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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한전 꼼수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 ‘방전’ 위기] 민간 충전사업자에 ‘기본요금 폭탄’ 떨어졌다

[단독 | 한전 꼼수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 ‘방전’ 위기] 민간 충전사업자에 ‘기본요금 폭탄’ 떨어졌다

고정비 증가에 미래 불투명 이중고… “기본요금 지원은 계속해 줘야”
비바람에 노출돼 빗물이 흐르는 전기차 충전기와 차량 충전구.
정부와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주도해 온 민간 충전사업자들에게 지난 7월 ‘비용 폭탄’이 떨어졌다. 정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6개월 유예 후 시행’을 밝혔던 전기차 충전 기본요금을 돌연 6월부터 부과하고 나서서다. 한전은 7월부터로 예정했던 기본요금 부과를 ‘7월분’ 청구요금으로 기준을 정정, 6월 전기사용에 적용했다. 정부의 ‘전기차 충전기 보급 사업’에 발맞춰 전국에 3만기(2019년 말 기준) 넘는 완속 충전기를 깔고 기본요금을 면제받아 온 민간 충전사업자들은 이제 매월 충전기 1기 당 약 1만원의 고정비를 떠안게 됐다.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한전의 ‘전기사용계약 정정사항 알림’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7월 15일 “7월 1일부터 전기차 기본요금 적용은 오기”라고 명시했다. 한전은 “7월에 부과하는 7월분 전기요금에 기본요금을 적용하기로 했다”면서 “6월 사용기간을 포함한다”고 전했다. 기본요금은 송배 전망 증설과 전력 부하 관리 대가로 청구하는 일종의 수수료다. 당초 한전은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방침에 따라 기본요금 받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적자를 이유로 ‘6개월 유예 후 기본요금 할인 폐지’를 의결했다가 5개월 만에 재차 의결 사항을 바꿨다.
 적자에 날아온 1억원 넘는 비용 고지서
1개월 앞서 적용한 기본요금으로 전기차 충전업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환경부의 전기차 충전기 보급 사업에 참여한 민간 충전사업자들에게 적게는 1000만원에서 1억원을 넘는 전력 사용 기본요금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특히 한전은 기본요금을 전기차 충전기의 실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충전기에 약 1만원씩 적용했다. 전기차 충전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의 전력 요금 현실화에는 동의하지만, 사용하지도 않은 기기에 기본요금을 부과할뿐더러 사용 요금 인상 등 대응을 하지도 못한 채 폭탄을 맞았다”고 토로했다.

민간 충전사업자들은 충전 사업이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고정비만 증가하는 이중고에 빠져 있다. 시장 확대가 일어나지 않으면서 기설치 충전기 운영에서 이미 적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사업에 따라 전국에 가장 많은 전기차 충전기를 구축한 민간 충전사업자 파워큐브는 “충전기에 들어가는 유지·관리비를 빼고 나면 1기당 5000~6000원가량 적자가 난다”면서 “선점 효과를 노렸지만, 지난 7월에만 1억1000만원의 기본요금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간 충전사업자들의 비용 부담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라는 데 있다. 한전은 지난 6월 부과한 1만원 기본요금은 50% 할인을 적용한 것으로, 2022년 6월부터는 기본요금을 100%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난 한 해 영업손실 1조2765억원을 기록, 2008년 2조7891억원 손실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만큼 전기차 충전 전력요금 할인 등 환경과 미래 산업 관련 할인 혜택을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 기본요금 특례할인 등으로 지난해 333억원을 포함 총 595억3000만원이 지출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주도하고 있는 민간 충전사업자들은 속속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5895기를 구축, 국내 2위 규모를 자랑했던 KT는 지난 4월 전기차 충전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4만469기 전기차 완·급속 충전기 중 74.4%를 설치·운영해 온 민간 충전사업자 중 사업을 포기한 첫 사례가 됐다. 민간 충전사업자 A사는 특례할인 일몰 요금이 부과된 지난 7월 인력 감축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A사 대표 B씨는 “보급 사업 조건에 2년 유지가 있어 폐쇄 대신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 충전기 유지·관리를 중단하겠다는 민간 충전사업자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의 전기차 충전기 보급 사업에 참여했던 민간 충전사업자 C사는 “전기차 보급이 제자리인 현실에서 기본요금이 부과되면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사 대표 D씨는 “정부의 전기차 충전기 보급 사업은 충전기 설치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사업으로 2년간 유지·보수 의무를 지게 했다”면서 “2017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는데, 기본요금이 부과되는 올해 하반기에 2년이 지난 전기차 충전기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유지·관리를 멈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기차를 운용하는 이용자 부담마저 커지게 됐다. 전기차 이용자에게 받은 충전 요금에서 전기료를 납부하고 남은 금액을 수익으로 삼는 민간 충전사업자들이 당장 충전 요금을 올리고 나섰기 때문이다. 파워큐브는 기존 1㎾당 62원이었던 7㎾ 완속 충전기 요금을 180원으로 올렸다. 충전기 보급 규모가 작은 일부 업체는 1㎾당 169원이었던 충전 요금을 249원으로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르노삼성 전기차 SM3를 1년간 1만5000㎞ 주행할 경우 충전 요금이 59만2500원에서 82만9500원가량으로 증가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부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도 빨간불
일각에선 기본요금 부과로 불거진 민간 충전사업자의 사업 중단 및 요금 인상이 전기차 보급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충전 인프라가 탄탄하지 않으면 전기차 시장이 커지기 어려워서다. 정부는 지난해 보급 목표(4만대)도 달성하지 못했다. 2025년까지 목표(113만대)를 이루려면 앞으로 5년간 해마다 20만대 이상 총 104만대를 보급해야 한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는 “연간 333억원 한전 적자를 막기 위해 전기차 보급에 필수적인 민간 충전사업자들을 사지로 몰고 있다”면서 “최소 3년은 더 기본요금을 지원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 지적마저 불거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안 마련 논의에 나섰다. 특히 이용자가 거의 없는 충전기에까지 부과하는 기본요금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한전은 아파트에 송전 시설을 활용해 추가적인 망구축이 없었던 충전기와 사용되지 않은 충전기에도 7㎾급 완속충전기 기준 2만534원(부가세, 전력발전기금 포함)의 절반인 1만267원의 기본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용량이 1㎾만 넘어도 기본요금 최대치를 동일 부과하는데, 이와 같은 부과 방식은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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