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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탈(脫)탄대로' 걸을까①] 현대차, ‘전과정 탄소중립’ 선언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배터리, 자동차는 중간단계 고려 ‘풀 라인업’ 갖춰

 
 
국내 기업들이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다.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등이 잇따르면서 정책 추진 환경이 빠르게 조성되고 있는데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탈탄소 바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탄소세 부과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이 '탈(脫) 탄소'를 위한 선제적 움직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편집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5월 24일 오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사전 행사로 열린 '지방정부 탄소중립 특별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1 P4G 서울정상회의 홈페이지 캡처]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자동차 제조, 운영 및 폐기 등 전 과정에서도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순환경제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특별세션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정 회장은 차량의 전동화를 넘어 ‘전 과정’에서의 탄소중립을 공언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미래 방향성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 과정 탄소중립의 길은 단순치 않다. 모든 자동차를 배터리 전기차로 만든다고 해서 달성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발전원의 탈탄소화는 물론 핵심 배터리 회사 등 핵심 협력업체들의 탄소중립도 이뤄져야 한다. 쉽지 않은 탄소중립을 향한 국내 자동차와 차량용 배터리 기업의 로드맵을 짚어봤다.
 

‘생산단계’서 내연기관보다 탄소 배출 많은 전기차


인간과 물자를 실어나르는 ‘수송 분야’ 기업들은 글로벌 탄소배출량의 20%를 배출한다는 ‘오명’을 얻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배출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에서 발생한다. 전통의 자동차 산업은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화석연료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내연기관’을 보급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탄소배출의 주범 중 하나로 취급받았다. 자동차 업계가 내연기관을 버리고 ‘전동화’에 목매는 이유다.

문제는 정 회장이 언급한 ‘전 과정’을 살펴보면 모든 차를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해서 ‘탄소 중립’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기차의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와 사용 단계에서 충전하는 전기를 만들 때 배출되는 탄소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문제다. 이와 함께 사용이 끝난 뒤 폐기처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먼저, 생산단계에서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은 생산에 사용하는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전기차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생산단계에서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엄청난 전기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생산되는 전기차의 생산단계 탄소중립을 위해선 국내 배터리 업체의 탄소중립이 필수불가결하다.

현대‧기아차 전기차의 최대 파트너사이자 자동차용 배터리 분야 글로벌 최고수준 업체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은 사업장 내 태양광 설비를 통해 이를 해결해가고 있다.  
 
자동차 전과정 평가(LCA) 개념도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발전원을 선택할 수 있는 유럽과 미국 공장에선 전지 생산에 소비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사용한다. 한국과 중국 등의 경우 소비 전력을 선택할 수 없지만 태양광 설비 도입을 통해 2025년에는 사용하는 만큼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유럽 자동차 제조사에도 납품하는 한국 배터리 회사들은 일찌감치 전 과정 측면에서 탄소 중립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했고, 이를 위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기업들의 경우 단순히 재생에너지 사용 뿐 아니라 기술력을 기반으로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폐배터리를 재활용 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폐기되는 배터리를 회수해 다시 생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폐쇄 반복’ 구조다. 이를 통해 배터리 폐기 과정에서의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잇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사업장에서 이미 배터리 폐쇄 반복(closed loop) 구조를 구축했으며, 한국과 폴란드에서도 올해부터 폐쇄 반복 구조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자동차 산업의 더 큰 과제는 생산과 폐기보다 ‘사용 단계’에서의 배출량 감소에 있다. 주력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단연 전동화다.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를 연료로 사용해 자동차가 직접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사용하는 ‘탱크 투 휠(TtW)’에선 전기차의 배출량이 ‘0’이 된다.  

문제는 현실과의 괴리다. ‘전 과정’의 탄소중립은 전기 생산단계부터의 탄소생산을 말하는 ‘웰 투 휠(WtW)’의 개념에서 탄소중립을 포함한다. 전기차에 공급되는 전기의 생산과정에서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WtW 측면에서의 탄소중립은 자동차 제조사가 달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든 판매 차량을 전동화하고 국가별 전력 공급이 탈탄소화될 때만 이룰 수 있는 목표다. 전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파리 기후협약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계획하고 있어 전기차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중간단계의 효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일부 자동차 업계에선 유럽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현재 LCA 측면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오히려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근거가 없는 주장은 아니다. 연구 방법론에 따라 실제로 이런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산업부와 환경부가 각각 이를 측정할 방법론에 대해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그 어떤 완성차회사보다 ‘다양한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가지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로의 전환에 주력하고 있지만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이 결합한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차’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유럽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곳에선 전기차 위주로 판매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낮은 중국 등 신흥국에선 ‘하이브리드’라는 중간 다리를 이용해 중간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게 최대의 장점이다.

이와 함께 배터리로 메꾸기 힘든 영역인 상용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는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라인업을 완성할 수 있다. 정 회장은 P4G 연설에서 “수소차량을 엑시언트 수소차량 등 상용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주요 도시의 청소차도 수소전기트럭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e-fuel 연구도 시동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최근 탄소중립연료(e-fuel) 개발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e-fuel 연구회를 발족, 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와 함께 기술개발 등을 논의하고 있다. e-fuel은 전기가 아닌 친환경연료를 사용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 독일 포르쉐가 2022년부터 e-fuel 생산을 하겠다는 포부를 내놨고, 벤츠‧BMW‧폴크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회사와 도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도 일찍부터 e-fuel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는 발전과 저장, 운송 과정에서 열손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송연료로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며 “e-fuel이 상용화 된다면 기존의 내연기관 산업을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이 가능해진다”고 기대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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