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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6%면 산다는 ‘누구나 집’ 10년 뒤에 '판교 사태' 재현?

전문가들 “사업성 적어 민간사업자 참여 저조 예상” 한목소리
집값 올라도 문제, 떨어져도 문제…분양전환 갈등 소지 내포
“10년 뒤 인구 변화 여파로 2기 신도시 ‘슬럼화’ 가속 우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지난 6월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누구나집 5.0 및 누구나주택보증 시스템 도입방안 세미나’에서 서철모 화성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값 해결책으로 내놓은 ‘누구나 집’이 본격 추진된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특위)는 지난 10일 ‘서민·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수도권 주택 공급방안’을 발표하며 ‘누구나 집 5.0’을 시범적으로 추진할 지역을 발표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취지와 의도엔 긍정적이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입주까지 3년? 하늘 두쪽 나도 불가능”

 
‘누구나 집’은 무주택자·청년·신혼부부 등이 집값의 6~16%만 내고 임대(시세의 80~85% 수준)로 10년을 거주하다가, 최초 입주시에 확정된 분양가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사업이다.
 
특위는 인천(검단)·안산(반월시화)·화성(능동)·의왕(초평)·파주(운정)·시흥(시화MTV) 등 수도권 6개 지역을 시범부지로 선정해 내년 초까지 1만785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지역별 공급 규모는 ▶인천 검단(4225가구) ▶파주 운정(910가구) ▶의왕 초평(951가구) ▶화성 능동(899가구) ▶안산 반월·시화(500가구) ▶시흥 시화멀티테크노밸리(3300가구) 등이다. 구체적인 임대요건은 의무임대 기간 10년, 임대료 인상 5% 내, 초기임대료 시세의 85~95% 이하, 청년·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20% 이상 등으로 정해졌다.  
 
‘누구나 집’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취지와 의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설계 구조와 규모 등을 이유로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사업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불안정한 시스템으로 설계돼 있다”며 “택지 확보나 보증 문제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분석했다. 공공임대주택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심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틈새시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집값 안정화에 영향이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당장 보이는 가격대(집값 6%)는 낮기 때문에 여당에서 선전 포인트로 활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도 비슷한 의견이다. 서 교수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택지 조성이 돼 있는 곳이라도 입주자 모집 등 여러 절차를 고려하면 최소 5년이 걸린다”며 “3년 안에 입주한다는 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올해 안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내년부터 분양을 추진, 완공까지 3년이 걸린다고 밝힌 바 있다. 서 교수는 “선거가 다가오니까 부동산 정책이 아닌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0년 후 시세차익 기다릴 사업자 있을까”

 
민주당이 얘기하는 주택정책의 ‘이익 공유제’ 개념이 새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위 공급분과 간사인 박정 의원은 지난 1일, ‘누구나 집 5.0 및 누구나 주택보증 시스템 세미나'에 참석해 “이익 공유제에 기반한 ‘누구나 집 5.0’은 주택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지금까지 시공사가 주택공급에 따른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를 이익공유의 개념으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5억원의 아파트를 짓고 이를 6억원에 분양하면 시공사들이 1억원의 이익을 가져갔다. 하지만 누구나 집 5.0은 집을 지을 당시 집값의 10%를 거주자가 부담하고 그 대가로 10년 거주권과 10년 후 분양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받는다. 10년 후 아파트값 상승분 이익은 주거권자와 시행사가 나눠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주택학회재정부회장인 김진유 경기대 교수(스마트시티공학부)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과거 분양 당시 시공사가 많은 이익을 취한 것은 맞지만, 분양 후 발생하는 프리미엄(웃돈)은 전부 소비자의 몫”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어찌 됐든 이익 공유가 되고 있었던 셈”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10년 후 오른 집값의 시세차익을 공유하는 것과 분양 후 가격이 올라간 집을 보유하는 현재 시스템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김 교수는 ‘누구나 집 5.0’의 복잡한 구조로 인해 사업 진행에 중요한 시행사의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규모가 큰 시행사를 제외하고는 일반 시행사는 준공 전에 착공하고 바로 분양해서 원금을 회수하는 등 자금이 빠르게 돌아야 유지할 수 있다”며 “‘누구나 집’ 분양이 성공적이더라도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은 정해져 있고 그 이익도 13년 후에나 바라볼 수 있는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사업자의 개발이익이 제한되는 만큼 시공사가 호응할지도 미지수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땅값을 싸게 공급해 건설과정에서 이익이 생기므로 참여할 건설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천 영종의 미단시티 누구나 집 3.0의 경우 수익성 확보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고 결국 시공사도 교체된 적이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비슷한 점을 지적한다. 이 연구원은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추후 분양 전환시 10%의 이익이 확보되는 것만으로는 얼마나 많은 사업 시행자가 참여할지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분양 전까지 집값 하락에 대한 책임이 사업자에게 부과된다는 점도 사업 참여자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누구나 집 5.0’이 지나치게 입주자에게 유리한 사업모델”이라고 봤다. 그는 “분양 시점에서 집값이 상승했다면, 입주자는 무조건 분양 받아 이익을 얻을 것이고, 반대로 집값이 하락했다면, 입주자는 분양을 기피해 손실 회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사업 구조는 입주자가 향후 집값의 상승·하락과 관계없이 무조건 이익을 취하는, 리스크(위험요소)가 제로인 형태”라고 평가했다.  
 
김진표(왼쪽 네번째)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6월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년 후 판교 공공임대 사태 재현될 수도”  

 
이 연구원은 분양 전환하는 10년 후의 상황을 더욱 우려했다. 가령 분양가격이 5억이었던 집값이 전환 시점에서 폭락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도 없고 투자했던 집값도 회수할 수 없다면 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그는 “수년 전 큰 논란을 빚었던 성남 판교신도시 임대아파트 사태와 유사한 일이 재현될 수 있다”며 “2만~3만명(3인 가족 기준 1만 가구)이 단체 행동을 하면 정부는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판교 임대아파트 분양사태는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 금액을 놓고 입주민(임차인)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임대인)가 갈등을 빚은 사건이다. 그동안 크게 오른 시세를 반영해 분양전환가격을 높게 책정한 데 대해 입주민들이 반발한 것으로, 이런 갈등은 최근 세종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전세·월세 임대차 유형에 따라 분양전환 금액 차이가 크자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갈등을 보는 주변 시선도 곱지 않다. 입주민이 집값 상승금액과 낮은 분양전환금액 사이에서 큰 시세차익을 취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집값이 하락해도 갈등의 소지가 되기 때문에 입주민들이 언제든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대체로 “제도의 취지와 새로운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주택시장 안정화나 주택난 해결에 성공적인 모델이 될 수 없다”는 의견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더해 서 교수는 ‘누구나 집 5.0’이 2기 신도시의 슬럼화를 가속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학계에서는 2030년이 되면 인구수와 가구 수의 정점으로 수도권 외곽 지역의 슬럼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며 “2기 신도시보다 서울과 가까운 3기 신도시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집 분양 전환 포기가 일어날 경우 2기 신도시의 베드타운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15%의 수익으로는 시행사나 시공사가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임차인의 입장에서도 주거입지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데다, 10년 후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대기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의 참여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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