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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의료용 쿠션 1위 카지코퍼레이션 카나메 오가와 CEO] 증여 아닌 외부 투자로 가업승계

[日 의료용 쿠션 1위 카지코퍼레이션 카나메 오가와 CEO] 증여 아닌 외부 투자로 가업승계

신사업으로 아버지 실적 뛰어 넘어… 부엉이 모양의 프리미엄 쿠션 제품 한국에 선보여
카나메 오가와 카지코퍼레이션 CEO가 자사 엑스젤을 충격흡수제로 쓴 혼다의 헬멧 옆에 서 있다. / 사진 : 카지코퍼레이션
기업은 생물처럼 살아 움직인다는 표현을 흔히 쓴다. 일본의 카지코퍼레이션은 이 표현이 잘 어울리는 기업이다. 카지코퍼레이션은 1968년 신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로 시작해 아식스의 다양한 기능성 운동화를 만들었다. 신발에 들어가는 충격흡수제인 ‘엑스젤’도 자체 개발했다. 신발 OEM 산업이 쇠퇴하자 이번에는 ‘엑스젤’의 특성을 활용해 전문 의료용 시장에 진입한다. 현재 일본과 유럽에서 카지코퍼레이션의 구급차 매트, 휠체어 쿠션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1세대 창업자의 역할이었다면, 2005년 이후는 이 회사 창업자의 아들인 카나메 오가와 CEO의 역량이 빛난 시기다.

오가와 대표는 교토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수재다. 타이어 전문 회사 브릿지스톤에서 10년 간 일하며 마케팅·총무·영업 부문 책임자 자리까지 올라갔다. 오가와 대표는 아버지 회사인 카지코퍼레이션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어받지는 않았다. 그는 지주회사를 은행 등 외부 투자를 받아 만들었고, 지주회사를 통해 카지코퍼레이션을 시장가격에 인수했다. 이후에도 아버지와 설전을 벌여가며 10년 전부터 고급 소비자 쿠션 시장을 개척했다. 지금은 이 부분의 매출이 전통적인 사업 부문보다 더 많다. 그가 지주회사 투자자들의 지분을 다시 인수하는 데 걸린 시간은 7년이다.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팝업스토어를 연 오가와 대표를 3월 12일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국 수입사 메사 네트웍스 본사에서 만났다.



10년 전 일반 소비자용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할 때 창업자인 아버지를 설득해야 했나?


“사실 의견 충돌이 있었다. 아버지는 안정적으로 의료용 시장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나는 우리가 소비자용 쿠션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품은 우리가 해오던 제품이었기 때문에 마케팅과 디자인에 투자했다. 나는 1995년 일본의 타이어회사인 브릿지스톤에 들어가 10년 동안 일하면서 마케팅 등을 담당했다. 2005년 카지코퍼레이션에 들어와 보니, 굉장히 특별한 이 엑스젤을 일반적으로 허리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쓰면 좋을 것 같았다. 엑스젤은 일반 젤과는 다르다. 고무 성분이지만 여러 가지 물질이 혼합돼 있다. 특허도 내지 않았다. 나중에 공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응급차용 매트와 같은 제품은 정부에 납품하는 건데, 이 시장 진출이 어렵지 않았나?


“우리 본사는 일본 서부인 시마네 지역에 있는데, 그곳은 전형적인 농촌이다.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지방정부가 후생성과 같은 중앙정부에 우리 제품을 소개해줬다. 우리와 비슷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적기 때문에 경쟁이 덜했다.”



전문 의료용 제품에서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쿠션 시장에 진출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우린 굉장히 독창적인 엑스젤이라는 물질을 이미 갖고 있었다. 휠체어나 침대에 하루 종일 앉거나 누워 있어야 하는 환자들을 위한 상품이라서 품질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일본은 1990년대에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에 엑스젤을 활용한 의료용 시장이 커졌고, 우리가 이 부문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만 4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허리 통증을 앓고 있다. 통증이 있으면 앉을 때 문제가 생긴다. 휠체어에 앉는 사람들과 같은 문제를 지닌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우리 회사의 목표다.”



현재 카지코퍼레이션 매출에서 의료용과 소비자용 제품 비중은 어떻게 되나?


“2018년에 엑스젤 관련 매출이 1000만 달러였는데, 40%가 의료용이었고 소비자용 쿠션이 60%였다. 소비자용 제품의 성장은 이어지고 있다. 10년 전부터 북미지역, 유럽 등에 의료용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현재까지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브릿지스톤에서 마케팅을 했던 경험이 현재 회사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됐나?


“그렇다. 나는 브릿지스톤에서 마케팅·세일즈·메니지먼트를 맡았다. 내가 근무할 당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카지코퍼레이션에 합류하고 나서 내가 한 일은 사실상 브릿지스톤에서 했던 일과 거의 같다.”



일본에서 가업을 승계할 때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이어받는 경우가 일반적인가?


“경우에 따라 다르다. 내 또래는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승계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전엔 그렇지 않았다. 최근에는 가업을 승계하지 않고 다른 회사에 계속 근무하는 경우가 늘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다만, 나는 기술적으로는 승계하지 않고, 내가 투자를 유치해 설립한 지주회사가 지분을 인수했기 때문에 세금을 많이 내지 않았다.



당시 아버지 회사의 기업가치는 어떻게 측정했나? 정부와의 문제는 없었나?


“그런 문제는 없다. 지주회사를 만들 당시 외부에서 굉장히 많은 투자를 받았고, 아버지 회사를 시장가치 대로 샀다. 매년 수익을 내면서 결과적으로 7년이 걸려서 외부 투자자들의 지분을 다시 사들일 수 있었다. 물론 리스크는 컸지만 현재는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이런 식의 인수합병(M&A) 기법도 브릿지스톤에서 일하면서 배웠다.”



신사업 매출이 기존 사업보다 많아졌다. 이후의 신사업은 무엇이 있나?


“우리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쓰이는 쿠션 시장에도 다른 최고급 가구회사와 함께 진출했다. 또한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예를들어 현재 도요타가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론칭하기 1년 전에 미리 쿠션을 개발했다. 최근 휴먼인터페이스 로봇 개발 업체와도 협업을 시작해 로봇의 피부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엑스젤 쿠션의 타깃 소비자는.


“많은 사람이 앉을 때 문제를 갖고 있다. 허리를 뒤로 기대거나 다리를 꼰다. 대부분 평소에 허리가 아파서 그렇다. 엑스젤을 사용한 쿠션은 통증을 줄여주고, 앉는 자세를 고정시켜준다. 앉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에 우리도 제품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대표 상품은 ‘아울 콤피 3D 쿠션’인데 일반 의자의 쿠션으로는 구현하지 못하는, 우리 몸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맞춘 쿠션이다. 부엉이 얼굴 모양인데, 부엉이의 두 눈이 엉덩이 뼈가 닿는 부분이고, 두 눈 사이의 낮은 부분이 꼬리뼈가 닿는 부분이다. 부엉이 눈을 계단식으로 높아지게 설계해 엉덩이를 감싸주는 기능을 한다. 의자에 앉을 때 하중이 가장 많이 가는 부분이 엉덩이다. 부엉이 얼굴 아래쪽으로 갈수록 5mm씩 단계적으로 얇아지게 설계했는데, 다리를 움직일 때 마사지 효과가 있고, 종아리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준다. 휠체어 쿠션에도 적용한 기능이다.”



부엉이 얼굴을 캐릭터화 한 이유는?


“일본 문화에서 부엉이는 매우 중요하다. 부엉이는 일본어로 ‘후쿠로(복이 온다, 고생을 하지 않는다는 뜻)’로 일본에선 행운의 상징이다. 결혼·입학·개업·생일 선물로 부엉이 캐릭터가 많이 팔린다. 우리는 엑스젤이 사람이 앉을 때 최고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쿠션이라는 의미에서 부엉이 모양으로 쿠션을 만들었다. 동시에 부엉이 얼굴을 기능적인 설계에도 활용했다. 전문 의료용 제품에 쓰이는 기능을 그대로 구현했기 때문에 비싼 의자를 사는 것보다 일반의자에 ‘아울 쿠션’을 놓고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일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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