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배만 불리는 청년주택?] 높은 임대료·시세차익 노리고 몰리는 뭉칫돈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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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배만 불리는 청년주택?] 높은 임대료·시세차익 노리고 몰리는 뭉칫돈

[건설사 배만 불리는 청년주택?] 높은 임대료·시세차익 노리고 몰리는 뭉칫돈

용적률·용도제한·세제 혜택 등 사업자 이익 보장… 사업주만 이득 본 뉴스테이와 닮은꼴
▎서울 노량진역 인근에 들어서는 역세권 청년주택이다. 서울시의 청년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 건설사들이 반색하고 있다.

▎서울 노량진역 인근에 들어서는 역세권 청년주택이다. 서울시의 청년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 건설사들이 반색하고 있다.

“포커 게임 중에 누가 호구인 줄 모르겠다면, 바로 당신이 호구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주연배우 폴 뉴먼이 남긴 여러 명언 중 하나다. 이익을 보는 다수는 항상 침묵하기 때문에 자신이 손해 보는 것은 아닐지 항상 객관적으로 상황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비즈니스·게임뿐만 아니라 다자 간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2011년 금융위원회가 상호저축은행 사태를 미리 감지했음에도 국민에게는 ‘괜찮다’는 말을 되풀이한 것처럼. 정책 목표 달성이나 시스템 리스크 방지를 위한 ‘하얀 거짓말’이라지만, 누군가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청년임대주택 사업이 미덥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와 서울시는 청년주택으로 수도권 거주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비싼 임대료로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사업 부양을 위한 용적률·용도변경 등의 당근책도 결국 건설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청년주택의 미계약과 계약 취소가 잇따른다. 종로구 숭인동 베니키아 호텔을 개조한 청년주택은 당첨된 207가구 중 180여 가구가 계약을 취소했다. 당초 이 주택은 10대 1에 달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월 임대료 외에 관리비·청소비·식대·가구비 대여비 등 40만원에 육박하는 추가 비용을 내야 해 당첨자들의 원성을 샀다. 최저 임대료가 32만원임을 고려하면 매달 70만~80만원을 내야 한다. 첫 역세권 청년주택인 충정로 어바니엘 역시 기본 가전제품 설치 및 렌탈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도 118가구 중 50여 가구가 미계약 상태다. 전용 14㎡(약 4평)의 경우 보증금이 최고 5000만원에 육박하며, 월 임대료는 40만원이다. 인근 다가구주택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없어 절반가량이 미계약으로 남았다.

서울시의 당초 계획은 민간자금으로 청년주택을 활성화한다는 것이었다. 청년주택의 용적률을 최대 600%까지 상향해주고, 용도변경을 풀어 민간사업자의 유입을 꾀했다. 용적률을 올려주는 대신 서울시가 임대 물량의 10%를 기부채납을 받아 공공임대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로서는 큰 예산이 들지 않는 방법이지만, 공공임대 물량이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사업 초기부터 제기됐다. 90%의 민간 임대는 임대료가 비싸 청년들의 부담이 크고,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는 바람에 고액 관리비 논란이 불거졌다. 이경선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공공임대주택 관리비를 민간임대주택보다 낮춰야 한다”며 “관리비·공용공간 비용 부과 등 문제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후 빌딩 재건축 길 열려” 업계 반색

서울시가 역세권 청년주택을 도입한다고 밝혔을 때 가장 반색한 것은 건설업계다. 사업성이 없어 개발에 난항을 겪던 역세권 노후 빌딩을 개발할 수 있어서다. 서울 중심지역은 1970년대 경제개발과 함께 빌딩이 대거 들어섰는데, 리모델링·재건축 수요가 많다. 강남 지역도 1980년대 들어선 빌딩·상가건물의 노후화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용적률 및 용도 제한에 묶여 사실상 재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시청·을지로·서소문 등 서울 중심가에 2~3층짜리 빌딩이 많지만, 면적이 작고 용도 제한을 받아 개발 수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강남 역시 주택가와 지하철역 사이에 높이 5층 안팎의 저층 상가빌딩을 잔뜩 배치하는 식이어서 개발이 어렵다.

그러나 청년주택으로 개발하면 건물의 용도를 변경해 건물을 더 높게 지을 수 있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건물 가격은 대개 임대료와 전체 호실을 곱한 값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용적률 증가는 곧 건물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부동산 경기는 실물 경기에 따라 흐름을 탄다. 건설사들은 지속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해야 하는데, 주택경기 호황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청년주택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강남구 역삼·청담·신사동 등 주택시세가 비싼 역세권을 중심으로 청년주택 개발이 늘어나고 있다.

현금 부자들의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강남지역 코리빙 서비스의 월 임대료가 100만원 안팎인 걸 고려하면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개발 업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로선 8년 뒤부터 매각이 가능해 투자금 회수도 가능하다. 실제 생활복지관 등 문제가 불거진 충정로 청년주택은 사업자인 롯데자산개발이 미계약분에 대한 선착순 임대 계약에 나서는 등 투자금 회수에 나선 상태다.

강남에서 청년주택 사업을 준비 중인 한 시행사 대표는 “고급스러운 청년주택으로 입주자들의 감성적 가치와 투자자들의 실질적 이득을 모두 취할 수 있다”며 “청년주택을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만 이겨내면 사업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민간사업 방향은 서울시의 도심 낙후지역 재개발 프로젝트와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이에 서울시도 청년주택 활성화를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공공임대를 제외한 건설자금의 90%까지 대출을 지원한다. 최대 240억원 한도로 대출이자 금리도 최고 1.5%까지 지원한다.
 서울시 ‘선매입형’ 확대 등 정책 개선키로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건물 일부를 선매입해 임대료를 낮추는 ‘선매입형’ 청년주택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서울시와 SH공사는 신규 분양주택의 임대주택 비율을 30%까지 늘려 2030년까지 서울의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을 20%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정부가 2014년 도입한 뉴스테이 정책과도 닮았다. 뉴스테이는 민간기업형임대주택으로 정부는 건설사에 인허가 절차 단축, 취득세·재산세·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했다. 당시 전세가가 고공 행진했기 때문에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거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비싼 임대료 등 문제로 사업 초기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또 사업주는 임대 기간에 주택을 매각할 수 있다. 최근 2~3년 새 부동산 시세가 크게 올라 결국 뉴스테이 주택을 보유한 건설사 배만 불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효성 떨어진다는 지적 속에 뉴스테이를 염두에 뒀던 건설 조합들도 일반 재개발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청년주택도 이런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사업주들이 사업부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후 빌딩을 정부 지원으로 새로 올리면서 갭 메꾸기가 반복된다”며 “8년의 의무임대 기간 이후 시설 용도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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