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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수‧허서홍’ 첫 작품…GS그룹이 ‘보톡스’에 거는 희망

국내 1위 보톡스 업체 인수 추진…‘빵빵한’ 미래 먹거리 확보
높은 시장점유율‧수출비중 ‘긍정적’…시장 레드오션화 우려도

 
 
 
허태수 GS그룹 회장, 허서홍 GS미래사업팀 전무 [사진 GS그룹]
 
GS그룹이 바이오산업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바이오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이자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다. 점찍어 둔 매물은 ‘휴젤’이다.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이 인수를 검토하면서 화제가 됐던 국내 1위 보톡스업체다.  
 
휴젤의 몸값은 2조원 이상. GS그룹은 최종 인수전에서 발을 뺀 신세계그룹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GS그룹의 완주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인수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온 이력 탓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휴젤’ 인수 건 만큼은 GS그룹의 완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그만큼 체질을 바꾸려는 GS그룹의 절박함이 반영된 행보라는 해석이다.  
 

‘한계 사업’ 정유업이 메인…GS그룹의 고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휴젤의 최대주주인 베인캐피탈과 매각 주관사인 BOA메릴린치는 이달 말 휴젤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한다. 이달 초 휴젤의 기업 내용을 담은 가상데이터룸(VDR)이 개방됐고 신세계그룹과 SK그룹, GS그룹, 중국 바이오 기업, 글로벌 PEF 운용사 등이 실사에 참여했다.  
 
휴젤 인수전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초 수의계약 방식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변경됐다. 신세계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국내에서는 GS그룹과 SK그룹이 본입찰에 뛰어들 전망이다. 경쟁입찰을 통해 인수자가 가려지는 만큼 매각 가격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휴젤의 보툴리늄 톡신 제품 보툴렉스. [사진 휴젤]
 
GS그룹은 베인캐피탈로부터 휴젤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44%를 인수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바이오사업을 갖고 있지 않은 만큼 시너지보단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존 사업과 관련성도 적다.  
 
GS그룹의 핵심 사업은 정유와 유통. 그중에서도 한계 업종으로 꼽히는 GS칼텍스, GS에너지 등 정유업 대한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유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GS의 영업이익이 9200억원,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사업을 고민하고 빠르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갈 때도 GS그룹은 소수 지분 투자를 해오는 형태의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왔다”면서 “정유업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고 탈탄소 사회가 글로벌 지향점이 된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 고민이라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말했다.  
 
허태수 회장도 이 같은 그룹의 고민을 인지하고, 이번 인수전만큼은 ‘완주’를 목표로 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번 거래가 신사업 발굴을 주도하는 미래사업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래사업팀은 허 회장의 5촌 조카인 허서홍 전무가 이끌고 있다. 허 전무는 2006년부터 2년간 GS홈쇼핑 신사업팀에서 근무하면서 당시 허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경험이 있다. 허 회장은 지난해 10월 ‘원포인트 인사’로 허 전무를 지주사로 불러들였다.  
 
그만큼 이번 인수 추진 건 만큼은 허 회장이 관여하고 있어 적극적 의지를 피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GS그룹이 휴젤을 품으면 2004년 LG에서 계열분리 된 뒤 첫 조 단위 인수에 성공하는 셈이다.  
 
GS그룹이 휴젤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부문은 높은 시장점유율과 수출 비중이다. 휴젤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50% 수준. 2010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보툴리눔톡신 개발에 성공한 뒤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지난해엔 영업이익 78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한 295억원을 기록했다.  
 
수출 비중도 높다. 일본과 대만, 베트남 등 27개 국가에 수출 중이다. 지난 1분기 전체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46.6%. 휴젤을 품에 안으면 GS그룹은 해외 고객 증가에 따른 시장 확대를 동시에 누리게 된다.  
 

‘2조원’ 높은 몸값…성장성도 물음표  

보툴리눔 톡신 기업 '휴젤' 홈페이지. [사진 휴젤]
 
일각에서는 타 업계의 바이오산업 진출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있다. 과거 사례를 비춰봐도 제약바이오산업에 진출했던 타 업계의 실패 사례가 많아서다. 롯데제과에 합병된 롯데제약, 한독에 인수된 아모레퍼시픽의 태평양제약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휴젤의 높은 몸값과 성장성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1조원 이상의 대형 M&A가 이뤄진 건 지난 2018년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한 게 마지막이다. 당시 CJ헬스케어 매출이 5000억원대에 이르고 케이캡이라는 유명한 신약을 보유했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2조원이 넘는 휴젤 몸값엔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발업체들의 잇따른 시장 진입과 생산설비 확대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과 시너지를 노리던 신세계와 달리 GS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휴젤과 물리적 결합 이상의 화학적 시너지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보톡스 시장의 레드오션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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