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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나라’로 시작, 게임업계 맏형까지…공격적 M&A 통했다

[게임 빅3 대해부] 넥슨①
게임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 시대’ 열어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위기 맞아

 
 
넥슨 사옥 〈사진=넥슨〉
※지난 20년간 급속히 성장한 국내 게임 산업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눈부신 외형적 성장과 달리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중국산 게임의 공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는 빅3의 경쟁력을 집중 분석했다. 첫번째는 게임업계 맏형 넥슨이다. [편집자]
  
 
넥슨은 명실상부한 국내 1위 게임사다. 지난해 게임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 시대’를 열었다. 2위인 넷마블과 비교해도 매출 부분에서 6000억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넥슨은 그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높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넥슨이 항상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엔씨소프트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를 맛봤으며, 무리한 캐시 아이템 남발로 인해 ‘돈슨’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대표 지적재산권(IP)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상황이다.
 

작은 오피스텔에서 시작한 넥슨온라인게임 전성시대 열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넥슨의 시작은 여타 스타트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는 송재경(현 엑스엘게임즈 대표)과 1994년 12월 넥슨을 창업했다. 그의 나이 26세였다.  
 
넥슨은 2년여 개발 기간을 거쳐 1996년 국내 최초의 그래픽 기반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를 선보인다. 고구려 대무신왕의 정벌담을 그린 원작 만화 [바람의나라]를 기반으로 만든 이 게임은 지금의 온라인게임들을 있게 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당시 PC게임 일변도였던 게임 시장에 등장한 바람의나라는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준다. 이후 국내 게임 시장은 온라인게임 위주로 재편된다.
 
넥슨은 바람의나라 후속작으로 ‘어둠의 전설’ 뿐만 아니라 캐주얼 장르인 ‘퀴즈퀴즈’를 서비스했다. 퀴즈퀴즈는 유저들끼리 퀴즈를 풀어 대결하는 방식으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넥슨은 퀴즈퀴즈를 통해 전 세계 최초로 ‘부분유료화’ 모델을 도입했다. 부분유료화란 게임은 무료로 제공하고 게임 아이템 등을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전까지는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유료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넥슨의 부분유료화 모델은 국내 게임사들을 넘어 해외 게임사들로 퍼졌으며 이제는 게임업계 대표적인 과금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2004년 넥슨은 게임업계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지게 된다. 하지만 넥슨을 퇴사한 송재경은 엔씨에 입사해 ‘리니지’를 개발했고, 당시 엔씨는 리니지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는 상황이었다. 넥슨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에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의 개발사 위젯을 인수하기로 한다. 넥슨은 거금 400억원을 들여 위젯을 인수한다. 이후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의 현지화 및 서비스 노하우를 결합해 전 세계 110여 개국에서 약 1억8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글로벌 타이틀로 성장했다.
 

몸집 키운 넥슨, 게임업계 강자로 부상

 
넥슨은 2008년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을 3852억원에 인수한다. 넥슨이 네오플을 인수할 당시 업계에서는 넥슨이 지나치게 비싼 값을 지불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현재 네오플 인수는 넥슨의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던전앤파이터가 중국에서 국민게임으로 떠오르며 넥슨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넥슨은 2010년에도 공격적인 M&A를 이어갔다. 넥슨은 ‘군주’를 개발한 엔도어즈와 ‘서든어택’을 개발한 게임하이를 잇따라 인수했다. 당시 서든어택은 국내 1인칭슈팅(FPS)게임의 절대강자였다. 106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인기 게임이었다. 넥슨은 서든어택 인수를 통해 캐주얼게임부터 역할수행게임(RPG)에 FPS까지 확보한 종합 게임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2010년대에 들어 넥슨은 명실상부한 업계 1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회사가 커진 만큼 넥슨을 비판하는 소리도 점차 커져 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돈슨’이라는 오명이다. 넥슨의 부분유료화 정책은 양날의 검과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게임 아이템 판매를 통해 넥슨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돈만 밝히는 게임사라는 불명예 역시 안겨줬다.
 
이후 2014년 넥슨은 지스타에서 ‘돈슨의 역습’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돈슨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돈슨의 이미지를 탈피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넥슨은 엔씨와의 악연도 가지고 있다. 넥슨은 2012년 지분 인수를 통해 엔씨와 손을 잡았다. 당시 국내 게임업계 1위와 2위를 달리던 두 업체의 협업은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여러 차례 합동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두 업체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다. 이후 넥슨은 2015년 엔씨의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하며 엔씨와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당시 여론은 넥슨에 불리했다. 공격적인 M&A로 성장해온 넥슨이 엔씨까지 집어삼키려 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결국 넷마블이 엔씨의 백기사로 등장하며 상황은 엔씨의 경영권 방어로 끝을 맺게 된다.  

매각 이슈로 곤혹…확률형 아이템 논란 여전

 
넥슨은 지난 2019년 매각 이슈로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매각설이 불거진 직후 김정주 대표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며 넥슨 매각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게임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이후 김 대표는 넥슨 매각을 보류했다. 업계에서는 최소 10조원으로 추정되는 높은 몸값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넥슨은 매각을 철회한 이후 조직 개편에 나섰다. 신규 프로젝트를 비롯해 흥행에 실패한 게임들을 대거 정리했다. 넥슨의 개발 기조 역시 ‘다양성’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바뀌었다. 이후 자체 내부평가를 통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만 살렸다.
 
그렇게 출시된 모바일게임 ‘바람의나라:연’, ‘카트라이더:러쉬플러스’ 등은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앞서 넥슨은 모바일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모바일게임 연타석 흥행 신화를 기록 중이다. 2019년 말부터 시작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넥슨은 최근 다시 한번 악재로 시름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터진 것이다.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등 넥슨 대표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논란이 발생했다. 유저들은 ‘트럭 시위’ 등을 통해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넥슨은 서비스하고 있는 주요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단계적으로 공개해 나가기로 했다. 확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도 연내 적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넥슨의 확률 공개에도 불구, 유저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진정어린 사과를 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넥슨은 방어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유저들은 넥슨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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