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돌아보게 하는 신간 '시험인간'] “시험 사회, 불신과 불공정·불평등이 낳은 슬픈 자화상”
[삶을 돌아보게 하는 신간 '시험인간'] “시험 사회, 불신과 불공정·불평등이 낳은 슬픈 자화상”

드라마 속 이야기일까. 우스갯소리로 ‘한국인 인생은 시험으로 시작해서 시험으로 끝난다’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은 초등학교 입학부터 시험 미로에 빠진다.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때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매년 치르고, 직장을 구하기 위해 구직 시험을 또 본다. 직장인이 된 후 매해 성과를 평가받으며, 일상을 시험 치르듯 살아간다. 노년기에도 끝나지 않는다. 은퇴 후 시설경비직을 얻기 위해서는 각종 자격증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지난 3월 3일 출간한 생각정원의 [시험인간]은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매달리는 ‘시험’의 부조리를 꼬집는다. 도서 [시험인간]은 한국의 시험은 단순히 자기 능력을 측정하고 학생의 방향을 정하는 수단이 아닌, 인생의 길목마다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지어 개인에게 큰 위험부담을 전가하는 ‘고부담 시험(High stake exam)’이라고 정의한다.
이 같은 고부담 시험이 선발과 경쟁에 익숙한 ‘시험인간’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시험인간’이 되면 어떠한 보상을 받는 데 있어서 시험이 가장 공정한 기준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고 경고한다. 또 시험 과정이 공정한지에 대한 의문은 생각하지 못한 채, 시험 결과를 무조건 신뢰하고 시험 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이에 따른 결과에 철저하게 복종하는 수동형 인간으로 전락하기 쉽다고 조언한다.
책의 저자는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회학자 김기헌 선임연구원과 심리학자 장근영 선임연구원이다. 두 선임연구원은 ‘시험=공정함’이라고 믿는 한국 사회만의 특징과 시험을 대하는 한국인의 심리 상태를 분석해 글을 전개한다.
‘시험=공정함’에 의문
김기헌·장근영 저자는 책을 펴내며 “이제 낙오를 동력으로 삼는 살얼음판 위에서의 경쟁을 멈춰야 할 때”라며 “타인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험의 맨얼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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