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러 코로나19 백신 '코비박' 한국과 연구·생산 협력 논의…백신 선택지 확대되나

전통적인 방식의 불활화 백신, 임상 3상 통해 효과·안전성 검증 진행

지난 6월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포스트 펜데믹 시대 대비 바이러스에 대한 최적 대응방안 마련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김동하 객원기자]
코로나19 백신은 면역력을 확보하는 최선의 수단이다. 일상으로 복귀와 중증 환자 관리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적〮지리적인 이유로 백신 접종률이 10% 미만인 나라가 수두룩하다. 알파〮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역시 인류에 또 다른 불안감을 준다. 코로나19가 독감처럼 매년 유행할 것이란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비롯해 향후 등장할 ‘질병X’(새로운 감염병)로부터 인류를 지킬 백신의 조건은 무엇일까. 중앙일보S는 러시아 추마코프 생명과학연구원, MP코퍼레이션과 지난달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포스트 펜데믹 시대 대비 바이러스에 대한 최적 대응방안 마련 컨퍼런스’통해 이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화이자·AZ와 다른 불활화 백신, 항체 생성률 85.7%

이날 컨퍼런스에서 추마코프 생명과학연구원은 이곳에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코비박(CoviVak)’을 소개했다.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으로, 러시아 정부로부터 지난 2월 조건부 사용승인을 받았다. 현재 3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과 함께 WHO의 긴급 사용 승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후발주자임에도 코비박이 주목받는 이유는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과는 작용 기전이 다른 ‘불활화 백신(사백신)’이기 때문이다. 불활화 백신은 mRNA 바이러스 벡터와 같은 유전자 대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똑같은 구조를 지닌 ‘죽은’ 바이러스를 체내 주입해 면역반응을 촉진한다. 가장 고전적인 방식의 백신 플랫폼으로, 독감·소아마비·A형간염 등 현재 접종되고 있는 백신의 상당수가 불활화 백신에 속한다.
 
mRNA 바이러스 벡터와 같이 유전자를 이용한 백신은 체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만이 갖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 항체·T세포 등 면역 세포를 활성화한다. 반면, 불활화 백신인 코비박은 전체 비리온(virion〮바이러스 입자)을 활용해 일부 단백질만이 아닌, 전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아이다르 이슈무하메토프 원장은 "우리 연구원은 1950년대 이미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분리·배양해 불활화 백신을 개발하고 이를 전 세계 60개국에 보급한 바 있다"며 "개발 역량이 충분하고, 전통적으로 검증된 방식이라 불활화 백신 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추마코프 생명과학연구원은 지난해 초 본격적인 백신 개발에 앞서 코로나19 확진자의 조직 샘플을 직접 채취했다. 여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리한 다음, 베로 세포를 이용해 대량 배양한 뒤 정제해 약 1년 만에 ‘코비박’ 개발에 성공했다. 불활화 백신이 바이러스 분리에만 3~4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아나스타시야 피니아예바 수석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공정은 소아마비 백신 개발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미 바이러스 독성을 없애면서 면역 효율성을 높인 분리·정제, 오염 방지 기술을 확보한 만큼 코로나19 백신도 빠른 속도로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비박은 1회용·다회용 등 여러 제형으로 개발해 접종 편의성을 높였다. 18~60세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결과, 코비박 접종 42일 후(첫 접종 14일 후 2차 접종) 항체 생성률은 85.7%로 나타났다. 안전성에 위배되는 증상을 보인 실험 참가자는 없었다.
 
이슈무하메토프 원장은 “불활화 백신의 경우, mRNA 등 유전자를 이용한 백신과 달리 면역 형성에 필요한 항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전하고, 다양한 백신의 개발·생산을 위해 전 세계가 협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코비박의 생산·연구·공급을 위해 한국과도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효과·안전성 검증할 임상 3상 결과 국제 학술지 발표 예정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유행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 백신 개발·확보 역시 ‘속도전’에서 ‘장기전’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경제성을 확보하면서도 변이 바이러스, 백신 부작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백신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이 실제 접종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불활화 백신은 접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안정적인 수급 등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이뤄진 ‘안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조속한 집단면역 형성을 위한 토론’에서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대규모 임상을 통해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불활화 백신이 오래전부터 사용되긴 했지만, 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현재까지는 코로나19 백신을 시간에 쫓기듯 선택했지만, 앞으로는 이상 반응이나 예방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백신을 승인·접종하게 될 것”이라며 “백신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관련 데이터를 일반인에게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다르 원장은 “동물·임상 시험 등 코비박과 관련한 모든 연구는 국제 학술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토론에 참석한 배용수(대한백신학회 부회장)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국가 간 백신 공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바이러스마다 크기·위험도, 증식 속도가 다른 만큼 면역 효과를 높이면서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생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한 가톨릭대 의대 백신·바이오연구소장은 “코로나19는 변이를 거듭하며 독감처럼 토착화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코로나19 감시체계’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변이 상황과 백신 보급 현황, 효과·부작용에 대한 판단은 전 세계가 참여하는 ‘빅데이터’를 토대로 풀어가야 한다”며 “어떤 백신이 효율적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mRNA에서 불활화 백신까지 다양한 ‘백신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은 현재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000만 영화 ‘파묘’ 속 돼지 사체 진짜였다...동물단체 지적

2비트코인 반감기 끝났다...4년 만에 가격 또 오를까

3‘계곡 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과 혼인 무효

4“적자 낸 사업부는 0원”...LG화학, 성과급 제도 손질

5“말만 잘해도 인생이 바뀝니다”…한석준이 말하는 대화의 스킬

6 비트코인 반감기 완료...가격 0.47%↓

7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제작자의 끝없는 고민

8‘순천의 꿈’으로 채워진 국가정원… 캐릭터가 뛰노는 만화경으로

91분기 암호화폐 원화 거래, 달러 제치고 1위 차지

실시간 뉴스

11000만 영화 ‘파묘’ 속 돼지 사체 진짜였다...동물단체 지적

2비트코인 반감기 끝났다...4년 만에 가격 또 오를까

3‘계곡 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과 혼인 무효

4“적자 낸 사업부는 0원”...LG화학, 성과급 제도 손질

5“말만 잘해도 인생이 바뀝니다”…한석준이 말하는 대화의 스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