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파닭을 먹기 힘들어진 이유…밥상물가 흔드는 기후위기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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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파닭을 먹기 힘들어진 이유…밥상물가 흔드는 기후위기

이상기후로 농산물 가격 급등세…'애그플레이션'이 밥상물가 흔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까지 끌어올려…채소류·과일류 가격 폭등 심화 전망

서울의 한 대형마트 채소 코너에서 한 고객이 대파를 구매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채소 코너에서 한 고객이 대파를 구매하고 있다.

 
‘파닭’(파채를 곁들인 튀긴 닭)이 뜸해진 건 지난 2월부터였다. 봄, 때늦은 추위가 대파 산지인 전남 신안과 진도에 몰아쳤다. 뒤이어 유례없는 폭설이 쏟아졌고, 치킨 위에 수북이 얹어야 하는 대파는 금값이 돼 사라졌다. 지난해 12월 1㎏에 3600원 수준(소매가격 기준)이던 대파 가격은 올해 1월 4400원으로 뛰었다. 2월에는 6380원으로 두 달 새 2배가 됐다. 3월엔 재차 10% 더 올랐다. 대형 마트에선 대파 한단(700g)을 약 8000원에 팔았다.

 
‘사지 말고 키워 돈 벌자’는 이른바 ‘파테크’ 열풍이 일었다. 대파 가격 급등 전에 이미 배추발 금값 파동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4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 장마로 고랭지 배추 생산이 부진하자 포기당 5000원을 넘지 않았던 배추 가격은 지난해 10월 1만원으로 뛰었다. 과일도 덩달아 급등했다. 장마 후 갈색무늬병 등 병해가 유행해 출하량이 줄면서 6월 3일 현재 사과와 배는 값이 평년보다 50%나 올랐다.  
 

이상기후, 애그플레이션 유발에 농업 금융까지 위협

 
이상기후가 밥상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2019년 겨울은 덥더니 2020년 여름엔 비가 넘쳤고, 2020년 겨울은 다시 맹위를 부리면서 올해 농산물 수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 변화에 약한 채소류와 과일류는 물론 식량작물까지 가격 급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농산물종합유통정보시스템(KAMIS)에 따르면 쌀 10kg 가격은 6만1048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 대비 31.6%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이상기후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으로 둔갑, 소비자물가마저 흔들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9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 5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2.6% 뒤에는 농산물이 있었다. 통계청은 2일 ‘5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서 “농산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3.1%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1.04%포인트나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수급은 금융시장도 강타하고 있다. 이상기후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 1.04% 수준이던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5.09%로 5년 새 5배 가까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지난해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44만2000호 농가 가운데 보험금을 받은 곳은 총 20만6000호로 절반가량에 달했다.  
 
문제는 생산 불안에 따른 가격 인상이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라는 데 있다. 농산물 가격 인상 뒤에 지구온난화라는 기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 기온은 1912년부터 2017년까지 105년 동안 약 1.8도 상승했고, 사과로 유명했던 대구는 더 이상 사과를 재배하지 못하는 도시가 됐다. 온도 상승에 따른 여름철 강수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비에 약한 잎채소는 매년 금값이 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 변동, 자주 반복되고 더 심해진다

 
전문가들은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 농산물 가격의 급등세가 앞으로 매년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후위기가 하루아침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캐나다 연안에 접한 단단하고 잘 부서지지 않는 빙하마저 녹아 내렸다”면서 “빙하가 없으면 열 흡수가 늘고 기온이 더 빨리 올라간다.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는 시대로 변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이상기후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우려해 농업 금융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모양새다.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 형성을 차단한다”는 방침에 따라 병해충 저항성이 강한 작물 품종 개발을 농산물 수급 안정 대책의 사실상 유일한 수단으로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기후위기 핵심은 식량위기”라면서 “농업인들이 이상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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