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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담합한 24개 콘크리트 업체에 1018억원 과징금 철퇴

정보 미리 공유해 가격 정하고 생산량 줄여…순번제로 입찰하기도
지난해 관수 입찰담합 제재도 받아…공정위 “담합 관행 시정”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아파트 건설 현장에 쓰이는 콘크리트 파일을 생산하는 24개 업체에 대해 담합 혐의로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2008년 4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콘크리트 파일의 가격과 생산량을 담합한 24개 업체에 대해 1000억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24개 업체는 금산·대원바텍·동양·동양파일·동진산업·동진파일·명주·명주파일·미라보콘크리트·산양·삼성산업·삼성엠케이·삼일C&S·서산·성암·성원파일·신아산업개발·아이에스동서·아주산업·영풍파일·유정산업·정암산업·KCC글라스(삼부건설공업)·티웨이홀딩스 등이다. 
 
콘크리트 파일은 주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연약한 지반을 보강하는 기초공사에 활용되는 고강도 콘크리트 말뚝을 뜻한다. 업계에서는 통상 PHC파일로 부른다. 공정위는 26일, 삼일C&S·아이에스동서·아주산업 등 24개 업체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018억3700억원을 부과했다. 
 

수익성 재고 위해 2008년부터 조직적 담합 시작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08년부터 약 9년간 콘크리트 파일 가격 하락 방지와 적정 재고량 유지 등을 목적으로 콘크리트 파일의 기준가격과 단가율, 생산량 감축, 순번제 방식의 물량 배분을 합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콘크리트 파일 판매가격은 ‘기준가격×단가율’로 책정한다. 이들 업체는 단가율 하한선을 60~65% 수준으로 합의하고 판매가격을 인상·유지했다.  
 
이들은 또 콘크리트 파일의 적정 재고량이 유지될 수 있도록 생산량·출하량·재고량 등의 정보를 교환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업계 전체 재고량이 적정 수준을 상회한다고 판단되면 생산 공장 토요 휴무제를 실시하거나 공장가동시간을 감축하는 등 생산량을 감축했다.  
 
이들 업체는 콘크리트 파일 가격 하락 방지를 위해 입찰 과정에서 순번을 정하기도 했다. 동진파일을 제외한 23개 업체는 2009년 4월부터 2014년 9월까지 건설사가 실시하는 콘크리트 파일 구매 입찰에서 서로 순번을 정해 물량을 나누고 건설사에 견적을 제출할 때 사전에 합의한 기준가격과 단가율을 준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들 업체가 담합을 시도한 배경에는 수익성 재고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2008년 초 철근·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는데, 사업자들 간 경쟁으로 콘크리트 파일 판매가격은 하락하는 등 콘크리트 파일 제조·판매 사업자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먼저 삼일C&S·아이에스동서·아주산업 등 17개 업체는 2008년 4월경부터 서로 경쟁을 자제하고 시장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콘크리트 파일의 기준가격 인상 등 담합을 시작했다. 이후 유정산업·동양파일·삼성산업 등 나머지 7개 업체도 담합 협의체에 참여, 총 24개사가 이 사건 담합에 가담하게 됐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 ㈜동양은 이 사건 담합가담이 끝난 2013년 8월 4일 이후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개시(2013년 10월) 및 회생계획인가(2014년 3월) 결정을 받는 과정에서 ㈜동양에 대한 과징금 청구권은 회생채권으로 신고되지 않아 면책되었는 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51조에 따라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이들의 담합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수도권 위주의 대·중소기업 간 ‘대표자협의회(월 1회) → 임원협의회(주 1회) → 실무자협의회(주 1회)’를 거쳐 기준가격 인상 등 합의안을 마련해 지방 소재 업체들에 공유하고 동의 절차를 구했다. 
 
대·중견기업 간 협의체와 중소기업 간 협의체가 분리 운영된 2014년 이후에는 대·중견기업들이 임원협의회를 통해 단가율 인상 등을 먼저 합의하고, 이를 중소기업들에 전달해 협조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대·중견기업은 동양파일·삼일C&S·아이에스동서·아주산업·KCC글라스·영풍파일 등 6개 업체다.  
 

지난해 관수 입찰 사전 담합에 이어 민수 시장 관행도 적발  

공정위에 따르면 이러한 담합으로 주력 생산제품인 A종 500㎜ 구경 콘크리트 파일의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하거나 대체로 합의한 수준을 상회 또는 육박한 사실이 확인됐다. 담합이 종료된 2017년 1월 이후 해당 콘크리트 파일 가격이 급락을 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과징금 대상에 속한 KCC글라스는 담합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KCC글라스가 흡수합병한 삼부건설공업이 직접 가담했기 때문에 관련 법에 따라 행정책임을 지게 했다.  
 
동양의 경우 담합 가담이 끝난 2013년 이후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밟아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회생절차개시결정 전까지의 해당 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청구권은 회생채권에 해당돼 과징금이 면책됐다.  
 
콘크리트 업체가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공정위는 2010년부터 약 6년 동안 삼일C&S 등 23개 업체들이 조달청 등이 실시한 콘크리트 파일 구매 입찰에서 투찰가격·낙찰예정자 등을 사전 담합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약 50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콘크리트 파일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들 간에 약 9년의 장기간에 걸쳐 은밀하게 이루어진 담합을 적발·제재한 것”이라며 “지난해 관수 콘크리트 파일 입찰담합 제재에 이어 민수시장의 담합 관행도 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관수·민수시장에 걸쳐 만연해 있던 콘크리트 파일 업계의 담합 관행을 시정함으로써 콘크리트 파일 시장에서 경쟁질서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국내 콘크리트 파일 제조·판매업체들의 경쟁력도 제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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