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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탄 APO 사무총장이 보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 “비가역적 변화, 관광 의존도 높은 아시아 타격 심각”

[목탄 APO 사무총장이 보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 “비가역적 변화, 관광 의존도 높은 아시아 타격 심각”

디지털 전환 필요하지만, 비타민인지 진통제인지 자문해야 … 한국은 교차 혁신의 좋은 사례
AKP 목탄 사무총장은
1990~2000년대 전 세계로 퍼진 경제적 풍요는 국제 분업의 결과물이다. 당시 글로벌 가치사슬은 설계·개발→부품→조립·제조→판매→애프터서비스 중 부품·조립·제조 영역의 부가가치가 큰 역스마일커브 형태였다(스마일 커브란 제조 산업에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다양한 단계에서 부가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그래픽으로 나타낸 것이다. 제조 전 단계와 제조 후 단계에서 부가가치가 더 많이 창출되는 것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국제사회가 데이비드 리카도의 경쟁우위 국제무역이론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제조업 분야에 뛰어들며 생산성이 대폭 개선되고,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없는 호황을 맛봤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과 미·중 간에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사회가 과거로 역행하고 있다. 분업을 통한 효율성 향상보다는 자국 경제를 자극하기 위한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본국 이전) 정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국가 간 공조 약화는 지역 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세계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다. 이에 많은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국제 공조 복원 방안을 두고 골머리를 앓는다.

이에 아시아 지역의 공급사슬 강화를 통해 생산성 강화를 지향하는 국제기구 아시아생산성기구(APO)의 아크마드 쿠르니아 프라위라 목탄 사무총장과 단독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국제기구가 그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 사회의 모습을 듣기 위해서다. APO는 1961년 설립된 지역 정부 간 비정치·비영리·비차별 기구로 지식과 성장 경험을 공유하고 역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생긴 조직이다. 한국과 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목탄 사무총장은 2013~19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부총장을 역임한 국제관계·경영 전문가다. 목탄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의 어려움이 더욱 클 것”이라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이 얼마나 이어질 것으로 보나.


“전 세계적으로 백신이 배포돼도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데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19는 독감 형태로 남을 가능성이 커 ‘위드 코로나’를 염두에 둬야 하며, 일부 산업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특정 비즈니스는 경쟁력을 잃어 영원히 사업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주목받는 산업군도 등장할 것이다. 주요국 경제는 2022년 초엔 팬데믹 사태 이전의 생산량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개도국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언택트 산업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디지털을 비롯한 여러 기술의 발전을 가속했다. 긍정적인 변화다. 배달 서비스를 비롯해 핀테크·증강현실(AR)·가상현실(VR)·로봇공학·인공지능(AI)이 번창할 것이다. 가상 회의, 가상 활동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았단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사람들은 생산적인 방법에 익숙해지고 있으며,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더욱 확장할 것입니다.”
 “고용상황 2차대전 이후 최악, 정부 지원 불가피”


코로나19 사태가 고용 악화로 이어지지 않았나.


“이번 고용 악화는 전례 없이 깊다. 거리두기 여파로 많은 사업장이 폐쇄했고 많은 근로자가 소득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고용 감소 상황이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 등 취약 계층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대개 의료 및 사회 보호 서비스에도 접근이 제한됐다.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이들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 영역은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어 각국 정부의 균형 잡힌 지원이 필요하다. 피해가 심각한 분야를 우선 지원해야 한다.”



금융 부문의 잠재적 위험성도 커지지 않나.


“특정 산업에 대한 투자는 의심할 여지 없이 감소하고 있다. 기업 가치 평가는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동의할 거란 가정을 전제로 둔다. 그러나 일부 투자 실패나 고평가된 기업의 가치 하락이 발생하면 이런 전제가 무너지게 되고 많은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다만 미래지향적이고 유망한 분야에 대한 투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는 금융 부문의 어떤 부담도 주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산업이 몰락하고, 떠오를까.


“전 세계적으로 4억4600만 명의 근로자가 활동하는 제조부문이 공장 폐쇄와 글로벌 공급사슬의 손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입을 것이다. 요식업과 더불어 자동차·섬유·의류·가죽 등 산업의 수요가 억제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와 e커머스·배달 등은 부상하고 있다. 수백만 명의 소비자가 새로운 온라인 구매 습관을 만들고 있다. 이는 기존 쇼핑몰 산업을 영구적으로 대체할 것이다.”



생산성 강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에 나선 기업들의 올바른 접근 전략은.


“디지털 전환은 소프트웨어·하드웨어·휴먼웨어를 포함한 개념이다. 단순히 온라인 프로세스로의 변화가 아닌, 관리 혁신으로 이해해야 한다. 기업 문화와 직원들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또 비즈니스 담당자들에게 적응 시간을 주기 위해 지속적, 점진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아마존·구글·알리바바 때문에 ‘포모’(FOMO, 소외되거나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태도로는 접근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디지털 혁신은 수단이다. 먼저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해야 한다.”



만약 디지털 전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없다면 접근할 필요가 없나.


“그렇다. 해결하려는 문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 통증 완화에 꼭 필요하지 않은 비타민인지, 확실히 필요한 진통제인지는 자문자답해야 한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크다면 당장 시도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미뤄도 괜찮다. 디지털 전환이 조직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가에서 시작해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
 “관광 의존도 높은 아시아 타격 더 클 것”


지역별로도 위기·기회가 엇갈리지 않나.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국가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체로 보면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무역·관광 산업 의존도가 높아서다. 중동 지역도 유가 폭락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민간 기업을 보호하고 가계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공적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기술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이 지속적인 번영과 빈곤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에, 기술력 향상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중 관계 악화가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을 줄까.


“중단기 관점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다만 국제사회는 현재 위기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정책 조정과 더불어 다자간 접근에 나서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긴장이 완화할 거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최근 주요국들이 리쇼어링 등 국제 분업을 분절하고 있지 않나.


“일시적인 이슈다. 코로나19가 불가역적 변화를 부르지만,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선 국가 간 경쟁우위를 고려하면 곧 정상화될 것이다. 한 국가에서 생산의 모든 절차를 밟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한 국가가 국내 정치에 기반을 둔 결정을 내리면 그 대가는 결국 고객과 국민이 치러야 한다.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단순화해서는 안 되며, 많은 국가가 강력한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 더욱 개선된 아이디어를 내놓을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도 자국 우선주의가 강해지지 않나.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해외여행 금지, 의료 장비 및 식품 수출 통제, 관세 부과 등 일이 벌어졌다. 펜데믹을 이겨내기 위해선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 개방이 필수며, 각국이 협력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질병은 모든 국가가 똑같은 어려움을 겪게 한다.”



글로벌 생산성 강화에서 아시아의 역할과 기회는 무엇인가.


“아시아는 수십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다. 한국·일본·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과 같은 국가는 해외 직접 투자 유치는 물론 수출 증대를 통해 글로벌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 등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경제적 성공은 이들 국가의 빈곤 감소, 기대 수명 증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평한 기회, 거시 경제 및 금융 안정성 강화, 경쟁력·혁신 촉진, 환경 보호 등은 과제다.”
 “팬데믹 이기려면 자국 우선주의 타파해야”


아시아 발전에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한국은 개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최초 사례다. 한국의 선형적 국가 발전은 경제 변화와 성장에 기반을 두고 있고, 그 교훈과 사례를 다른 아시아 국가에 공유하는 역할을 해왔다. 한국은 아시아 각국에 적합한 성장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고 있으며, 이는 여타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비즈니스에 큰 기회와 교차 혁신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한국은 수출 문화를 발전시키고 사업 영향력을 확대하는 좋은 사례다.”



국제관계에서 이상주의가 쇠퇴하고, 국제기구의 의제 설정 능력도 축소되고 있다.


“APO의 경우 국가 생산성 조직 강화에 초점을 맞춰 포용적이고 혁신을 촉진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궁극적으로 지역의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컨설팅과 실무자 교육을 펼치고 있으며 비영리단체(NPO)의 제도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니셔티브의 구축은 국제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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