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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아파트 보유세 폭탄] 지난해는 ‘맛보기’에 불과했다

[고가 아파트 보유세 폭탄] 지난해는 ‘맛보기’에 불과했다

아파트값 뛰고, 공시가격 날고, 종부세 치솟고… 올해는 고가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지난해 3.3㎡당 1억원으로 올랐다. 정부의 고가 아파트 현실화율 상향과 맞물려 올해 공시가격이 크게 뛸 전망이다.
서울 강남에 일반 아파트와 재건축 추진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김모(53)씨. 김씨는 2017년 8·2 부동산대책 후 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에 집 한 채를 파는 대신 버티기로 결정하고 두 채 모두 보유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에서 양도세 일시 완화 기간을 제시하자 이번엔 고민이 깊다. 세무사를 찾아 상담해보니 3년 전과 달리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확 늘기 때문이다. 세무사는 2017년 1000만원이던 보유세가 올해 7배에 가까운 660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2700여만원)의 2배가 넘는다. 종부세만 보면 올해 5500만원으로 지난해(1900만원)의 3배가량이고, 2017년(500만원)보다 10배 많아졌다. 그 사이 종부세 산정 기준인 공시가격은 19억원에서 39억원으로 2배로 올라갔다. 김씨는 “이전 대책 때와 달리 보유세가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버티기가 쉽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고가 아파트 ‘보유세 폭탄’이 제대로 터진다. 지난해(2019년) 역시 2018년 오른 집값에 공시가격 현실화 이슈가 등장하면서 세금이 크게 늘었지만 올해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맛보기’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세금을 좌우하는 변수가 모두 한꺼번에 가파르게 올라가며 올해 보유세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종부세율·다주택자세율·세부담상한율 모두 상향
2018년 9·13 부동산대책에 따라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 중 계산 반영 비율)이 2019년부터 매년 5%포인트씩 올라 2022년엔 100%에 이른다. 세율은 9·13 부동산대책으로 지난해 한차례 오른 데 이어 12·16 부동산대책으로 올해 또 상향 조정된다. 올해 다주택자 세율이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에서 2017년에 비해 60~100% 높아진다. 1주택자도 20~50% 상승한다. 전년보다 늘어날 수 있는 한도(세부담상한)도 9·13 부동산대책과 12·16 부동산대책을 거치며 주택 수 상관 없이 50%에서 최고 200%(조정대상지역 2주택, 일반 3주택 이상)로 4배나 올라갔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예고된 사항이다. 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화약’이 등장하면 세율 조정 등의 위력은 증폭된다. 지난해 고가 단독주택과 땅에 적용했던 정부의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 타깃은 고가 아파트다.

정부는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인 현실화율을 지난해 68% 선에서 올해 시가 30억원 이상 80%, 15억~30억원 75%, 9억~15억원 70%로 상향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1년 동안 전체 아파트 평균가격 상승률은 2018년(8.03%, 한국감정원)보다 훨씬 낮은 1.11%에 불과하지만, 9억원 넘는 고가 아파트는 가격이 많이 올라 현실화 해당 가구는 늘었다.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이하 전용면적)의 최고 거래가격이 2018년 28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34억원으로 20% 상승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는 18억4000만원에서 21억7000만원으로 18% 뛰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공시제도 사례 자료를 보면 올해 공시가격을 추정할 수 있다. 정부가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확인 결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잘 알려진 아파트단지다. 시세 상승률이 20~34%인데 공시가격은 37~53% 뛰었다. 아크로리버파크 84㎡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9억300만원에서 올해 26억9500만원으로 42% 상승한다. 지난해 현실화율은 67%였지만 시세가 30억원을 넘기는 바람에 정부가 목표한 80%로 올랐다. 서울 강북의 대표 고가 아파트인 마포구 아현동 84㎡는 시세가 2018년 13억2000만원에서 2019년 16억원으로 21% 올랐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8억6400만원으로 현실화율 65.4%였지만 올해 추정 공시가격은 11억8000만원이다. 시세가 16억원을 넘어서면서 74% 현실화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고가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역사를 보면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06년 집값 폭등으로 2007년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서울 평균 28.5%). 그해 은마아파트 84㎡는 48%나 뛰었다. 은마아파트 시세는 지난해 11억5200만원에서 올해 17억6300만원으로 상승률 53%다.

올해 고가 아파트 보유세 역시 역대 최고로 불어난다. 올해 세부담상한이 100%에서 200%로 풀린 2주택자의 부담이 가장 크다. 김종필 세무사의 모의계산 결과 아크로리버파크 84㎡와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 두 채의 올해 보유세는 6530만원으로 지난해(2542만원)의 2배가 넘는다. 2017년엔 1203만원이었다. 특히 2017년 586만원이던 종부세는 10배에 가까운 5404만원이 된다. 2017년 총 30억이던 두 아파트 시세가 현재 50억원으로 올랐고 공시가격은 20억원에서 39억원으로 뛰었다. 이번 정부 들어 아파트값이 뛰고 공시가격은 날고 종부세는 치솟았다.

1주택자 부담도 만만찮아 대부분 세부담상한(50%)까지 늘어난다. 아크로리버파크 84㎡ 보유세가 올해 1357만원이다. 지난해 927만원이었고 2017년은 올해의 절반에 못 미친 595만원이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도 지난해 234만원에서 올해 337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우진 세무사는 “집을 갖고 있으면 세금을 현금으로 고스란히 낼 수밖에 없다”며 “고가 아파트 소유자가 느끼는 보유세 부담이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2주택자 한 채 팔면 보유세 85% 급감
주택 수를 줄이면 혜택이 상당하다. 보유세가 확 줄어들고 양도세 부담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84㎡와 래미안대치팰리스 84㎡ 두 채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올해 보유세가 6570만원인데 은마아파트를 팔면 922만원으로 85%가량 급감한다. 정부는 오는 6월 말까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매도하면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고 일반세율로 매기기로 했다. 은마아파트와 래미안대치팰리스 보유자가 10년 전 12억원에 매수한 은마를 지금 23억원에 팔면 양도세가 3억2391만원이 나온다. 42% 일반세율과 10년 장기보유특별공제(20%)을 적용받기 때문. 이전 양도세 중과일 경우엔 세율이 52%이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없어서 양도세가 5억3530만원에 달한다. 세금을 2억원(40%) 아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12·16 부동산대책이 나온 이후 다주택자의 보유세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주택시장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2007년엔 공시가격·보유세 급등 후폭풍으로 매물이 늘면서 강남 집값 약세로 이어졌다. 김종필 세무사는 “다주택자 입장에선 주택 수를 줄이는 메리트가 어느 때보다 좋다”며 “정부도 매도를 늘리기 위해선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요건을 10년 이상 보유에서 낮추는 등 좀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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