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수소 사업에 동참한 이유는?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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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원, 수소 사업에 동참한 이유는?

SK가스‧롯데케미칼, 수소 조인트벤처 설립
일각선 “사촌 간 독립 경영 속도” 분석도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국내 그룹들이 계열사 간 사업 협력을 발표할 때 가장 강력하게 제시하는 논거다. 재계에서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은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같은 그룹 내 조직‧인력 간 협력이란 측면에서 기업문화 공유, 업무 효율 등의 강점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들어 다른 그룹 계열사 간 사업 협력 사례가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같은 그룹 내 계열사 간 협업보단 여전히 드물다. 다른 기업문화로 인한 갈등, 이익 창출 방식에 대한 엇갈린 의견 등 위험 요소도 많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SK가스가 31일 롯데케미칼과의 수소 사업 협력을 발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SK그룹 내 석유화학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아닌 롯데그룹의 석유화학회사와 수소 사업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SK가스‧롯데케미칼, 연내 수소 사업 조인트벤처 설립  

 
SK가스와 롯데케미칼은 이날 경기 판교 SK가스 사옥에서 수소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으로 양사는 연내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기체 수소 충전소 건설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등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향후 LNG(액화천연가스) 냉열을 활용해 액화수소를 생산‧공급하는 등 수소 분야 전반에 걸쳐 협력에 나선다는 것이다.  
 
SK가스와 롯데케미칼은 조인트벤처 설립 후 울산 지역에서 부생수소 기반의 사업을 진행한다. 양사는 “부생수소는 주로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데,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경제성도 높아 초기 수소 생태계 구축에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가스는 울산에 위치한 관계사인 SK어드밴스드에서, 롯데케미칼은 국내 3개 생산기지(여수‧대산‧울산)에서 부생수소를 생산 중이다.  
 
석유화학업계에선 SK가스와 롯데케미칼의 이번 협력에 대해 “이유 있는 협력”이란 평가가 많다. LPG(액화석유가스) 수입 사업이 주력인 SK가스는 부생수소를 유통할 수 있는 LPG충전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고, 롯데케미칼은 국내 최대 규모 수준의 부생수소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부생수소 유통에 강점이 있는 SK가스와 부생수소 생산에 강점이 있는 롯데케미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SK가스 역시 “양사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수소 사업에서 협력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양사 조인트벤처는 수소충전소,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등의 사업 추진과 관련해 SK가스가 보유한 LPG충전소 네트워크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내에 수소충전소 100여개를 단계적으로 건설한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의 경우, 양사의 울산 사업장 등을 활용해 추진한다. 양사는 울산 지역에 이미 수소 배관망이 구축돼 있는 상태라, 수소 배관망 구축을 위한 별도의 부지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오른쪽)과 윤병석 SK가스 대표가 31일 경기 판교 SK가스 사옥에서 수소 사업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롯데케미칼]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오른쪽)과 윤병석 SK가스 대표가 31일 경기 판교 SK가스 사옥에서 수소 사업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롯데케미칼]

 

최태원‧최창원, 독립 경영 안착?

 
석유화학업계에선 SK가스가 현재 SK이노베이션과 수소 사업 협력에 나서도 큰 시너지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에서 석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인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수소를 재활용하는 것이 원가 절감 측면에서 이득이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대형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부생수소를 연료로 재사용하기에도 빠듯할 것”이라며 “롯데케미칼처럼 부생수소가 남아 유통‧판매할 정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SK E&S와 협력해 수소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라, SK가스가 특별히 협력할만한 여지가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SK그룹은 지난 3월 향후 5년간 약 18조원을 투자해 국내 수소 생태계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SK E&S는 약 5000억원을 투입해 인천시 서구 SK인천석유화학(SK이노베이션 자회사) 내 약 1만3000평 부지에 연간 생산량 3만 톤 규모의 수소 액화플랜트를 2023년까지 완공한다. 또한 SK E&S는 2025년까지 약 5조3000억원을 투자해 LNG로부터 친환경 수소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청정수소 생산기지를 완공한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선 “최태원 SK그룹과 회장과 그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독자 경영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최창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SK디스커버리는 SK가스와 SK케미칼의 최대주주이자 지주사다. 최 부회장이 SK그룹 내에서 일종의 독립 소그룹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SK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해 “사촌 경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SK그룹 안팎에선 사촌 간 독립 경영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사업 일선에선 “사실상 다른 그룹이나 마찬가지”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울산 지역의 한 인사는 “SK이노베이션과 SK어드밴스드의 경영 스타일과 기업문화가 너무 달라서 같은 그룹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는데, 나중에 SK그룹의 사촌 경영을 알게 돼 이해가 됐다”며 “실제 이들 회사와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기업문화나 의사결정 등이 완전히 달랐다”고 전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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