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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학원, 교육기관인가 중국 공산당 선전기관인가

공자학원, 교육기관인가 중국 공산당 선전기관인가

미국 국방부가 ‘국익 해친다’는 이유로 유치 대학의 중국어 교육 지원 중단키로 하면서 퇴출 위기에 놓여
미국 웨스턴켄터키대학의 공자학원. / 사진:JAPAN FORWARD
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가 각국 대학과 연계해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세운 비영리 교육기관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처럼 중국 문화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공자학원을 운영하는 미국 대학에 중국어 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익’ 손상이 우려된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이 결정에 따라 이 논란 많은 공자학원이 미국에서 완전히 문을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근년 들어 중국 공산당이 외국에 ‘중국 사상’을 전파하고 영향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부각되면서 중국 정부의 재정으로 세계 각국의 대학에서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가르치는 공자학원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해 미국 의회는 국방부가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한 공자학원을 운영하는 미국 대학의 중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국방부의 지원을 중단하는 지출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예외 허용을 신청한 13개 미국 대학 중 어느 곳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국방부는 뉴스위크에 밝혔다. 제시카 맥스웰 국방부 대변인은 “이 법은 국방부 인사·전투태세 차관이 법에서 제정된 조건에 따른 제한에 예외를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토 결과 국방부는 예외를 허용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최근 웨스턴켄터키대학(WKU)은 예외를 인정받지 못해 공자학원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밥 스키퍼 WKU 대변인은 “어떤 경우에도 국방부가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는 그 이래 예외 인정을 신청한 미국의 모든 대학에 그와 같은 결정 사항을 통보했다고 확인했다. 그에 따라 각 대학은 이제 중국어 교육 재정을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을지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을지 결정해야 한다. WKU의 전례를 따를 경우 애리조나주립대학·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하와이대학(마노아 캠퍼스)이 곧 공자학원 폐쇄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디애나대학·로드아일랜드대학·미네소타대학은 지난 몇 달에 걸쳐 공자학원과 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하며 이런 결정은 국방부의 새로운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오리건대학은 지난 4월 29일 공자학원 폐쇄를 발표했다. 아일랜드 국립대학인 유니버시티 칼리지 더블린의 아시아 정치 전문가 알렉산더 듀칼스키스 교수는 뉴스위크에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규정이 공자학원 폐쇄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개연성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앨러배마주 소재 트로이대학의 공자학원 건물. / 사진:WIKIMEDIA COMMONS
중국 국무원 교육부 산하 ‘한반’이 운영하며 중국 공산당 선전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선발한 강사들로 운영되며 신장 위구르인 처우나 티베트의 종교 자유, 대만 독립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막고,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도구로 활용된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국은 또 중국 정부 기관이 공자학원을 통해 ‘스파이 활동’을 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공자학원은 지난해 말까지 세계 138개 국가와 지역에 525곳이 세워졌다. 미국에 공자학원이 처음 진출한 것은 2004년이었다. 그 이후 전성기에는 미국 전역의 대학 100여 곳에 공자학원이 설립됐다. 그러나 지난 1년 반 사이에 12곳 이상이 폐쇄됐다.

중국 관리들도 공자학원이 중국의 소프트파워 확대와 선전 노력에 필수적이라고 인정한다. 실제로 공자학원은 공산당의 정책을 해외에 홍보하는 당 산하 비밀 조직인 ‘통일전선부’와 연계됐다. 지난해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공자학원의 활동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사상 선전과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공자학원이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은 물론 중국 인권 활동과 관련된 재미 중국인의 동향을 감시하는 거점으로도 악용될 소지가 있다.”

듀칼스키스 교수는 “공자학원을 폐쇄하면 캠퍼스에서 학문의 자유를 억누르는 잠재적 위협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학문 연구를 ‘검열’하는 오랜 역사가 있고 지금도 그런 검열이 계속된다. 그들은 중국의 교실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통제하려 들고, 특정 주제를 연구했다는 이유로 학자를 구금하기도 한다. 물론 중국 정부가 국외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하지만 공자학원이 중국과 관련된 주제에서 학문의 자유를 위협할 뿐 아니라 해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수단의 일환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는 생각은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다.”

2002년 이래 미국 국방부는 아랍어·중국어·한국어·페르시아어·포르투갈어·러시아어·터키어를 전문가 수준으로 유창하게 할 수 있는 학생을 배양하도록 돕는 대학 프로그램에 재정을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가안보교육의 일환이며 미국 정부 내부의 외국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안보기관이 고용할 수 있는 언어 능력자 ‘풀’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공자학원의 교과과정과 행사, 예산, 교사 고용은 대부분 중국 정부가 직접 관리한다. 공자학원의 중국인 교사는 자국의 ‘국익’을 해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알려졌다. 미국의 각 대학은 독자적인 계약을 체결해 공자학원을 도입하지만, 대다수는 미국과 중국의 법이 둘 다 적용되며 계약 내용은 비밀이라고 말한다.

올해 초 미국 연방상원 영구조사소위원회가 8개월의 조사 끝에 초당적으로 발표한 보고서는 이런 문제가 검열로 변질한 사례를 언급했다. “공자학원은 운영자금을 학문의 자유를 해칠 수 있는 조건을 붙여 지원한다. 미국 대학 관계자들은 우리 소위원회에 공자학원이 대만 독립이나 1989년의 톈안먼 학살 같은 논란 많은 주제를 논의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인정했다.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돈을 대는 것이라면 그런 조건이 따른다는 게 뻔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은 지난해 플로리다주의 여러 대학에 공자학원 폐쇄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이런 종류의 자가검열은 “확인하기는 훨씬 더 어렵지만 피해는 더 클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같은 공화당 소속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그런 지적에 동감을 표했다(그는 지난해 국방 지출법안 문안을 작성했다). 그의 대변인은 뉴스위크에 “크루즈 상원의원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 캠퍼스에 침투하고 미국 학계를 정탐하며 중국에 관한 교육 내용을 통제하는 많은 수단 중 하나가 공자학원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선전활동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 중국의 선전을 차단하고 미국 학계에서 지적재산 절도를 막는 것이 미국의 이익을 위한 길이다.”

그러나 공자학원을 지적재산 절도 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일반 중국인을 대하는 측면에서 의도치 않는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인 학생과 학자가 미국 입국 비자를 거부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타라 프랜시스 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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