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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새로운 동력 원하는 한국 주식 시장

[이종우 증시 맥짚기] 새로운 동력 원하는 한국 주식 시장

코스피 고점 뚫기 도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
지난 3월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워싱턴 연방 의사당에서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법안에 서명하는 모습. / 사진:AP=연합뉴스
주식시장의 여건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태다. 무엇보다 경기에 대한 기대가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성장률을 1월 5.5%에서 6%로 올려 잡았다. 내년 전망치도 4.2%에서 4.4%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이렇게 높아진 건 미국 때문이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6.4%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지난 1월 전망치와 비교하면 석 달 만에 1.3%포인트가 상향 조정됐다.
 미국 주도의 경기 회복 기대
경기 회복만큼 시장의 기대를 높여주고 있는 부분은 지금이 회복 초기라는 사실이다. 당장의 회복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앞으로 상당 기간 회복이 이어질 거란 기대도 있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선진국 시장도 우리 주가에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국가별 주식시장 연계 정도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같이 오르고 같이 내려가는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 미국 기술주가 우리 시장에 특히 강한 영향을 주고 있는데 지난 몇 주간 애플,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가 상승해 코스피를 끌어올렸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금융완화에 대한 소신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미국 연준이 물가상승이 일시적이기 때문에 기존 금리 인상 계획을 바꾸지 않겠다고 얘기했고, 연초와 달리 이번에는 시장이 연준의 의견에 동의했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 0.6% 상승해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투자자들이 관심을 표명하지 않은 것도 연준의 생각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잠재적인 악재가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경제 변수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경기 회복과 관련한 지표는 비중 있게 다루는 반면, 물가 상승이나 금리 인상 같이 불리한 지표는 등한시하고 있는데 주가 상승기에 나타나는 전형적 모습이다.

우리 주식시장은 환경에 비해 상승이 더디다. 3월 이후 코스피가 4% 정도 상승했지만 나스닥이나 독일시장에 비해서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 주가가 강하게 오르지 못하는 건 주도주가 없어서다. 두 달 사이 코스피가 2950에서 3200까지 올랐지만 상승 종목은 작년보다 지속성이 약했다. 업종 대표주는 작년처럼 한꺼번에 오르지 못하고 어제는 반도체, 오늘은 2차 전지식으로 매일매일 상승 종목이 바뀌었다. 그 상승마저 주가가 작년 고점 부근에 도달하면 힘을 잃었고 업종대표주를 대신할만한 종목이 나오지도 않았다.

주가가 크게 오를 때에 종목별 움직임은 정형화된 형태를 보인다. 종목에 관계없이 크게 오른 후 조정에 들어가는 1차 상승이 있은 후 새로운 주도주가 만들어져 이들을 중심으로 코스피가 움직이는 2차 상승으로 진행된다. 지금 시장은 1차 상승이 끝났지만 2차 상승으로 넘어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2차 상승으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작년 하반기에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50% 이상 늘었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이익 증가로는 주가를 움직일 수 없다. 이익 증가의 상당 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인데 1분기 이익이 80% 가까이 늘어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경기가 예상보다 더 좋아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근 미국시장이 강하게 상승하는 건 당초 4%로 예상했던 성장 전망이 6%를 넘어 8%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우리도 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지긴 했지만 미국처럼 인상적인 숫자는 아니었다. 새로운 전망이 만들어지면 이를 동력 삼아 주도주가 만들어질 텐데 그 과정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우리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3월 이후 우리시장은 ‘9시부터 11시까지는 미국시장에, 11시이후는 중국시장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중국 주가인데, 2월 중순 이후 다른 주요국 시장이 오르는 동안 상해종합지수는 5% 넘게 하락해 우리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이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완화 정책 후퇴 우려 때문이다. 지난 3월초 인민은행이 시중은행들에게 올해 신규 대출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중국의 통화 정책이 작년에 비해 긴축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중국의 통화정책이 바뀐 건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해 가계부채 증가를 막지 않고는 상황을 수습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1~2월에 중국의 신규주택거래가 133% 증가했다. 그 영향으로 주택구입에 들어가는 주택담보대출 역시 14% 늘어 7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 20% 가까운 경제 성장을 계기로 ‘경제의 정상화’가 이루어진 만큼 앞으로 중국 정부는 ‘정책의 정상화’쪽으로 나갈 텐데 그게 시장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인민은행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해 통화 정책의 급선회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긴축 강화가 당연히 경기와 기업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국가통계국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이신 제조업 PMI가 하락하는 등 완화정책의 후퇴가 민영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중심 역할을 하는 기술주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중국 시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은 가장 먼저 코로나 이전 시중금리 수준을 회복한 나라다. 이에 따라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술주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아케코스 사태’ 때문에 기술주 상황이 더 악화된 면도 있다. 미국 ‘아케고스 캐피탈’이란 회사가 투자은행들로부터 자산의 다섯 배에 달하는 빚을 내 주식을 매수했다가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본 사건인데 바이두 등 중국 기술 기업이 아케고스의 주요 매수 대상 종목이어서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시장 하락이 우리시장의 발목을 잡아
코스피가 중국 시장의 영향권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는 선진국시장에 달려있다. 미국시장이 빠르게 상승할 경우 중국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우리 주식시장도 선진국과 같은 형태로 움직일 것이다.

코스피는 당분간 고점을 뚫기 위한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주식시장 여건이 좋은 만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처음 금리가 오를 때에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허나 금리가 일정수준에 도달하자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마찬가지의 일이 경기 변동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지금은 경기 회복 초기여서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주가가 저점대비 100% 이상 상승하는 동안 경기 회복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면 경기회복에 의한 주가 상승도 남은 부분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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