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 투자 마인드 리셋] 아내가 남편보다 아파트 투자에 강한 이유
[이상건 투자 마인드 리셋] 아내가 남편보다 아파트 투자에 강한 이유

가장 힘든 게 태도다. 상품 지식이 뛰어나고 기술이 좋아도 정작 현장에서 부딪히는 여러 상황에 대해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없으면 세일즈를 오래할 수 없을 것이다. 성인 교육의 3가지 범주는 투자 영역에서도 적용 가능하다.
지식이나 기술보다 태도가 더 중요
기술은 당연히 연습이 필요하다. 실전에서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그에 대응해야 한다. 축구 선수가 아무리 연습게임을 많이 하더라도 그것이 곧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에서 기술은 경험으로 습득할 수 있다. 매매 원칙이나 기술은 지식이 있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험이 있어야 한다.
세상 그 어떤 인간도 고점과 저점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자신만의 매매 기술을 익혀야 한다. 단기 투자자든 장기 투자자든 자신만의 매매 원칙과 방법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일부 투자 고수들은 초보자들에게 투자 일기를 쓰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신만의 매매 원칙과 기술을 익히기에 좋은 방법이다.
태도는 정말 어렵다. 가르친다고 인성이나 태도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태도나 인성은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이 만나 만들어지는 탓에 조언이나 질책 혹은 교육으로 바꾸기는 어려운 영역이다. 그런데 투자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지식이나 기술보다 태도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전형적인 사례가 아파트 투자다.
필자 주변에 아파트 투자에 실패한 이들 중 적지 않은 경우가 집안에서 남편의 목소리가 크고, 그 남편이 명문대를 나온 똑똑한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대로 내 집 마련과 아파트 투자를 아내에서 맡긴 사람들은 실패한 경우가 극히 드물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부부의 얘기다. 아내는 항상 내 집을 마련하자고 남편에게 얘기했지만 남편은 ‘집값이 너무 올라 거품’이라며 일본의 경험과 인구구조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경제 지식에 부동산 비관론자들이 쓴 책을 근거로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다’라고 반대했다.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논리 정연했다. 필자도 아는 사람인데 그는 꽤 뛰어난 논리적 정합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공감할 수는 없었다.
반대의 경우도 알고 있다. 아내가 서울 강남의 미분양 아파트를 남편 몰래 분양 받아서 대박 난 경우다. 자금이 모자라 살고 있던 집을 팔고 그 집에 전세로 살면서 분양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이 둘은 조금 극단적인 사례이고, 다른 사례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간과할 수 없는 진실이 담겨 있다고 본다.
아파트를 잘 아는 사람은 남편일까, 아내일까. 물론 남편들 중에서도 투자를 잘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아파트는 남편보다 아내가 더 잘 알 수밖에 없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위해 건널목을 건너야 하는지, 걸어서 대형 마트까지 갈 수 있는지, 지하철과 가까워서 교통을 이용하기가 편한지, 유명 학원들은 어디에 있는지 등의 정보는 아내가 남편보다 더 밝다.
앞서 말한 조건들은 모두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다. 다시 말해 아내들은 논리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본능적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좋은 아파트의 조건을 알고 있는 것이다. 한 문장으로 말하면, ‘좋은 아파트란 아내들이 좋아하는 아파트’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아파트에 대해 남편보다 아내가 더 절실하다. 본능으로 알고, 절실한 사람을 어떻게 이기겠는가.
대가들의 공통점은 광적 독서가
이 책에서는 주식 대가들과 최고의 트레이더들이 옹호하는 세 가지 기둥을 첫째는 투자 전략과 규율, 둘째는 평생 공부, 셋째는 겸손한 태도로 꼽고 있다. 시장은 치열한 경쟁과 인간의 변화무쌍한 감정이 지배하는 곳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때로는 공포에, 때로는 광기에 사로잡히게 된다. 게다가 인간은 질투하고 시기하는 존재다. 남들이 돈을 벌었다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으리라. 감정적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투자 전략과 규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투자전략은 자신에게 맞아야 한다. 명품이라고 S 사이즈의 체형을 가진 사람이 XL을 입을 수 없는 것 아닌가.
20여년 전에 투자 담당 기자를 시작할 때 궁금한 게 있었다. 나는 돈이 없는데, 투자로 돈 번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성공했을까. 여러 가지 공통점을 꼽을 수 있지만 명명백백한 한 가지는 그들은 대부분은 대단한 독서가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읽고 또 읽었다. 처음에는 투자 대가들의 책을 읽고, 지식과 기술이 쌓인 후에는 범위를 확장해 역사·과학 분야 등을 공부했다. 기업 분석 보고서를 만화책 보듯이 읽은 이도 있었고, 과학 기술의 역사를 공부하는 이들도 봤다. 심심하면 아파트 시세표를 보면서 각 지역의 평당 가격을 분석하는 이도 만난 적이 있다. 여하튼 그들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많이 읽었다. 왜 읽을까. 지식을 쌓으면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많이 알수록 불확실성은 줄어드는 법이다.
많이 알아도 틀릴 수 있는 게 투자의 세계다. 그래서 자신의 판단이나 결정이 항상 옳을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최악의 투자를 한 사람들 중에는 논리적이면서 세상 모든 일을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똑똑하지만 지적으로는 딱딱(Hard)하다. 유연함이 없다. 하지만 투자에서도 부드러운(Soft) 겸손함이 더 필요하다. 결코 우리는 완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주 틀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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