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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흠(HMM) 좋은데?

[혈세 '1조' 수혈 기업] ⑨ HMM
10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
정부 지원 딛고 선단 규모 확대
6조 정책자금 회수 가능성 높아져

 
 
HMM의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인 오슬로호가 컨테이너를 가득 채운 만선으로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부실기업의 재기‧회생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공적자금'을 비롯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대출 등 이른바 '정책금융'이다. 정책금융의 주체는 은행이고, 이 은행의 최대 주주는 대한민국 정부다. 사실상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는 것이다. 1조원 이상 지원을 받았던 국내 기업의 현 상황은 어떤지 [이코노미스트]가 대표 기업 8곳을 분석했다. [편집자] 
 
HMM(구 현대상선)이 정책금융의 실효를 증명했다. 2018년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으로부터 ‘쌀독에 든 쥐’라는 지적을 받았던 ‘미운 오리 새끼’ HMM은 지난해 정부 지원에 힘입어 ‘백조’로 탈바꿈했다. HMM은 2020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내며, 연간 기준 10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보수적으로 봐도 오는 3분기까지는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매출액 6조4133억원, 영업이익 9808억원을 기록, 창사 44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6.3%, 영업이익은 1조2805억원 증가했다. 21분기 만에 이룬 2분기 영업이익 흑자(1387억원)가 3분기(2771억원), 4분기(5670억원)에도 이어졌다. HMM은 올해 1분기에만 9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증권가 컨센서스는 9645억원으로, 분기 기준 영업이익 약 1조원은 HMM 창사 이래 최고치다.
 

정부 지원으로 선단 규모의 경제 일군 HMM

 
정부의 대대적인 정책금융 지원이 지난해 해운업 호황과 겹치며 HMM의 호실적을 이끌었다. 정부는 2018년 4월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15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열고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확정·발표했다. 계획에는 2만4000TEU(1TEU는 20ft(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이상 12척, 1만6000TEU급 8척 등 초대형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계획이 담겼고, HMM은 계획에 따라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해양수산부의 “컨테이너선 대형화 추세에 맞춘 지원”이라는 설명에도, 지나친 지원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20척 규모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에 3조1500억원이 들었고, 이 중 10%만을 HMM이 부담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90%는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투자·보증으로 이뤄졌다. 아울러 HMM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영구채 매입 출자전환 등으로 3조1000억원 넘는 혈세를 투입 받고도 실적 개선은 커녕 2018년에만 5587억원 적자를 냈다. 
 
 
2019년에도 2997억원 적자를 기록, 누적 5조원 적자를 낸 HMM은 그러나 지난해 환골탈태했다. 2018년 HMM이 정부 지원을 받아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지난해 4월을 시작으로 속속 인도됐기 때문이다. 특히 HMM이 발주한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HMM 규모의 경제를 이끌며 비용을 낮췄다. HMM 관계자는 “2만4000TEU급 초대형선은 유럽항로 평균 선형인 1만5000TEU급 선박에 비해 15%가량 운항 비용이 적게 든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모두 인도받은 HMM의 매출원가율은 80%로 떨어졌다. HMM이 지난 2월 10일 발표한 IR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HMM은 신조 선박 투입에 따라 연료비에서만 전년 대비 1767억원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항만입출항비와 화물 선적·하역 비용을 뜻하는 항화물비, 용선료 등에서도 3122억원이 줄었다. 2018년과 2019년 비싼 용선료에 항만 매각까지 겹쳐 매출원가가 매출을 넘어섰던 것과 대조된다.
 
정부의 정책금융에 힘입은 실적 개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13년 해운업 불황 당시 자금 투입을 위해선 유동성부터 확보돼야 한다는 산업은행의 금융 중심 접근 여파로 팔았던 부산신항 4부두 터미널(HPNT)을 재인수, 사업구조 정상화를 이루고 있어서다. 특히 재인수 과정에서 해양진흥공사가 500억원을 지원했다. HPNT는 현재 하역료 인하에 따른 HMM 수익성 극대화와 초대형 컨테이너선 안정적 기항지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HMM 매출원가율 변화 추이. [중앙포토]
 
시장 상황도 좋다. HMM이 2018년 발주한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이 올해 HMM 선단에 포함할 예정인 가운데 물건을 싣겠다는 수출 기업들이 연일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재(가구·백색가전·플라스틱·자동차)에 의약·위생용품, 생필품까지 제품 수요는 늘었지만, 해운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SCFI는 5월 7일 3095.16을 기록했다. 전 주 3100.74 대비  하락했지만, 2주 연속 3000선을 넘었다.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SCFI는 산출 시작일(2009년 10월 16일)을 ‘1000’으로 보고 시기별 운임지수를 산출한다. 코로나19가 극심하던 지난 4월 818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등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HMM의 실적은 비용 감소에 더한 운임 상승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이후 대규모 투자 탓에 부채비율은 늘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업은행과 해양수산부 등 정부가 쏟은 6조원 넘는 정책금융의 회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산업은행은 HMM이 발행한 오는 6월 30일 만기 전환사채(CB)로 2조원 넘는 평가차액을 낼 수 있다. 3000억원 규모 CB를 주당 5000원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데 HMM 주가가 4만4400원(11일 종가 기준)으로 뛰어서다. 지난해 3월 27일 2120원까지 떨어졌던 HMM 주가는 지난해 2분기 흑자 전환과 실적 기대감에 힘입어 2000% 상승했다. 
 
2016년 7월 채권단 자율협약 후 출자전환으로 HMM 경영권을 가져온 산업은행의 HMM 매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2조원가량 자금을 투입했지만, 매각가는 2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 상황에선 해양진흥공사의 선박 건조 투자금 회수도 순탄한 것으로 나타났다. HMM 관계자는 “대당 1725억원(2만4000TEU급 기준) 상당인 건조 비용의 원금과 이자를 12년에 걸쳐 상환하기로 돼 있다”면서 “원금과 이자 상환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이르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적은 빠르게 올랐지만, 재무구조 안정화까지는 거리가 먼 탓이다. HMM 부채비율은 2018년 296%에서 지난해 455%로 올랐다. 2499%까지 치솟았던 2015년에 비해 많이 낮아졌지만, 2018년 이후 대규모 투자 탓에 부채비율이 늘고 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현재의 물동량 증가 운임 상승 흐름이 계속될지 알 수 없다”며 “장기적 차원의 수익 구조를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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