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땜에 못살아” 3기 때문에 속타는 2기 신도시
계양 ·대장 지역 사전 분양에 김포 ·검단 울상
GTX D노선 강남 직결 무산되자 정부에 성토
경기도 김포와 인천 검단신도시 주민들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서울 지역 집값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분양시장의 열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원안 수정 논란의 불을 지피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청약홈에 따르면 침체에 빠졌었던 검단신도시에 주택수요가 몰리고 있다. 지난 12일 당첨자를 발표한 ‘검단역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의 1순위 최고 경쟁률은 161.57대 1에 달했다. 당첨 가점도 당초 예상됐던 당첨 안정권(60점 초반)을 훨씬 웃도는 69.86점에 이른다.
비슷한 시기 마감했던 검단신도시 ‘우미린 파크뷰’도 1단지의 경우 48가구를 공급하는 전용면적 84㎡ 타입에 1410명이 몰려 1순위 기타지역 최고 경쟁률이 94.83대1을 기록했다. 경쟁률이 가장 낮은 주택형인 전용 59㎡ B타입도 1순위 해당지역 경쟁률이 7.15대 1, 기타지역은 27.11대 1에 이를 정도다. 2단지도 112가구를 공급하는 전용 84㎡가 83.3 대 1을 기록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2기 신도시의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던 모습과 반대되는 상황이다.
서울 집값이 치솟으면서 검단신도시의 분양권 프리미엄도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검단신도시 AB14 블록에 위치한 ‘검단 금호어울림센트럴’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 3월 7억8240만원(23층)에 거래됐다. 이는 분양가(3억9000만원)보다 약 4억원의 웃돈이 붙은 금액이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검단신도시 첫 분양 단지인 ‘검단신도시 호반베르디움(AB15-2블록)’ 역시 지난 3월 전용 72㎡ 분양권이 분양가(3억6000만원) 대비 3억5000만원 이상 오른 7억1200만원(25층)에 팔렸다.
이 같은 집값 상승세는 김포에서도 마찬가지다. 분양가가 3억9140만원이었던 김포 한강신도시 '한강신도시 구래역 예미지' 전용 90㎡는 지난 1월 8억5130만원에 거래돼 분양가 대비 4억5000만원이 넘게 올랐다. 주택시장에서는 서울 집값 상승세에 밀려난 주택수요가 서울과 가까운 인천 검단과 경기도 김포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분양 열기가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2기 신도시의 분양 물량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서울과 더 가까운 3기 신도시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정보 조사 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2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속도가 느린 검단신도시의 경우 올해 입주 물량은 4582가구, 내년 입주 물량은 9052가구로, 2023년까지 총 7만5851가구가 들어선다. 시차가 있지만 3기 신도시까지 더해지면 공급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우수한 인천 계양과 부천 대장에 각각 1만7000여가구, 2만가구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강 건너 고양 창릉에도 3만8000가구가 새롭게 입주할 계획이다.
오는 7월부터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이 예정돼 있어 수요자들이 어느 지역을 택할지 고민 중이다. 7월에는 인천 계양에서 1100가구, 12월에는 부천 대장과 고양 창릉에서 각각 1900, 1700가구의 사전 청약이 예정돼 있다. 2기 신도시인 인천 검단과 파주 운정3도 10월에 각각 1200가구씩 사전 청약 물량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대학의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주 시기에 다소 여유가 있는 실수요자들은 검단이나 김포보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 인천 계양이나 부천 대장, 고양창릉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 집값 상승으로 밀려난 주택수요가 몰리면서 ‘미분양 무덤’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시기와 겹치면서 청약 수요가 분산돼 2기 신도시의 인기나 경쟁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검단과 인접한 김포 한강신도시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안 그래도 3기 신도시 계획 발표로 불만이 쌓여있던 와중에 국토교통부가 4월 22일 4차 국토철도망 계획안까지 발표하면서 불을 붙였다. 정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10년 단위 철도 건설 계획인 국가철도망 계획에 담긴 GTX D노선 계획이 당초 경기도가 요청한 김포~서울 강남~경기 하남이 아닌, 김포-부천을 잇는 노선으로 대폭 축소된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김포와 검단 지역 주민들은 연일 촛불 집회를 개최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검단•경기 김포 시민들로 구성된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는 “2기 신도시로 김포시와 함께 지정된 경기 서북부 파주 운정신도시의 경우 GTX A노선과 경의중앙선과 더불어 3호선 연장선이 확정된데다, 과천시(인구 7만) 3개 노선, 구리시(19만) 4개 노선을 확보했는데도 김포시는 김포주민들의 교통분담금으로 지어진 고작 2량짜리의 경전철이 있을 뿐”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포시 역시 “2019년 도시철도 김포골드라인이 개통했으나 출퇴근 혼잡률이 무려 285%에 달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GTX D노선 원안 사수와 서울 5호선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GTX 논란에는 여권 대선주자들도 가세했다. 지난 17일, 출근길에 김포골드라인을 직접 탑승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날마다 두 번씩 (지옥철 같은) 그런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건 안 된다”며 “GTX D노선 원안을 정부가 지킬 수 있도록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김포골드라인에 탑승한 상태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GTX도 아니고 D 노선도 아니다”고 비판했고 “국토부가 이런 중요한 노선을 경기도민들의 바람과 달리 대폭 축소한 것에 대한 거센 반발이 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원안 통과를 주장했다.
정치권까지 논란에 가세하자 지난 16일 국토부가 한발 물러섰다. 건설 추진 중인 GTX B노선 선로를 활용해 D 노선을 서울 여의도와 용산까지 연장 운행하고, 환승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수평 환승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국토부는 GTX 노선을 오는 6월 확정 고시할 계획이지만 연기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GTX 논란이 지속하자 해당 지역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검단의 한 부동산중개사는 “GTX 노선 발표 전에는 분양권 수요 문의가 많았는데 최근 2~3주는 시들해진 상태”라며 “4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던 A 아파트는 지금 2~3억원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검단 지역의 또 다른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도 “높은 청약 경쟁률에 분양권 프리미엄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물을 끼얹은 모양새”라며 “접근성이 더 좋은 3기 신도시 계획 발표에도 GTX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었는데 이젠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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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에 밀려난 주택수요 몰리자 청약 ‘껑충’
한국부동산원청약홈에 따르면 침체에 빠졌었던 검단신도시에 주택수요가 몰리고 있다. 지난 12일 당첨자를 발표한 ‘검단역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의 1순위 최고 경쟁률은 161.57대 1에 달했다. 당첨 가점도 당초 예상됐던 당첨 안정권(60점 초반)을 훨씬 웃도는 69.86점에 이른다.
비슷한 시기 마감했던 검단신도시 ‘우미린 파크뷰’도 1단지의 경우 48가구를 공급하는 전용면적 84㎡ 타입에 1410명이 몰려 1순위 기타지역 최고 경쟁률이 94.83대1을 기록했다. 경쟁률이 가장 낮은 주택형인 전용 59㎡ B타입도 1순위 해당지역 경쟁률이 7.15대 1, 기타지역은 27.11대 1에 이를 정도다. 2단지도 112가구를 공급하는 전용 84㎡가 83.3 대 1을 기록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2기 신도시의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던 모습과 반대되는 상황이다.
서울 집값이 치솟으면서 검단신도시의 분양권 프리미엄도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검단신도시 AB14 블록에 위치한 ‘검단 금호어울림센트럴’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 3월 7억8240만원(23층)에 거래됐다. 이는 분양가(3억9000만원)보다 약 4억원의 웃돈이 붙은 금액이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검단신도시 첫 분양 단지인 ‘검단신도시 호반베르디움(AB15-2블록)’ 역시 지난 3월 전용 72㎡ 분양권이 분양가(3억6000만원) 대비 3억5000만원 이상 오른 7억1200만원(25층)에 팔렸다.
이 같은 집값 상승세는 김포에서도 마찬가지다. 분양가가 3억9140만원이었던 김포 한강신도시 '한강신도시 구래역 예미지' 전용 90㎡는 지난 1월 8억5130만원에 거래돼 분양가 대비 4억5000만원이 넘게 올랐다. 주택시장에서는 서울 집값 상승세에 밀려난 주택수요가 서울과 가까운 인천 검단과 경기도 김포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기 신도시, 서울 접근성 높은 3기와 청약 경쟁에 불만
하지만 이 분양 열기가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2기 신도시의 분양 물량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서울과 더 가까운 3기 신도시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정보 조사 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2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속도가 느린 검단신도시의 경우 올해 입주 물량은 4582가구, 내년 입주 물량은 9052가구로, 2023년까지 총 7만5851가구가 들어선다. 시차가 있지만 3기 신도시까지 더해지면 공급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우수한 인천 계양과 부천 대장에 각각 1만7000여가구, 2만가구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강 건너 고양 창릉에도 3만8000가구가 새롭게 입주할 계획이다.
오는 7월부터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이 예정돼 있어 수요자들이 어느 지역을 택할지 고민 중이다. 7월에는 인천 계양에서 1100가구, 12월에는 부천 대장과 고양 창릉에서 각각 1900, 1700가구의 사전 청약이 예정돼 있다. 2기 신도시인 인천 검단과 파주 운정3도 10월에 각각 1200가구씩 사전 청약 물량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대학의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주 시기에 다소 여유가 있는 실수요자들은 검단이나 김포보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 인천 계양이나 부천 대장, 고양창릉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 집값 상승으로 밀려난 주택수요가 몰리면서 ‘미분양 무덤’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시기와 겹치면서 청약 수요가 분산돼 2기 신도시의 인기나 경쟁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불 붙던 분양시장에 찬물 끼얹은 GTX D 축소안
검단과 인접한 김포 한강신도시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안 그래도 3기 신도시 계획 발표로 불만이 쌓여있던 와중에 국토교통부가 4월 22일 4차 국토철도망 계획안까지 발표하면서 불을 붙였다. 정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10년 단위 철도 건설 계획인 국가철도망 계획에 담긴 GTX D노선 계획이 당초 경기도가 요청한 김포~서울 강남~경기 하남이 아닌, 김포-부천을 잇는 노선으로 대폭 축소된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김포와 검단 지역 주민들은 연일 촛불 집회를 개최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검단•경기 김포 시민들로 구성된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는 “2기 신도시로 김포시와 함께 지정된 경기 서북부 파주 운정신도시의 경우 GTX A노선과 경의중앙선과 더불어 3호선 연장선이 확정된데다, 과천시(인구 7만) 3개 노선, 구리시(19만) 4개 노선을 확보했는데도 김포시는 김포주민들의 교통분담금으로 지어진 고작 2량짜리의 경전철이 있을 뿐”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포시 역시 “2019년 도시철도 김포골드라인이 개통했으나 출퇴근 혼잡률이 무려 285%에 달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GTX D노선 원안 사수와 서울 5호선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GTX 논란에는 여권 대선주자들도 가세했다. 지난 17일, 출근길에 김포골드라인을 직접 탑승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날마다 두 번씩 (지옥철 같은) 그런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건 안 된다”며 “GTX D노선 원안을 정부가 지킬 수 있도록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김포골드라인에 탑승한 상태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GTX도 아니고 D 노선도 아니다”고 비판했고 “국토부가 이런 중요한 노선을 경기도민들의 바람과 달리 대폭 축소한 것에 대한 거센 반발이 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원안 통과를 주장했다.
정치권까지 논란에 가세하자 지난 16일 국토부가 한발 물러섰다. 건설 추진 중인 GTX B노선 선로를 활용해 D 노선을 서울 여의도와 용산까지 연장 운행하고, 환승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수평 환승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국토부는 GTX 노선을 오는 6월 확정 고시할 계획이지만 연기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GTX 논란이 지속하자 해당 지역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검단의 한 부동산중개사는 “GTX 노선 발표 전에는 분양권 수요 문의가 많았는데 최근 2~3주는 시들해진 상태”라며 “4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던 A 아파트는 지금 2~3억원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검단 지역의 또 다른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도 “높은 청약 경쟁률에 분양권 프리미엄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물을 끼얹은 모양새”라며 “접근성이 더 좋은 3기 신도시 계획 발표에도 GTX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었는데 이젠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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