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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대표주에 편안하게 투자하던 때는 끝났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주식시장 환경이 좋지만 주가는 속도를 내지 못해
종목별 실적 꼼꼼히 따져야

 
 
[중앙포토]
 
4월 20일까지 수출이 전년대비 45% 늘었다.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감안할 때 상당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3월 취업자 수도 2692만명으로 작년에 비해 31만4000명 늘었다. 선행지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경기회복이 고용 등 후행지표 회복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기업실적에도 영향을 줬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시작된 호실적이 자동차회사에서도 재현돼, 현대차와 기아가 시장 예상치를 10% 이상 웃도는 영업성적을 내놓았다.  
 
해외도 사정이 비슷하다. 1분기에 중국 경제가 18.3% 성장했다. 1992년 분기별 성장률을 집계 이후 최고치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10.3% 늘어난 건데, 2020~2021년 성장률 평균이 5%를 조금 넘어 중국의 잠재 성장률과 비슷하다. 이런 증거를 가지고 판단할 때 중국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추세를 회복했다고 보는 게 맞다. 미국도 발표되는 경제 수치 대부분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반면 금리는 오르지 않았다. 시장 입장에서 보면 가장 좋은 시간을 맞고 있는 셈이다. 1조9000달러의 경기부양책 중 개인 보조금 지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지표호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좋은 주식시장 환경만큼 주가는 오르지 못했다. 코스피가 3200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고, 미국시장 역시 고점을 경신한 후에도 상승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인도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 얘기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코로나19가 문제라면 질병을 잡지 못하고 있는 유럽도 주가가 약해야 하는데, 유럽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을 보면 질병의 설득력은 더 약해진다.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가 작년 말의 1/3수준인 6만명대에 머물고 있고, 백신 접종이 바이든 정부가 목표했던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주가가 여기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

 
시장 환경이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지 않는 건 기대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돼 버렸기 때문이다. 연초 통과된 미국의 1조9000 달러 부양책이 집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 지표 회복이 새롭지 않다. 올해 상반기 경제 지표와 기업실적이 좋을 거란 전망은 이미 작년부터 얘기돼온 부분이다.  
 
연초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하자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지금은 금리가 그때보다 더 높지만 투자자들은 금리가 얼마가 되든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 금리를 이겨내는 특별한 힘이 생겨서가 아니다. 석 달 이상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자들이 금리 상승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경기와 기업실적도 그런 형태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익숙해지다 보니 호재가 호재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반기에 경기와 기업실적 모멘텀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주가는 기업실적 수준과 모멘텀에 의해 결정된다. 수준이 실적의 현재 높이를 나타낸다면, 모멘텀은 지금보다 얼마나 더 높아질 수 있느냐를 나타낸다.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을 가지고 용어를 설명해 보면, 1조6000억원이란 수치는 수준이지만,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2% 늘어난 건 모멘텀이 된다. 올해 상반기는 수준과 모멘텀이 모두 좋다. 반면 하반기는 수준은 괜찮지만 모멘텀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1~2분기에 이익이 크게 늘어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추가로 늘어나는 폭이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박스권, 실적 영향은 종목별로 다르게 나타날 듯

 
그럼 시장의 모멘텀이 강화될 수 있는 요인이 있을까?
국내외 성장률과 기업실적,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실적 등을 꼽을 수 있지만 모두 큰 힘이 되진 않을 것이다. 작년에 경기가 좋지 않았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경제지표는 증가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미국의 부양책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어지간한 수치로는 투자자를 만족시키기 힘들다. 기업 실적도 사정이 비슷하다. 4월 초 미국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이익 기대치도 따라 높아져 실적의 영향력이 줄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경제나 기업실적으로는 주가를 움직이기 힘들다.
 
연준의 금융 완화정책도 생각해볼 수 있는 재료지만 똑같은 얘기를 너무 많이 반복했기 때문에 영향력을 확신하기 힘들다. 캐나다 중앙은행의 테이퍼링 결정으로 미국도 조만간 긴축을 강화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커졌다. 고용이 제자리를 찾아야만 테이퍼링에 들어가겠다는 얘기만을 반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3월에 미국에서 일자리가 100만개 가까이 늘었고, 4월도 비슷한 숫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완화정책을 마냥 고수하는 건 미래를 감안하지 않는 정책으로 낙인 찍힐 우려가 있다. 연준 관계자들이 여러 발언을 통해 완화 정책유지를 수 차례 밝혔고, 그 입장이 주가에 반영된 만큼 연준의 말이 갖는 무게감이 클 수가 없다.
 
새로운 모멘텀이 없는 만큼 코스피는 힘이 강하지 못할 걸로 보인다. 3000~3250의 박스권에 머물고, 만일 주가가 이를 뚫고 올라가더라도 탄력이 강해지기보다 가격 부담 때문에 다시 힘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미국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까지 상승한다면 우리 시장도 비슷한 반응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주가를 끌고 갈 동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2분기까지는 박스권 상단에 도달하면 보유량을 줄이고 하단에 도달하면 매수규모를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올라가는 주가를 계속 따라가야 했던 연초와 다른 형태다.  
 
1분기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종목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실적 발표를 한 날부터 주가가 내려오기 시작해 8만원대 초반까지 밀렸다. 현대차 그룹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100% 넘게 증가했지만 실적 발표 당일 주가가 좋지 않았다. 업종 대표주는 실적과 주가가 따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그 동안 주가가 업종대표주보다 오르지 못했거나 핵심에서 밀려나 있었던 업종, 예를 들면 은행이나 철강 같은 경우 실적 발표를 계기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관심을 모으지 못했던 종목일수록 실적에 강하게 반응하고 있는 건데 이런 패턴은 1분기 실적 발표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실적이 주가에 선별적으로 반영되고 있음을 감안해 중소형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 이후 중소형주는 실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은 적이 없었다.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라 시장의 중심에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괜찮은 실적이 나올 경우 가격에 반영될 여지가 크다. 
 
지금이 대기업에서 시작된 이익 증가가 중소기업으로 내려오는 상황이란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업종 대표주에 편안하게 투자하던 때는 지나갔다. 지금은 종목별 실력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 시간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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