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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믿었건만… 상황 변동 조짐

[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믿었건만… 상황 변동 조짐

최근 경제 회복, 재고 확보 나선 기업 덕… 향후 뒷심 부족해 반등·하락 반복 전망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 사진:REUTERS=연합뉴스
코스피가 거침없이 상승해 9월 중순 기록했던 고점을 넘보는 상황이 됐다. 상황이 이렇게 좋아진 건 미국 시장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나스닥지수가 9월 초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단기에 10% 이상 하락해 우리 시장을 끌어내렸는데 그 영향이 사라진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시작된 3분기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좋은 것도 주가에 힘을 실어줬다. 삼성전자가 12.3조, LG전자도 1조 가까운 영업이익을 발표해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 우려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기업 실적 회복은 몇몇 대형 기업에 그치지 않고 코스피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3분기 코스피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 증가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이 숫자가 맞는다면 2018년 3분기 이후 2년만에 처음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늘어나는 셈이 된다. 시장에서는 3분기에 이익 개선이 특히 두드러지는 업종으로 유틸리티(+112%), 반도체(41%), 자동차(39%), 소프트웨어(15%), IT가전(11%) 등 다섯 개를 꼽고 있다. 시가총액이 큰 업종의 이익 증가가 상대적으로 커 주가지수를 끌어올리는 힘이 배가되고 있다.
 연준의 힘 약해지고 재정정책도 미뤄져
미국시장의 질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주가는 일정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박스권의 상하단은 2250~2450으로 200포인트 사이가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지난 여름 미국시장이 상승할 때 시장에서는 3개의 합의된 생각이 존재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고, 미국 정부도 재정지출을 늘릴 것이며, 경제지표가 생각보다 좋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실적과 유동성이 모두 뒷받침되고 있으니 시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최근 세 개 믿음 모두가 흔들리고 있다. 연준이 시장에 계속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믿음은 이미 7월에 끝났다. 6월에 연준의 통화정책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실망으로 주가가 5% 이상 하락하자 연준이 회사채 직접 매입과 대출 확대 카드를 내놓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었다. 8월 이후에는 주가가 10% 이상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오히려 유동성 공급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했다. 10년 넘게 완화 정책을 썼지만 실물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반면 자산 버블이 심해진 데 따른 조치다.
 5차 경기 부양책도 美 대선 뒤로 연기돼
물가가 낮은 때에는 정부가 정책 주도권을 쥐게 된다. 저물가로 금리가 낮고 안정적이어서 재정정책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중앙은행은 힘이 약해져 정부의 부채 부담을 줄여주는 데 주력하게 되는데 지금 연준이 그 상태다.

7월부터 정부와 의회가 경기 부양책에 많은 돈을 넣을 거라는 기대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주당 600달러에 달하는 특별실업수당 재원이 7월말 고갈됐기 때문에 의회가 한도를 더 늘려줄 수 밖에 없을 거라 믿은 것이다.

미국 행정부가 당초 요구했던 1조6000억 달러의 지원책을 1조8000억 달러로 수정 제안했다. 민주당의 요구액 2조2000억 달러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한 주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의 논의 중단을 지시했을 때만 해도 대선 전 합의가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지금은 반대로 어떤 형태로든 타결이 나지 않겠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합의하더라도 공화당이 이를 받아 들일지는 알 수 없다. 선거 전 3000억 달러의 미니 지원책을 시행한 뒤 선거 후 본격적인 지원책 시행에 나서자는 얘기도 있다.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이중 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9월에 미국에서 66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예상치 95만개를 밑돈 건 물론, 다섯 달 만에 처음으로 일자리 창출이 1백만개 밑으로 떨어졌다. 실업률이 8.4%에서 7.9%로 낮아졌지만 개선 폭이 0.5%포인트에 지나지 않아 8월의 1.8%포인트에 못 미친다. 고용 내용도 좋지 않다. 임시직 영구해고가 34만명으로 늘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일시 해고됐던 인원이 영구 해고로 바뀐 결과다.

이렇게 고용사정 둔화가 계속될 경우 미국 경제는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둔화를 겪을 수 밖에 없다. 8월에 미국의 임금소득이 7월보다 1200억 달러 증가했지만 해고자에 대한 지원금을 포함한 정부 보조금은 반대로 7300억 달러 줄었다. 이에 따라 쓸 수 있는 소득이 7월보다 5700억 달러 감소했다. 지금은 그 동안 쌓아놓았던 저축을 헐어 쓰고 있지만 부양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소비 둔화가 불가피해 진다.

시간이 늦어질 뿐 부양책이 통과되겠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정점을 치고 내려오고 있다. 부양책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인데 이 경우 실제 방안이 나와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수 밖에 없다.
 불확실한 국내외 경기도 주가 발목 잡을 듯
세계 경제가 3분기 이후 힘을 쓰지 못할 거란 전망과 달리 최근에 강한 회복신호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컸던 2분기에 세계경제 성장률이 -25%를 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산시설 가동이 중단된 영향과 이동 금지에 따른 서비스업 부진이 겹친 결과였다. 다행히 경제봉쇄가 해제되면서 제조업이 빠르게 회복되고, 최근에 교역까지 늘어나면서 상황이 좋아졌다. 중국이 큰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방역에 빨리 성공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그 힘이 세계 경제 곳곳에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상황이 괜찮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최근 경제지표 회복은 경제봉쇄 조치로 생산을 중단해야 했던 기업들이 여름에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공장 가동을 늘린 덕분이다. 여기에 이동 금지로 소비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여름에 미뤘던 소비에 나선 영향이 더해졌다. 앞으로는 상황이 다르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가을에 2차 확산이 있을 걸로 예상해 미리 재고확보를 끝냈고 소비도 한 만큼 추가로 소비할 여력이 크지 않다. 미뤘던 수요는 물론 가을과 겨울에 쓸 부분까지 미리 당겨 써버렸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가지고 있었던 3가지 믿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힘들다. 다시 상승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중앙은행, 실물경제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기업 실적이 됐든 경제지표가 됐든 시장을 힘있게 끌고 갈 수 있는 재료가 만들어지지 못할 경우 주가는 고점을 뚫고 계속 상승할 수 없다. 주가라도 낮다면 그나마 나을 텐데 지금은 주가가 높아 평범한 재료는 주가를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당분간 시장은 반등과 하락 조정이 짧은 시간에 반복되는 형태가 될 걸로 전망된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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