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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열 리얼 포커스] 주거공간, 애완동물에 맞춤 변화 중

공동주택 주거 갈등으로 번져…펫 서비스 갖춘 아파트 인기

 
 
경기도 용인의 반려견 맞춤형 주택단지. 방에서 거실을 내다볼 수 있는 투시창문. [중앙포토]
개나 고양이 등이 ‘반려동물’이 되면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큰 폭으로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밀집도가 높은 도심에서 주거공간과 생활환경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KB금융그룹이 발표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하고, 1448만명이 애완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개를 기르는 가구가 80.7%,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가 25.7%로 나타났다. 공원이나 길거리를 돌아다녀보면, 애완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을 이젠 흔하게 볼 수 있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애완동물과 관련된 산업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애완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80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올해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완동물 관련 용품, 펫 케어 서비스, 펫 전용 공간 등 여러 분야에서 애완동물 관련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애완동물 산업의 급성장은 애완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주거 공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반려견 맞춤형 주택단지. 반려견이 드나드는 펫도어(pet door)를 설치해 화장실 문을 열어놓을 필요가 없다. [중앙포토]

집주인, 집 망가트리는 걱정에 애완동물 세입자 거부  

 
애완동물을 인생의 반려자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관련 수요와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반려동물로 인해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갈등도 역시 늘고 있다. 최근 집주인들이 애완동물이 집을 망가트린다는 걱정에 세입자를 들일 때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 세입자만 찾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심지어 전세계약서 특약에 ‘반려동물 금지’를 명시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세입자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다는 특약을 무시하고 키우다가 집주인에게 발각되면 임대차 계약에 따라 계약 해지의 사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반려동물에 의해 손상된 집의 수리도 책임져야할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세입자들은 갈 곳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애완동물 갈등은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러 가구들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에서는 애완동물의 냄새와 소음으로 이웃간에 불화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택 중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처럼 여러 가구가 모여 거주하는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한다. 이처럼 많은 가구가 거주하는 만큼, 애완동물로 인해 생기는 갈등과 피해도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애완동물로 인한 소음문제가 잦아지고 있다. 직장에 출근하는 대신 집에서 업무를 보는 재택근무 직장인이나 교실이 아닌 집에서 공부하는 학생 등이 이웃의 반려견이 짖는 소리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 심지어 밤이나 새벽에도 강아지가 짖어서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 정도다. 서울시의 반려동물 관련 민원 건수는 1년에 4만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조사도 2017년 현황이라 현재는 이보다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애완동물 가구의 증가로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주택 시장에서도 이를 겨냥해 반려동물 관련 특화설계와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최근 주택 분양 단지에 '펫 파크', '펫 그라운드', '펫 케어 서비스' 등을 적용한 시설들을 함께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섰고, 이를 토대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반려견 맞춤형 주택단지. 반려견이 산책 후 발을 닦는 세족시설. [중앙포토]
 

애완동물로 인한 이웃간 갈등 급증, 법은 저 멀리

 
반려동물 관련 소음은 아파트 층간 소음과 다른 점이 있다. 일반적인 층간소음의 경우 발소리가 주 원인이라 관리사무소를 통해 이야기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경우 통제하기가 어렵다. 아랫집과 윗집 사이에서는 강아지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고 말하고,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웃은 “내 자식을 버리란 말이냐”며 설전이 오간 사례를 종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동물 유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물을 기르고 싶어 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 동물의 소음이나 냄새 등의 문제로 이웃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어쩔 수 없이 내버리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애완동물로 인해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공동주택 내 애완동물 사육에 대해선 법적으로도 제재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9조(관리규약의 준칙) 2항에서는 ‘입주자 등은 가축(장애인 보조견 제외)을 사육하려면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강제할만한 법률적인 제재는 없다.  
 
펫 파크를 함께 설계한 오피스텔 투시도 [사진 경제만랩]
 

반려동물 가구를 위한 신 주거 상품 호응 시세도 호조

 
애완동물 가구의 증가로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주택 시장에서도 이를 겨냥해 반려동물 관련 특화설계와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최근 주택 분양 단지에 '펫 파크', '펫 그라운드', '펫 케어 서비스' 등을 적용한 시설들을 함께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섰고, 이를 토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시설이 적용된 단지는 가격적으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려동물 놀이터 '포레나 펫 파크'를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던 한화건설 포레나 천안두정의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지난 3월 4억7090만원에 거래돼 전년 같은달 거래가(3억4880만원)보다 1억원 가량 상승했다.
 
이렇듯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하는 가구가 증가할수록 반려동물 가구를 겨냥한 특화 상품을 갖춘 주거 상품이 앞으로 더욱 각광받을 전망이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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