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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기금 30배 이상 불린 '투자 구루' 스웬슨의 유산

[이상건 투자 마인드 리셋]
"적극적으로 자산배분하고 주기적으로 리밸런싱하라"

 
 
지난 3일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또 한 명의 투자 거장이 세상을 떠났다. 연기금 업계의 슈퍼스타, 자산배분의 대가인 예일대 기금 최고투자책임자 데이비스 스웬슨이 5월 6일 자신이 사랑했던 예일대 교정과 이별했다. 스웬슨은 국내에서는 워런 버핏, 피터 린치만큼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지만 자산배분에 대해서 공부를 하거나 연기금 업계와 관련된 사람들에겐 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였다. 자산배분에 관한 최고의 이론가였으며 예일대 기금을 통해 자산배분의 위력을 수익률로 증명한 실천가였다.
 
그는 1985년 31세의 젊은 나이에 예일대 기금을 맡아 예일대를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대학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가 운용을 시작했을 때, 10억 달러였던 예일대 기금은 지난해 321억 달러로 30배 이상 불어났다. 30년간 스웬슨은 연평균 1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가 존경받는 이유는 이런 빼어난 수익률뿐만 아니라 기금 운용 투명성, 수많은 기금업계의 매니저를 육성하는 등 기금운용의 전범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30년간 연평균 12.4%의 수익률 거둬  

 
스웬슨은 철저하고 공격적인 분산투자의 신봉자였고, 행동가였다. 그가 취임했던 8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대개 주식과 채권에 60:40으로 분산하거나 채권 위주로 운용하는 게 일반적인 아이디어였다. 스웬슨은 적극적인 분산투자가 리스크를 낮추고 장기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낳는다는 신념 아래 포트폴리오를 바꾸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이런 아이디어가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당시만 해도 파격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는 주식과 채권이라는 전통자산(conventional asset)에서 벗어나 헤지펀드, 부동산 등 다양한 대체자산(alternative asset)과 벤처캐피탈로 투자 대상을 확장했고, 심지어 나중에는 목재와 같은 실물 자산에 투자하기도 했다. 투자 지역도 미국 일변도에서 선진국, 이머징마켓 등으로 확장했다. 나중에 ‘예일 모델(Yale Model)’로 불리게 되는 자산배분 모델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스웬슨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자산배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 성과를 결정짓는 세 가지 변수, 즉, 자산배분, 마켓 타이밍, 종목 선택 중 자산배분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력이 100% 이상이라고 확언한다. 
 
마켓 타이밍과 종목선택이 수익률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이유로 그는 두 가지를 꼽고 있다. 하나는 주식시장이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주식을 사서 돈을 번 사람이 있으면, 반대편에 손해를 본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승자가 있으면 그에 대응하는 패자가 있다는 것. 게다가 이 과정은 공짜가 아니다. 거래 비용이 존재한다. 비용은 길게 보면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스웬슨은 얘기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리밸런싱이다. 자산배분에서 리밸런싱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처음에 설정해 놓은 비율은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에 각각 50%씩 투자했다고 하면, 주가의 움직임에 따라 그 비율은 달라진다. 특히 폭락기에는 그 비율이 급격하게 변한다. 스웬슨은 “리밸런싱은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할 때, 더 중요하다. 주가 하락은 투자자에게 큰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리밸런싱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특히 주가 폭락기에 리밸런싱을 하게 되면, 주식을 더욱 싸게 돼 결국에는 높은 수익률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어떤 대상에 자산배분을 해야 할까. 스웬슨은 기관 투자자였기 때문에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벤처캐피탈과 같은 투자처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투자금액이 많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곳에 접근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스웬슨이 자신의 저서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권고한 포트폴리오는 다음과 같다.
 
‘15% 미국 재무성 채권, 15% 인플레이션 연동 채권, 나머지 70%는 주식에 자산배분하고, 주식도 국내뿐만 아니라 선진국 증시, 이머징 마켓에 나눠 투자해야 한다.’
 

자산배분은 특히 연금계좌 운용에 적합

 
물론 예일대의 포트폴리오는 스웬슨이 추천한 포트폴리오와는 다르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헤지펀드와 벤처캐피탈이다. 둘 다 23.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은 사모펀드(17.5%), 해외주식(11.75%), 부동산(9.5%), 채권 및 현금(7.5%), 천연자원(7.5%), 미국 주식(2.25%) 순이다. 헤지펀드, 벤처캐피탈, 사모펀드와 같은 대체 자산이 압도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스웬슨은 대체자산을 운용하는 투자회사를 선정할 때,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를 엄청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수익률뿐만 아니라 그의 인성까지 따져 봤다고 한다. 그는 직접 주식을 매매하지 않고, 투자 매니저들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자산배분을 했기 때문에 운용자에 대한 깊은 정성적 분석을 했다. 하버드기금의 전 최고투자책임자로 유명한 잭 마이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웬슨은 공격적인 자산배분, 심층적인 펀드매니저 분석 그리고 인내심이 보상을 해 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스웬슨의 아이디어를 개인투자자들이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 중 하나가 연금저축과 퇴직연금계좌이다. 이들 계좌에서는 주식을 직접 살 수 없기 때문에 자산배분을 통해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이들 계좌에서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할 수 있어 저비용의 자산배분도 가능해졌다. 스웬슨은 주식도 국내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이머징마켓에도 분산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는데, 근래에는 연금계좌로 투자할 수 있는 해외 ETF의 숫자들도 많아져서 글로벌 분산투자도 매우 쉬워졌다. 리츠 등을 활용하면, 스웬슨처럼 부동산에도 자산배분을 할 수 있다. 물론 신뢰할 만한 투자회사가 운용하는 공모펀드들도 자산배분하기에 적합한 대상이다.
 
오늘날 개인투자자들은 과잉 투자 정보 시대에 살고 있다. TV와 신문 등 올드 미디어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통해서 정보 폭격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는 스팸 문자를 통해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투자 정보에는 주식을 사고팔고 거래하라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스웬슨은 이런 정보에 의존하는 것은 ‘잘못한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접하는 수많은 정보는 투자 성과를 개선해 주지 않고 단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에 불과하다며, 개인투자자들은 단순하고 명료하게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즉, ‘적극적으로 자산배분하고, 주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하며, 주가 급락기에는 더 과감한 리밸런싱을 하라. 그리고 투자할 때는 비용과 세금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투자 구루 스웬슨이 남긴 유산이 아닐까 싶다.
 
※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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