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거리에 3개…'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 지금 창업해도 되나?
초기 비용 적고 인건비 없어 부업으로 각광
성공 요건은 입지가 ‘99%’…좋은 입지는 이미 ‘레드오션’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 수가 급증하고 있다. 빙과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전국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 수는 2017년 880개에서 2018년 1810개, 2019년 2200개, 지난해엔 3600개까지 늘었다. 올해는 4000개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은 무인이라 인건비가 들지 않고 초기 비용이 저렴해 자영업계의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로 떠올랐다. 그러나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어 결국 ‘나눠 먹기’ '치킨게임'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소자본 고수익’ 창업으로 떠오른 무인 매장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을 창업한 사람들은 ‘무인 시스템’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지 않고 이틀에 한 번꼴로 방문해 관리할 수 있어 직장인을 위한 부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최근 가맹 매장 650개를 돌파한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응응스크르’ 관계자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매장은 물론 가맹 문의를 하는 분들도 대부분 부업 목적”이라고 말했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 프랜차이즈는 ‘소자본 고수익’을 강조한다. 초기 투자 비용이 타 프랜차이즈보다 훨씬 저렴해서다. 초기 투자 비용은 임대료와 전기세 등을 제외하고 평균 2300만원 정도다. 마진율은 30%로 알려져 있다. 넓은 부지도 인테리어도 필요 없어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부분 10평 남짓의 주거 밀집지역에 냉동고 6개 정도를 두고 운영하는 형식이다.
인건비 걱정이 없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24시간 CCTV와 원격 애플리케이션 등을 사용하여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용 부담이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자영업 특성별 고용현황 및 평가’에 따르면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지난해 137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6000명(10.8%) 줄어들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07만명에서 416만명으로 2.2%(9만명)늘었다.
늘어나는 무인 매장...‘치킨게임’ 가능성?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이 가진 장점만큼이나 지점 수도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대형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THE달달', '응응스크르', '픽미픽미아이스’ 외에도 신생 가맹 프랜차이즈는 50여개에 이른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 증가세에는 관련 프랜차이즈들의 가맹점 확대 전략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 권선구엔 한 가맹점을 기준으로 반경 50m 내에 동일 브랜드 가맹점이 두 개나 위치해 있다. 서울시 종로구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을 운영하며 가맹 사업도 동시에 운영 중인 점주는 "요즘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자리만 있으면 가맹점을 내주는 것 같다. 결국엔 같은 상권을 두고 이익을 나눠 먹는 장사"라고 말했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은 현재 근접 출점 제한이 없다. 편의점은 50~100m 이내에 근접 출점이 불가하다. 반면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좁은 간격을 두고 계속 생겨나는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 기흥구의 한 동네에는 반경 50m 내에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 매장만 3개다.
무인 매장 점주들은 늘어나는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회원수 76만명에 달하는 네이버 대표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선 “반년밖에 안 됐는데 옆에 또 생겼다”,“100원 낮춰야 경쟁력 있을까요”,“이미 포화인데 또 생기다간 다 망할까 걱정된다” 등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은 입지가 전부"라고 입을 모은다.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 단지 상권에 입점하면 매출은 거의 보장되는 셈이다. 하지만 근처에 경쟁 매장이 생기면 좋은 입지가 무색할 만큼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다고 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을 운영한지 3개월이라는 한 점주는 “아이스크림 할인매장 프랜차이즈의 브랜드는 중요하지 않다”라며 “소비자들은 가장 가까운 지점을 간다. 할인매장 성공 요인은 입지가 99%”라고 말했다.
무늬만 무인 매장? 인건비 vs 점주 노동력
코로나 19 이후 비대면 일상화와 유통업계에 부는 ‘무인화 바람’ 등 무인 매장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무인 매장 운영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무인의 장점 때문에 시작했지만 무인이 사실은 무인이 아니라는 것. 24시간 CCTV를 보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인 데다 주인이 공들여 관리하는 매장에서 매출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아파트 상가에서 1년째 운영 중이라는 점주는 “신경 쓰는 만큼 마진이 많이 남는다”며 “일매출 100만원 정도 나오는 날엔 하루에 두 번도 방문한다. 상단에 잘 팔리는 아이스크림 위주로 진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보다 매출도 줄었다. 현재 대형 프랜차이즈 홈페이지엔 평균 일매출이 성수기 기준 100만~200만원, 비수기 30만원이라고 표기돼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서울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 20개 일매출을 취재한 결과, 점주들은 해당 내용이 지난해 무인 매장 시장이 과열되기 전 수치라고 전했다. 입지 좋은 상권일 경우 일매출 100만원을 넘는 날도 있지만 평균 일매출은 70만~80만원 정도로 확인됐다. 입지를 고려하지 않고 창업한 일부 매장의 경우 일매출이 20만원 미만이기도 했다.
비교적 저렴했던 초기 비용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스크림 할인 매장은 대부분 아이스크림 유통업체에서 무상으로 냉동고를 대여받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일부 유통업체가 냉동고 무상 대여 서비스를 중단했다. 서울시 성동구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을 운영 중인 B씨는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이 너무 많이 생겨나면서 업체 측에서도 냉동고가 귀해졌다”라며 “신규 창업자들은 냉동고를 개별 구매해야 해 그 비용만 최소 500만원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과) 교수는 “무인화 사업 전망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기 사업들은 반짝 사업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 같은 인기 사업은 창업시 더욱 신중해야한다”고 전했다.
이현정 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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