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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윤 브랜드 스토리]‘로켓배송’ 위에 반짝이는 ‘샛별배송’의 고객경험

PB상품 비중 20%까지 확대 등 차별화 전략
1000억원 적자 감수하면서도 몸집 키워

마켓컬리의 화물 차량. [연합뉴스]
 
‘샛별배송’이란 매력적인 개념으로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마켓컬리의 이야기는 단순히 새벽에 신선식품을 배달한다는 아이디어의 기발함을 넘어선다. 새로운 문화를 만든 것이다. 
 
맞벌이 주부들이 퇴근 후 밤 11시 전에만 주문하면 아침 7시 전에 도착해 있는 신선한 샌드위치로 가족의 아침을 해결하고, 같이 주문한 식자재를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퇴근 후 바로 저녁을 준비하는 새로운 풍경을 만든 것이다. 주말에 일주일분 장을 한꺼번에 보고, 상할까 염려되어 주로 냉동식품 중심으로 냉장고를 가득 채웠던 문화도 점차 사라지게 될 것 같다. 새벽배송으로 신선한 식품을 먹을 만큼만 매일 사면 되기 때문이다. 
 
신선도가 생명인 식품도 배달로 편리하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든 것이다. 이커머스로 배달되던 제품이 주로 공산품이었던 이유는 신선식품은 유통과정에서 선도가 떨어지거나 상하게 되는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들어가는 유통과정의 투자 역시 만만치 않은데 반해 이로 인해 얻는 이익이 크지 않았을 것. 
 
마켓컬리는 6년 전 그 무모한 시도를 했다. 이후 쿠팡을 비롯해 헬로네이쳐(BGF리테일)·신세계·롯데가 새벽배송 뛰어들더니 최근엔 GS리테일·현대백화점까지 참여해 새벽배송은 한국에만 있는 새로운 유통혁명이 되었다. 이쯤 되면 마켓컬리는 이 시장에서의 ‘메기’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지금까지 이커머스가 어렵다고 믿었기에 공급자 중심의 시장으로 남아 있던 신선식품 시장을 디지털 시대의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6년 만에 새벽배송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냄은 물론 맞벌이 세대와 1인 가구들의 저녁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전년 대비 두배 성장한 1조원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하더니 연내 상장을 선언했다. 이커머스의 새로운 ‘메기’ 마켓 컬리의 브랜딩 전략이 궁금해 지는 이유다.
 

1시간 보다 짧은 고객의 잠든시간

마켓컬리는 맞벌이 주부인 김슬아 대표와 직장동료였던 박길남 이사가 공동 창업한 온라인 쇼핑몰이다. 투자은행과 컨설팅회사 출신인 김 대표는 일과 가사를 병행하기에 늘 24시간이 부족했다. 자연스럽게 ‘누군가 장을 매일 대신 봐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키우다가 ‘마켓컬리’를 창업했다. 
 
시작은 좋은 채소를 선별해 파는 온라인 채소가게였다. 이 시장에서 그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가장 싸고 가격 통제가 쉬운 제품을 진열해 팔고 있는 기존 유통의 한계를 보았다. 거기에 기존 서비스는 정기 배송으로 같은 물건을 반복적으로 보내주고 있어 고객의 요구를 온디맨드(On-Demand, 공급 중심이 아니라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나 전략)로 반영 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볼 수 있었다. 
 
샛별배송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하면 고객이 더 편하게 쇼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나왔다. 고객이 절대 마트에 갈 수 없는 ‘죽은 시간’이 언제인가를 생각해 보니 밤이었다. 이 시간에 배송하면 실제 배송에 걸리는 시간은 8시간 혹은 10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고객이 잠든 시간이기에 1시간처럼 느낄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동시에 교통 체증이 없는 새벽은 물류의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새벽의 신선한 이미지를 담을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인식상의 편익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샛별배송은 쿠팡은 물론, 이베이·SSG닷컴 등 기라성같은 시장의 선발주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제 막 시작한 마켓컬리를 하루아침에 주류로 뛰어 오르게 했다. 샛별배송은 마켓 컬리가 가진 핵심적 경쟁력인 ‘자기 전에 주문하면 잠든 사이에 도착’하는 새벽배송의 이념을 쉽고 명쾌하게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10여년간 수조원의 투자를 통해 만들어 낸 쿠팡의 ‘로켓배송’의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따라 잡았다. 
 
서울 시내에서 로켓배송 중인 쿠팡맨. [연합뉴스]
 
쿠팡은 알려진대로 ‘오늘 주문하면 다음날 도착’ 하는 로켓배송의 브랜드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축구장 400개 규모의 물류 센터를 전국에 만들고, 배송트럭을 내재화했다, 휴일에도 배달하도록 직고용한 1만명이 넘는 쿠팡맨들도 로켓배송의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10년간 달렸다. 
 
그런데 소비자의 인식 속에는 쿠팡맨을 만나지 않아도 내가 잠든 사이에 도착해 있는 샛별배송이 쉽고, 매력적인 소비자 편익으로 보인 것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최근 CJ대한통운과 제휴로 충청권까지 확대했다.) 식품 카테고리 위주의 서비스를 하는 마켓컬리와 전국을 로켓배송으로 식품은 물론, 모든 공산품을 서비스 하는 쿠팡과는 그 체급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쿠팡이 지난 2018년 ‘로켓프레시’라는 브랜드로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들 브랜드간의 전쟁은 또 다른 차원으로 확대됐다.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리더는 분명 쿠팡이었지만 새벽배송 시장에서의 리더는 마켓컬리다 보니 다른 링에서 서로를 노려보던 두 브랜드가 이종 격투기로 같은 링에서 필사의 경쟁을 벌이게 된 격이다. 쿠팡이 체급으로 보면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 마켓컬리를 긴장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의 급속한 확대도 눈에 들어왔지만, 더 큰 두려움은 마켓컬리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확장성이다. 마켓컬리는 단 6년 만에 도시의 맞벌이 부부와 1~2인가구 위주의 충성도 높은 700만의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평균 재구매율이 28%인데 반해 재구매율이 61.2%에 달하는 고객들은 마켓컬리가 식품과 관련된 어떤 제품을 팔더라도 살 준비가 돼 있는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쥐덫’을 이기는 법

새벽배송 시장에 공룡 후발주자들이 들어오자 샛별배송도 ‘더 나은 쥐덫’(better mouse trap, ‘제품개선에 몰입하다보면 제품 중심적 사고의 오류로 인해 소비자의 본질적 욕구를 간과할수 있다’는 미국 쥐덫 회사의 마케팅 사례에서 기원한 말)에 가려 빛을 바래기 시작했다. 
 
밤 11시에 주문하면 아침 7시전에 배달하는 샛별배송은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새벽 7시까지 배달해 주는 로켓프레시와, 밤 12시에 주문해도 새벽 6시에 도착하는 SSG닷컴의 공세에 더 이상 차별화된 서비스가 될 수 없었다. 마켓컬리는 소비자의 본질적 욕구에 부합하는 자신만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며 우선 마켓컬리에서만 구매가능한 상품과 PB상품 비율을 20%까지 늘렸다. 양으로 승부하는 경쟁자들과 차별화해 질적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고객의 재구매율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았다. 
 
이런 것을 가능케 하는 마켓컬리의 경쟁력은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상품위원회다. CEO는 물론 상품기획본부장을 포함한 컬리의 경영진과 담당 MD가 함께 제품을 경험해 보고, 70여 가지 기준을 가지고 검증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나와 내 가족이 사고 싶은 상품인가?’다. 참석한 위원의 만장일치가 아니면 해당 제품은 판매되지 않는다.  
마켓컬리는 모든 포장재와 보냉재를 종이로 만들어 친환경 가치를 실천한다. [사진 마켓컬리]
 
마켓컬리가 공을 들인 또 다른 가치는 환경이다. 사업 초기부터 ‘친환경 프리미엄 모바일 마트’를 선언하,고 주 고객인 대도시 젊은 맞벌이 주부들의 환경을 고려하는 가치 소비성향을 반영했다. 유기농 제품과 신선한 먹거리의 기본은 환경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신선식품의 생명인 신선도 유지를 위해 많은 보냉제와 완충제를 사용하다보니 포장재를 과대하게 사용한다는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자 과감하게 모든 포장재와 보냉재를 종이로만 만드는 ‘올페이퍼 챌린지’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비닐을 사용하던 완충포장재는 물론 신선도를 유지 하기위해 들어 가는 아이스팩과 포장에 들어가는 각종 스티로폼, 플라스틱 박스 등 모든 소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로 만든 것이다. 나아가 포장박스도 다음 배송시에 문밖에 두면 수거해서 재활용업체에 판매하고, 수익금은 소셜밴처인 ‘트리플래닛’에 전달해 초등학교에 교실 숲을 조성하는 활동으로 연결했다.
 

브랜드의 ‘자기다움’은 브랜드의 ‘전부’

마켓컬리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며 ‘쿠팡식’의 양적 공세를 하지 않았던 마켓컬리가 최근 일부 제품을 100원에 파는 ‘100원딜’ 프로 모션을 하는가 하면 1만5000원 이상 사면 무료배송을 해준다는 프로모션을 시작하며 쿠팡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거기에 요즘 제일 잘나가는 모델 중 하나인 배우 박서준을 광고에 출연하는데 이어 김슬아 대표가 광고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또 다른 변화는 식품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 공산품을 취급하기 시작 했다는 것이다. 연간 1000억원대의 적자를 내는 기업이 더 큰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1등 쿠팡과 한판 붙어 보자는 기세다.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새로 장전한 총알로 ‘배송비 무료’라는 엄청난 공세를 퍼붓는 것을 보며 위협을 느낀 탓도 있을 테지만, 궁극적으로는 쿠팡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빨리 몸집을 불려 상장에 성공, 경쟁을 위한 자금조달을 해야 한다는 판단일 것이다. 
 
김슬아 컬리 대표가 지난 3월 새로 오픈한 컬리 김포 물류센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럴 수밖에 없는 선택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결국 마켓컬리가 샛별처럼 반짝이던 브랜드의 ‘자기다움’을 잃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마켓컬리는 고객가치를 집요하게 추구하는 브랜드다. 고객의 시간을 고려하면서 만든 것이 샛별배송이고, 가격이 아니라 품질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관리해오며 고객 경험을 차별화시켰다. 
 
마켓컬리의 최근 선택은 유통 공룡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위한 몸부림일 것이다. 그러나 그 선택이 마켓컬리의 자기다움을 살리는 선택인지를 잘 생각해 볼 일이다. 브랜드가 자기다움을 잃는 것은 결국 전부를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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