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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GDP 대비 주가, IT버블·금융위기 직전만큼 높아

[이종우 증시 맥짚기] GDP 대비 주가, IT버블·금융위기 직전만큼 높아

코로나19 사태로 기대가 과다 반영된 탓… 백신·외국인 아닌 저금리·유동성에 주목해야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 소식을 점검하고 있는 서울의 한 외환 거래실 / 사진:AP=연합뉴스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숫자를 ‘버핏 지수”라고 한다. 특정 국가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명목 GDP와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지표다. 과거 자산운용사들이 우리나라 주가가 앞으로 얼마나 더 올라갈 수 있는지를 역설할 때 많이 사용했다. 미국은 시가총액이 GDP의 180% 수준인데 우리는 60% 수준이니 향후 주가가 3배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 덕분에 1999년 펀드 열풍이 한창일 때 종합주가 지수가 6000까지 올라간다는 이론이 만들어졌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주가가 6000의 절반도 안 되니 맞는 분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 이 지표가 효용성이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GDP와 시가총액을 비교한다는 개념 자체는 문제가 없고 충분히 사용 가능한 방법이기도 하다. 문제는 적용 방법인데 한 나라의 수치를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한 게 잘못이다. 앞의 예처럼 우리나라의 버핏 지수를 미국과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각국이 금융을 발전시켜 온 과정이 다른데 이를 무시하고 비교하면 오류가 생기기 때문이다.
 경기가 상승해야 주가 유지 가능해
미국과 영국은 금융이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증권시장이 은행만큼 규모가 크고 역할도 중하기 때문에 이런 나라의 버핏 지수는 전통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독일·프랑스 등은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이 발전해 왔다. 자본시장이 뒤에 밀려 있기 때문에 해당 지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모델로 금융 산업을 발전시켜 왔는데 일본이 대륙 방식을 택해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이 발전해 온 만큼 버핏 지수가 낮다.

그럼 이 지표를 어떻게 써야 할까? 자기의 과거 수치와 비교하면 된다. 해당 국가의 경제와 주식시장 규모가 장기적으로 일정 수준에 수렴하기 때문에 과거 평균치보다 높으면 주가가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된 상태로 보는 것이다. 주가 순이익배율(PER)도 비슷하다. 미국이 24배이고 우리가 12배라고 해서 우리 시장이 미국보다 매력적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과거 10년간 평균 PER이 12배인데 지금은 8배라면 그건 주가가 싼 게 맞다.

미국의 지난 10년간 시가총액/GDP 비율이 1.0배였는데 최근 해당 지표가 1.9배까지 올라왔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은 0.8배와 1.15배이고 우리나라는 0.9배와 1.1배다. 미국은 경제 규모 대비 주가가 대단히 높게 평가된 상태고, 우리나라도 낮지 않다. 과거 우리나라의 해당 지표가 지금만큼 높았던 것은 2000년 정보통신기술(IT) 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밖에 없었다.

이 수치가 높아진 것은 코로나19 이후 주가에 기대가 과다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금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동력은 백신 개발, 외국인 매수, 경기 회복 기대, 저금리 등 네가지 요인이다. 백신 개발과 외국인 매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을 움직이는 큰 동력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백신은 7월에 임상 3상이 시작됐을 때 연말에는 어떤 형태로든 완성품이 나올 거라 전망됐었다. 외국인이 시가총액의 0.5%에 해당하는 액수를 3개월 이상 계속 순매수한 사례가 드문 점은 외국인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수급이 시장을 바꾼 사례가 없고, 11월 하순 들어 외국인 매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반면 경제는 다르다. 경기가 강해질 경우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것이다. 금리도 비슷하다. 지난 11년간 주가 상승은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이란 두 축에 의해 진행돼 왔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빠르게 상승한 것 역시 저금리라는 동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1년 9·11테러 발생 직후 코스피가 470에서 940까지 단숨에 상승한 적이 있었다. 낮은 주가에 세계적인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 겹친 결과였는데 경기도 못지않게 큰 역할을 했다. 테러 발생 직전인 2001년 7월에 바닥을 친 국내 경제가 이후 1년 동안 회복세를 이어갔다. 당시 주식시장은 코스피가 배 이상 오르긴 했지만 힘이 크게 실리지는 않았는지 2002년 4월 고점 이후 다시 하락해 6개월 만에 500대로 돌아왔다. 주가가 이렇게 힘없이 밀린 건 경기 회복이 미약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로 98.9에서 101.7까지 밖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회복이라고 얘기하기도 쑥스러울 정도였다.

최근 동행지수가 5월 96.8에서 98.4까지 올라왔다. 경기가 방향을 바꾸긴 했지만 코로나19 과정에서 해당 지표가 크게 하락한 걸 감안하면 아직 회복에 힘이 실린 상태는 아니라고 보인다. 시장은 앞으로 경기 회복이 빠르게 진행될 거란 점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가 후퇴할 수 있다. 주가를 감안하면 경계심이 더 커진다. 911테러 때에는 경기가 아주 좋을 때에도 주가가 사상 최고치 밑에 있었던 반면 지금은 경기 회복 초반에 이미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
 주식시장 연말까지 소강상태 전망
연말까지 주식시장이 소강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걸로 보인다. 20여일 만에 코스피가 4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가격에 대한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가가 올라 미래 전망이 좋아지자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바뀐 영향이 컸다. 우리 시장이 유독 크게 오르다 보니 선진국 시장과 상승률 격차가 커졌다. 이를 해석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우리시장의 강점을 찾아 나섰지만 독자적인 상승이 계속되기는 힘들다.

외국인 매수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 주가가 올라 우리 시장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인데, 이를 벗어나려면 미국 주가가 올라 투자심리가 더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 수급은 변하는 초기에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다. 1000억 매도를 하다 갑자기 1000억 매수로 돌아서면 효과가 2000억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11월 초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 외국인 매수 규모가 줄었지만 아직 국내 투자자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매수 규모가 더 줄거나 매도로 바뀔 경우 갑자기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반도체와 조선을 마지막으로 가격이 낮은 대형주가 사라졌다. 이제는 주가가 높아진 주식의 가격을 더 끌어올리든지, 순환매로 돌아서는 수밖에 없다. 이미 시장은 변화를 인식하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코스피보다 코스닥의 상승률이 높다든지 하루하루 테마가 바뀌는 게 그래서 나온 반응이다. 주가를 끌어갈 만한 주자가 없는 건 시장의 핵이 사라지는 것과 같으므로 종목별 움직임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시장이 좋을 때 어떤 계기로 가격이 바뀔까를 생각해 보는 건 꽤나 의미 있는 일이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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