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대안으로 떠오른 소형모듈원전 ‘게임 체인저’ 되나
미국 등 주요국 70여종 SMR 개발 박차
재생에너지 확대 속 안정적인 전력 수단
탈원전 추진 정부도 기술 개발·수출 지원
전 세계가 소형모듈원전(SMR)을 통한 친환경 에너지 시장 선점 각축전에 나섰다. SMR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등 국제사회의 ‘탈(脫)탄소’ 공조 강화 대응 수단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SMR은 하나의 용기에 냉각재 펌프를 비롯해 원자로·증기발생기·가압기를 담은 일체형 원자로로, 비용이 낮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탄소중립 에너지 전도사로 꼽히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어떤 청정에너지도 원자력과 비교할 수 없다”면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SMR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영국·캐나다·러시아 등 강대국을 중심으로 약 70여종 SMR 모델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의 기술 개발이 발 빠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해 초 2026년까지 미국 유타주에 SMR 12기를 건설하기로 정하고 설계 검토에 나선 상태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10월 SMR과 차세대 원자로 지원에 7년간 32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친환경 기반시설 조성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SMR을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영국은 앞으로 5년간 2억 파운드(약 3152억원)를 투자해 최대 16기의 SMR을 건설하겠다는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1956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인 콜더홀 원전을 건설했던 영국이 풍력으로 전환, 1980년대부터 원전 건설을 중단한 것과 대조된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12월 연방·주 정부와 민간기업의 활동 계획을 담은 ‘SMR 액션플랜’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SMR을 적용한 부유식(물에 띄우는 방식) 원전을 운용하고 있다. SMR 기반 세계 최초의 부유식 원전으로 70㎿ 규모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 머니(원유로 돈 버는 시대) 이후를 준비하는 중동 국가도 SMR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100㎿급 SMR을 사우디에 건설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2019년 11월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SMR에 들어가는 국내 개발 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에 대한 표준설계인가 심사가 올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97년 개발을 시작해 2012년 소형 원자로로 대형 원전의 약 10분의 1 규모로 소형화하고 안전성을 높였다는 특징을 갖췄다.
세계 각국이 SMR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탄소중립이 세계적 과제로 대두한 데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가들간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SMR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MR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 확대 속에서 안정적인 전력 수급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소형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전력망과 무관한 분산형 전원, 수소 생산 전력 등으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유럽연합(EU) 회원국은 탄소중립 목표 합의 후 전력 생산을 위한 ‘원자력 사용’을 명시하기도 했다.
실제 일본은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의 대안으로 SMR을 채택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말 2040년까지 SMR 상용화를 목표로 차세대 SMR 개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2011년 3월 터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여전히 방사능 유출과 오염수 문제를 겪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 약속인 ‘파리협약’의 실현을 위해서는 SMR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대형 원전이 수명을 다한 뒤에도 일정 원전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SMR 건설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SMR이 탈탄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전력 생산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위기 대응 수단이란 점에 더해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비마저 적어 SMR 건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발전용량이 10~300㎿면 소형 원전인 SMR, 1000~1400㎿면 대형 원전으로 분류한다. SMR은 원자로를 공장 내에서 조립해 건설 현장에서의 작업을 줄일 수 있어 건설비가 적다. 또 소형 원자로를 땅속에 묻거나 바다 또는 냉각수조 안에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고에 대비한 별도의 건설·안전대책 관련 비용이 적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SMR 건설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해 2030년 30~180여기, 2050년 400~1000여기가 가동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SMR 1000기의 시장 규모는 약 4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SMR은 외딴 섬이나 중소도시 등에 적합하다. 이에 기존 석유·석탄·가스를 사용한 300㎿ 이하 소형발전소(약 12만2500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희 녹색삶지식원 이사장(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SMR은 원자력 발전이 가진 위험성을 줄이고 온실가스 무배출 등 원전의 장점만 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SMR 기술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1월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 기업인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2050년까지 총 288억 파운드를 들여 SMR 16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롤스로이스는 SMR 기술을 통해 향후 추진 예정인 차세대 제트기 엔진 연료 개발 과정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원전 기업 ‘테라파워’ 버핏 소유의 전력회사 퍼시피코프가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의 한 폐쇄 석탄 공장 부지에 약 10억 달러(1조1000억원)를 투입해 345㎿ 규모 SMR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원자력 관련 기업들은 SMR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원전 부문의 매출이 급감한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미국의 원전 전문 업체인 뉴스케일에 500억원 규모 지분을 투자, 소형 원자로 모듈과 기타 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은 앞서 최소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의 SMR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나기용 두산중공업 원자력BG장은 “SMR은 중국·러시아·중동 등에서도 건설을 추진 중일만큼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한 문재인 정부도 SMR에는 힘을 보태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SMR 기술 현황을 검토하고 나선 데 더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MR 기술 개발과 수출 의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SMR 개발을 공식화하고 2021년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기술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까지 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SMR 미래 가치에 주목, 한국이 시장 강자가 될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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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영국·캐나다·러시아 등 강대국을 중심으로 약 70여종 SMR 모델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의 기술 개발이 발 빠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해 초 2026년까지 미국 유타주에 SMR 12기를 건설하기로 정하고 설계 검토에 나선 상태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10월 SMR과 차세대 원자로 지원에 7년간 32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친환경 기반시설 조성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SMR을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미국 이어 영국·캐나다·중동까지 “SMR”
영국은 앞으로 5년간 2억 파운드(약 3152억원)를 투자해 최대 16기의 SMR을 건설하겠다는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1956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인 콜더홀 원전을 건설했던 영국이 풍력으로 전환, 1980년대부터 원전 건설을 중단한 것과 대조된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12월 연방·주 정부와 민간기업의 활동 계획을 담은 ‘SMR 액션플랜’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SMR을 적용한 부유식(물에 띄우는 방식) 원전을 운용하고 있다. SMR 기반 세계 최초의 부유식 원전으로 70㎿ 규모 전력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 머니(원유로 돈 버는 시대) 이후를 준비하는 중동 국가도 SMR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100㎿급 SMR을 사우디에 건설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2019년 11월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SMR에 들어가는 국내 개발 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에 대한 표준설계인가 심사가 올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97년 개발을 시작해 2012년 소형 원자로로 대형 원전의 약 10분의 1 규모로 소형화하고 안전성을 높였다는 특징을 갖췄다.
세계 각국이 SMR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탄소중립이 세계적 과제로 대두한 데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가들간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SMR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MR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 확대 속에서 안정적인 전력 수급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소형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전력망과 무관한 분산형 전원, 수소 생산 전력 등으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유럽연합(EU) 회원국은 탄소중립 목표 합의 후 전력 생산을 위한 ‘원자력 사용’을 명시하기도 했다.
실제 일본은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의 대안으로 SMR을 채택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말 2040년까지 SMR 상용화를 목표로 차세대 SMR 개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2011년 3월 터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여전히 방사능 유출과 오염수 문제를 겪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 약속인 ‘파리협약’의 실현을 위해서는 SMR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대형 원전이 수명을 다한 뒤에도 일정 원전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SMR 건설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탈원전 고민하던 두산중공업 SMR로 ‘승부수’
SMR이 탈탄소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전력 생산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위기 대응 수단이란 점에 더해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비마저 적어 SMR 건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발전용량이 10~300㎿면 소형 원전인 SMR, 1000~1400㎿면 대형 원전으로 분류한다. SMR은 원자로를 공장 내에서 조립해 건설 현장에서의 작업을 줄일 수 있어 건설비가 적다. 또 소형 원자로를 땅속에 묻거나 바다 또는 냉각수조 안에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고에 대비한 별도의 건설·안전대책 관련 비용이 적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SMR 건설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해 2030년 30~180여기, 2050년 400~1000여기가 가동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SMR 1000기의 시장 규모는 약 4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SMR은 외딴 섬이나 중소도시 등에 적합하다. 이에 기존 석유·석탄·가스를 사용한 300㎿ 이하 소형발전소(약 12만2500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희 녹색삶지식원 이사장(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SMR은 원자력 발전이 가진 위험성을 줄이고 온실가스 무배출 등 원전의 장점만 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SMR 기술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1월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 기업인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2050년까지 총 288억 파운드를 들여 SMR 16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롤스로이스는 SMR 기술을 통해 향후 추진 예정인 차세대 제트기 엔진 연료 개발 과정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원전 기업 ‘테라파워’ 버핏 소유의 전력회사 퍼시피코프가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의 한 폐쇄 석탄 공장 부지에 약 10억 달러(1조1000억원)를 투입해 345㎿ 규모 SMR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원자력 관련 기업들은 SMR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원전 부문의 매출이 급감한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미국의 원전 전문 업체인 뉴스케일에 500억원 규모 지분을 투자, 소형 원자로 모듈과 기타 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은 앞서 최소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의 SMR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나기용 두산중공업 원자력BG장은 “SMR은 중국·러시아·중동 등에서도 건설을 추진 중일만큼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탈원전 내세웠던 정부, SMR은 지원 방침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한 문재인 정부도 SMR에는 힘을 보태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SMR 기술 현황을 검토하고 나선 데 더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MR 기술 개발과 수출 의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SMR 개발을 공식화하고 2021년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기술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까지 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SMR 미래 가치에 주목, 한국이 시장 강자가 될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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