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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해진 포스코②] 풍부한 유동자산, 미래 위한 투자 행보에 '탄력'

수소 활용 철강 생산부터 암모니아 기반 운송‧발전까지
유동자산 40조원 육박에 “실탄 마련 충분” 평가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지난 5월 26일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에서 열린 연산 4만30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착공식에서 시삽을 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포스코가 기존 철강 생산 공정을 수소 활용 친환경 공정으로 탈바꿈하는 등 수소 경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1위 업종인 철강업종의 틀을 혁신시켜 탄소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난제를 돌파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산 6만 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 신설 투자 등 기존 강점을 보유한 친환경 미래 사업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양극재 원료 확보‧생산 등에 3달간 조 단위 ‘투자’

포스코케미칼은 이달 8일 양극재 공장 신설 투자협약식을 갖고 2022년부터 약 6000억원을 투자해 포항시 영일만 4일반산업단지 내 약 12만㎡ 부지에 연산 6만 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양극재 공장이 신설되면 기존 광양‧구미공장 등을 포함해 국내에서만 연산 16만 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연간 60kWh(킬로와트시)급 전기자동차 약 18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연산 11만 톤의 규모의 해외 양극재 공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국내외 양극재 생산 능력을 27만 톤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또한 양극재 핵심 원료 중 하나인 니켈‧수산화리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19일에 호주의 니켈 광업‧제련 전문회사 레이븐소프 지분 30%를 2억4000만 달러(약 27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레이븐소프는 자체 광산과 제련 설비‧담수화, 황산 제조, 폐기물 처리 등 부대설비 일체를 갖춘 니켈 일관 생산회사다.  
 
포스코는 이번 지분 인수로 레이븐소프가 생산한 니켈 가공품(니켈‧코발트 수산화 혼합물)을 오는 2024년부터 연간 3만2000톤(니켈 함유량 기준 7500톤)씩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연간 전기차 18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니켈을 확보한 셈이다. 니켈은 이차전지충전 용량을 향상시켜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주요 원료다. 최근 니켈 함유량이 높은 양극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이유다.  
 
지난 5월 26일에는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 내 연산 4만30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착공했다. 광양 율촌산업단지 내 19만6000㎡ 부지에 건립되는 이 공장에만 7600억원이 투입된다. 2023년 준공이 목표다. 리튬 광석은 호주 광산업체인 필바라사 등으로부터 공급 받는다. 수산화리튬은 니켈 함유량 80% 이상의 양극재에 사용되는 주원료로, 4만3000톤의 수산화리튬은 전기차 10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호주 레이븐소프의 니켈 광산 전경. [사진 포스코]
 

암모니아 연료발전 기술 개발 등 그린수소 사업 구체화  

이달 19일에는 두산중공업 등과 블루‧그린수소로 합성한 청정 암모니아를 연료로 활용해 가스터빈을 가동하는 발전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블루수소(화석연료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한 수소)와 그린수소(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한 수소) 등을 합성해 만든 수소를 다시 분해해 수소를 추출하고, 이를 연료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수소와 질소를 결합한 화합물인 암모니아는 기존 운송·저장 인프라 활용할 수 있고 동일한 부피에서 수소보다 1.7배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어 최적의 ‘수소 캐리어(운송체)’로 불린다. 문제는 암모니아가 기존 가스터빈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와 비교해 연소 속도가 20% 수준인 데다, 발열량도 5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에 포스코는 수소 등을 합성한 암모니아를 그대로 연소하지 않고 분해기(Cracker)를 통해 수소와 질소 가스로 다시 분해한 후 연소하는 방식을 택했다. 분해기와 가스터빈을 각각 개발한 사례는 있지만, 이를 일체화한 발전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은 전 세계 최초라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해 이를 다시 발전연료로 활용하는 것은 포스코의 그린수소 사업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힌다. 포스코의 그린수소 사업 모델은 그린수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해 운송‧저장하고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뽑아내 산업‧발전용 원료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하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지만,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은 초기 단계 수준이다.
 
포스코의 그린수소 사업 모델의 또 다른 주요 축은 그린수소 생산 거점 확보다. 현실적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산업계의 재생에너지 수요 급증을 충당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확보가 용이한 국가 중심으로 그린수소 생산 거점이 구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 12월 호주 원료공급사인 FMG 측과 협업해 FMG가 호주에서 추진 중인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으며, 지난 3월엔 호주 최대 전력·가스기업인 오리진 에너지 측과 ‘호주 그린수소 생산 사업 협력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호주 현지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암모니아로 합성‧도입해 수소를 추출·공급한다는 것.  
 
지난 5월 26일에는 세계 해상풍력발전 1위 업체인 덴마크 오스테드와 ‘국내 해상풍력 및 그린수소 사업 포괄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오스테드가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그린수소 생산 시설을 한국에 구축하면, 포스코는 해상풍력발전 단지 구축에 필요한 철강재를 공급하고 풍력발전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포스코가 오는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하는 수소환원제철 공법 역시 안정적인 그린수소 수급이 관건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유동환원로에 철광석과 수소를 넣어 환원철을 생산하고, 전기로에서 정제한 쇳물(용강)로 환원철을 철강 제품으로 만드는 구조인데, 이 공법의 전제가 그린수소이기 때문이다. 유동환원로에 투입되는 수소를 포함해 설비를 구동하는 전기 생산에서도 탄소 배출이 없어야 한다는 것.  
 
포스코의 그린수소 사업 모델이 구체화되면서 이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 안팎에선 “포스코가 올해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 그린수소 사업 등을 위한 실탄 확보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 것”이란 얘기가 많다. 포스코의 1분기 말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39조4422억원에 달한다. 유동자산은 1년 이내에 환금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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