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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테마주 ②] 5년마다 대선, ‘주식 투기판’도 벌어졌다

대선주자 당락 관계없이 끝장엔 '폭락'
문재인·반기문·안철수 관련주 결국 하락세
“대부분 실체 없고 영업실적 부실, 주의”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7년 4월 30일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인쇄소에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인쇄된 대선 투표용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현장풀 동아 박영대 기자]
 
증권가에는 선거철마다 도깨비시장이 선다. 시장에선 6하 원칙이 작동하지 않는 학연·지연·혈연·직장연으로 거래가 일어난다. 존재 여부도 알길 없는 ‘카더라’ 통신사는 연일 풍문 뉴스를 찍어낸다. 사람들은 머리로는 손가락질하면서 몸은 장에 뛰어든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심정이다. 이 덕에 평소 존재감 없던 기업들이 뜬금없는 날개를 달기도 한다. 이에 감독관은 휘슬을 부른다. 올해만 5월까지 22번이나 불었다. 기업에겐 경고, 거래자에겐 주의다. 하지만 그 때뿐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도깨비시장을 휘젓고 다니는 일희일비 ‘정치인 테마주’를 진단했다. [편집자]
 
5년에 한 번 주식시장에서는 정치인 테마주가 요동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정치인 이름의 꼬리표를 단 테마주에 자금이 몰린다는 뜻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묻지마 투자라고도 하지만 사실상 투기판”이라고 말한다. 특정인과 연결돼 있다고 알려진 회사의 주식은 ‘그의 친척이 근무하는 회사여서’, ‘초등학교 동창이 대표인 업체여서’, ‘그가 한때 몸담았던 조직이라서’ 라는 갖가지 이유로 테마주로 묶인다. 그리고 이들 종목은 불과 두세 달 사이에 몸값이 몇 배로 뛰기도 한다.  
 
사람들이 테마주로 몰리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나도 한탕 하고 싶다”는 심리적인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믿을만한 투자처는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급등세를 보이는 종목에 올라타면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특정한 이유 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만큼 언제든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정치인 테마주의 주가 변동 추이를 추적해보니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치인의 영향력과 비례해 움직였다가 선거가 끝나면 결과와 관계없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인이 선거에 나설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해도 주가는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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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이름 붙은 테마주…이유 없는 급등락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테마주로 알려졌던 종목들도 주가 급등락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대표 종목은 바른손과 우리들휴브레인이다. 바른손은 이 회사의 법률 고문이 ‘부산’ 법무법인 소속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테마주로 거론됐다. 문 대통령이 과거 이 ‘부산’에서 일했던 이력이 있다는 이유였다. 우리들휴브레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인 이상호 우리들병원장의 부인이 대주주라는 이유로 테마주가 됐다.  
 
이 종목들은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급등락했다. 2011년 12월 29일 1850원으로 장 마감했던 바른손 주가는 2012년 2월 8일 1만800원까지 올랐다. 5배 가까이 몸값이 뛴 것이다. 이후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해 같은 해 12월 28일에는 1605원을 기록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2016년 6월 30일 5000원이던 주가는 9월 19일 1만5550원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높아지면서 다음 대통령 후보로 문재인 대통령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시기다. 이후 주가는 1만원 선을 유지하다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2017년 4월 3일 1만원 밑으로 내려왔다. 대선이 끝난 다음날(5월 10일)에는 5000원 선도 무너져 4830원으로 장을 마쳤다.  
 
우리들휴브레인의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11년 12월 29일 628원에서 이듬해 2월 20일 4005원까지 뛰었다. 석 달 만에 6배가량 몸값을 불린 것이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28일 주가는 제자리 수준(685원)으로 돌아왔다. 5년 뒤 대선이 돌아오자 주가는 다시 출렁였다. 2016년 6월 30일 4835원이었던 우리들휴브레인 주가는 9월 20일 1만3600원까지 치솟은 뒤 5월 10일 3900원까지 하락했다.  
 
주가가 급등하던 시기에도 이 기업들의 실적은 특별히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주가는 대선 기간에 맞춰 요동친 것이다. 바른손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1년 기준 매출액은 772억원, 영업손실은 88억원이었는데 이듬해에는 매출액 642억원, 영업손실은 129억원을 기록했다. 2015~2017년에도 꾸준히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선거 앞두고 폭등 끝나면 폭락…대선 때마다 반복  

 
2017년 대선에 도전했던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도 테마주 논란에 이름이 거론됐다. 대표 종목은 지엔코와 성문전자 등이다. 지엔코는 반 전 총장의 친인척이 회사 임원으로 있다고 알려졌고, 성문전자는 이 회사의 임원이 반 전 총장과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게 테마주로 묶인 이유였다. 2016년 6월 30일 기준 3105원을 기록했던 지엔코 주가는 같은 해 12월 19일 정점(8950원)을 찍었다가 하락세를 탔다.  
 
이후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다음날(2017년 2월 2일) 하한가를 기록한 뒤 2000원대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성문전자의 주가도 비슷한 궤적으로 움직였다. 5130원에서(2016년 6월 30일) 1만4050원(9월 20일)까지 올랐다가 이듬해 2월 2일 4160원까지 떨어졌다. 다음날에도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해 2000원 선으로 쪼그라들었다.
안랩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테마주로 선거 때만 되면 논란에 되는 기업 중 하나다. 안 대표가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안 대표가 지난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로 거론됐던 시기 안랩의 주가도 널뛰기를 했다. 2011년 6월 30일 2만원을 밑돌던 안랩의 주가는 같은 해 서울시장 선거를 이틀 앞둔 10월 24일 10만원까지 치솟았다.  
 
안철수 대표는 당시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지만, 이듬해 치러질 유력한 대선 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주가는 더 뛰었다. 안랩은 2012년 1월 4일 15만9900원을 기록한 뒤에도 10만원 수준을 유지했지만,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앞두고 주가가 하락했다.  
 
그러나 다음 대선을 앞두고 주가는 다시 꿈틀댔다. 2016년 6월 30일 5만800원이었던 안랩의 주가는 이듬해 3월 31일 14만7300원까지 올랐지만, 대선 다음 날인 5월 10일에는 5만7800원으로 장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실체가 없는 ‘정치인’ 테마주에 돈을 넣는 행위가 투기에 가깝다고 말한다. 기업의 주가가 오를 때는 실적이 뒷받침하거나,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서야 하는데 정치인 테마주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자산 규모나 시가총액이 일반종목보다 작은 중•소형주가 정치인 테마주로 묶이고, 영업실적도 일반 종목보다 부실한 종목이 대부분”이라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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