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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가 ‘상폐’한 암호화폐, 빗썸에선 아직도?

고머니2, 투자유치 거짓 공시로 가격 2배 ‘뻥튀기’
빗썸은 허위공시 2개월 뒤에야 유의종목 지정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은 지난 28일 자사 플랫폼에서 거래 중인 암호화폐 ‘고머니2(GOM2)’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암호화폐는 한 달여간 유예기간을 거쳐 ‘상장 폐지’(거래지원 종료)된다.
 
그러나 빗썸의 이번 조치를 두고 “뒤늦은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종 업계 거래소인 업비트는 지난 3월 19일 고머니2를 상장 폐지했기 때문이다. 고머니2 개발사가 거짓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공시한 것이 폐지 이유였다. 반면 빗썸은 이를 인지하고도 지난 2개월간 개발사에 해명요청 공문을 보낸 것 말고는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고머니2는 ‘반려동물 종합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업체 ‘애니멀고’에서 개발한 암호화폐다. 해당 업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써서 반려동물의 혈통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소개한다. 또 반려동물 관련 온라인 쇼핑몰도 함께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서비스들을 쓰려면 고머니2로 결제해야 한다.  
 
애니멀고는 지난해 10월 고머니2를 업비트와 빗썸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시켰다. 처음 상장했을 때만 해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지 않았다. 33원에 시작한 개당 가격은 지난 1월 10원대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지난 3월 16일 애니멀고가 투자 유치 소식을 알리며 상황은 급반전했다. 이날 애니멀고는 업비트 공시 채널을 통해 “5조원 규모 초대형 북미 (암호화폐 투자) 펀드인 셀시우스 네트워크(이하 셀시우스)로부터 투자받았다”고 알렸다. 고머니2 코인 157만여 개를 셀시우스에서 매입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유명 펀드가 투자했다는 소식에 암호화폐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소식이 알려진 3월 16일, 고머니2 개당 가격은 이날 74.75원으로 뛰었다(빗썸 기준).
 
그러나 공시가 공개된 직후 일부 투자자는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애니멀고에서 투자 유치 근거로 공시에 게재한 자료가 암호화폐 거래내역을 스캔한 사진 한 장뿐이었기 때문이다. 셀시우스의 투자를 확약하는 계약서 등 관련 정보가 없어 주식시장 눈높이로 보기엔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었다. 
 
이에 업비트 측은 대응에 나섰다. 고머니2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해명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커지는 논란에 결국 셀시우스 측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셀시우스 측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셀시우스는 고머니2를 사지도 않았고, 투자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어떤 경로로든 해당 프로젝트(고머니2)와 접촉한 적이 없다”며 “이와 다른 정보는 사기”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애니멀고에서 허위 공시를 한 것이다. 업비트는 이런 입장이 나온 19일, 고머니2를 상장 폐지했다.  
 

“이 업계는 허위 공시해도 괜찮나?”

사후 대처는 빨랐지만,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알지 못한 채 관련 공시를 올린 업비트의 책임이 없지 않다. 업비트 관계자는 “일일이 사실관계를 확인해 공시를 결정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며 어려움을 전했다. 
 
그러나 암호화폐 전문 공시 플랫폼인 ‘쟁글’ 관계자는 “고머니2가 받았다는 투자액도 너무 작은 데다 양사 서명이 들어간 계약서 한 장 없어 당시에 보기에도 신빙성이 무척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허위 공시가 밝혀졌는데도 여전히 고머니2가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빗썸 등 유력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서다. 고머니2 가격은 등락을 반복하다 5월 31일 현재 8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빗썸은 ‘고머니2 사태’가 터진 지 2개월이 훌쩍 흘러간 지난 5월 28일에야 고머니2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유의종목이라도 거래는 여전히 가능하다. 앞서 개발자 A씨는 “이 업계는 허위 공시를 해도 문제가 없느냐”라며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빗썸 측에선 두 가지 답변을 내놨다. 하나는 문제의 허위 공시가 빗썸에는 게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빗썸은 공시 전문 플랫폼인 쟁글에 올라온 공시자료를 그대로 받아와 자사 사이트에 게재하고 있다. 공시에 문제가 있다면, 빗썸이 아닌 쟁글의 책임이 된다. 블록체인 전문가인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암호화폐 거래소로서 자정 능력을 포기했다는 말”이라며 “동종 업계에서 벌어진 일을 봤으면 조치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빗썸 측은 또 “지난 2개월간 애니멀고 측에 해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기다렸다”고 밝혔다. 업체에도 해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이메일 하나 보내는 것 말고 어떤 조치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 조치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업계의 자정 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안도 촘촘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8일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지만, 해당 방안에는 허위공시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오는 9월부터 암호화폐 거래소를 규제하는 관련 법이 본격 시행될 예정이지만, 투자자들이 받는 고통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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