줄었다 해서 기업이 곧바로 조정 작업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최소 2~3년 연속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져야만 구조조정을 시작할 텐데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다. 구조조정을 여러 차례 진행한 관계로 비용을 추가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도 생각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이익 감소가 최소한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걸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4년은 이례적인 기업 실적을 통해 가능성과 한계가 모두 드러난 기간이었다. 시장에서는 이익 증가가 반도체 덕분이라고 얘기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다른 기업의 이익도 30% 이상 늘었다. 이 때문에 올해 반도체 업종의 이익이 줄더라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익이 늘어날 때 주가에 충분히 오르지 못한 만큼 이익 감소에 따른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익 감소는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했는데 이익이 줄어들 때에는 더 말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1월에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했던 외국인 매수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바뀌었다. 연초 이후 이런 현상이 특히 두드러졌는데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자금이 빠져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과 신흥국으로 들어왔다. 그 덕분에 우리 시장에서도 한달 내내 외국인 매수가 이어졌다. 자금 유입은 주식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주식으로 자금이 들어오더니 올 들어서는 채권으로까지 확대됐다.

그동안은 세계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신흥국으로 자금이 몰린 적이 없었다. 신흥국이 경기 둔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다른 모습이 나온 건 미국의 금리 인상 중단과 달러화 약세 영향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다른 선진국보다 좋고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할 거란 가정 아래 환율이 움직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다른 모습이 나온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를 통해 보면 신흥국의 경기 모멘텀이 선진국보다 좋고,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상을 접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예상했던 것과 다른 움직임이 나온 만큼 이를 가정해 움직인 부분만큼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자금 흐름이 계속될 수는 없다. 미국 경기 이상으로 유럽 등 다른 선진국 경기도 좋지 않다. 유동성을 줄이는 작업을 시작하기는 더 힘들다. 시간이 지나면 선진국 경기 둔화의 영향이 신흥국까지 넘어올 수밖에 없다. 주가까지 높아진 만큼 우호적이었던 수급 상황이 바뀔 수밖에 없다.

기업 이익과 수급의 변화를 감안할 때 1월에 시작된 주가 상승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간 것 같다. 앞으로 상당 기간 주가가 2200선을 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질 걸로 전망된다. 주가 상승이 일단락됨에 따라 주도 종목의 교체가 예상된다. 1월에 중소형 가치주들이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데이터 공급 업체인 와이즈에프앤이 분류한 기준에 따르면 지난 한달 동안 중소형 가치주가 9.3% 상승했다. 똑같은 소형 기업이지만 성장주에 속하는 그룹은 6.2% 상승에 그쳤다. 대형주는 모습이 또 달랐다. 가치주의 상승률이 5.7%인 반면 성장주는 5.9% 올라 상대적으로 성장주가 강했다.

중소형 가치주의 강세가 두드러진 건 주가가 싸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2000억~1조원 미만에 속하는 종목 중 이익 전망이 존재하는 기업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6배에 지나지 않는다. 주가순이익비율(PER) 역시 평균 15.3배로 예년의 소형주보다 낮다. 그만큼 현재 가격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비해 낮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지난해에 시장이 좋지 않을 때 기업 내용에 관계없이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둔화에 대한 공포 영향이 컸는데, 그 부담 때문에 규모가 큰 종목으로 매수가 몰리면서 중소형 가치주가 소외됐다.
 PBR이 모두 1배 이하 주식에 관심
종합주가지수가 2200선까지 상승하면서 대형주의 순환매는 사실상 끝났다. 가격이 싼 주식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주가의 고점이 어느 정도 확인된 만큼 앞으로 시장에서는 정해진 범위 내에서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매매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기업 내용이 충실한 가치주가 먼저다. 성장 관련 주식은 가치주가 오르고 난 다음에나 움직일 것이다.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이어서 성장주의 배경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와이즈에프앤의 분류에 따를 때 소형 가치주 중에서 S&T 모티브, 아세아시멘트, 와이지원, SBS, 대덕전자, 현대상사, 금호산업, 삼천리 등이 괜찮아 보인다. 이들은 PBR이 모두 1배 이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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