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추경 진단②] ‘선별→보편→선별’…소모 논쟁 ‘도돌이표’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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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추경 진단②] ‘선별→보편→선별’…소모 논쟁 ‘도돌이표’

당·정 합의 후 국회·청와대만 손대면 보편지원 선회
나라 곳간지기와의 신경전 속 국민 피로감만 쌓여
추경, 지난해에만 4번 올해 2번…하반기에도 예상
지급 대상 놓고 당·정 줄다리기 반복 불 보듯 뻔해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일명 재난지원금의 대상과 범위가 정해졌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최대 쟁점이었던 재난지원금은 6000억원 증액돼 총 11조원(국비 8조6000억원, 지방비 2조4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정부가 주장했던 하위 80%는 유지하면서 사각지대 논란이 일었던 맞벌이·1인 가구 선정 기준을 완화해 178만 가구가 추가 확대됐다. 재난지원금 수혜 대상 가구 수는 총 2034만 가구다.  
 

국회 논쟁 청와대 회동 거치면 '전 국민 지원'으로 바뀌어

지난 6월 29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추경안 당정 협의를 통해 예산안을 편성했다. 이 자리에서 5차 재난지원금에 해당하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당이 요구했던 전 국민 지급안에서 일부 후퇴했지만, 가구당 대신 개인별로 지급하자는 당의 제안이 수용된 것이다.  
 
7월 2일,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했다. 이후 상황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7월 7일 열린 여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찬반 토론에 나선 12명 의원 중 다수 의원이 전 국민 지급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대선 주자들까지 나서 전 국민 지급을 압박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었다.  
 
7월 11일 당·정·청 협의를 거쳐 이틀 후인 13일, 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정부는 여전히 소득 기준 하위 80%에게 주자는 방안을 고수했다. 청와대는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라며 당정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청와대가 한발 물러서 있었지만 ‘전 국민 지급’에 명확한 반대 의사는 없었다. 지난 2월 문 대통령은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던 터다.  
 
여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전 국민 지급 반대에) 분명한 시그널이 있었다면 민주당이 그토록 강하게 정부를 압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정 당국의 저항이 거세자 민주당 내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임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결국 추경안 본회의 상정 직전에서야 국민 하위 88%로 절충점을 찾게 됐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세 번째)가 6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세 번째)가 6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 같은 논란은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해 2차 추경 당시 소득 하위 70% 이하 1478만 가구에 40만~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당정 협의를 거친 사안이었다. 하지만 국회로 넘어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 전원이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전 국민 지급’ 입장을 밝힌 것이다. 거칠게 몰아붙인 여당은 결국 100% 지급을 끌어냈다.  
 
지난 2월에도 4차 재난지원금 보편·선별 병행 지급을 놓고도 당정은 충돌했다. 재정 당국이 반기를 들자 이낙연 당시 당 대표자가 홍 부총리에게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려 한 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4차례 추경을 진행했다. 올해만 벌써 2번째다. 올 하반기에 또다시 추경을 추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전 국민 지급’과 ‘선별 지급’이라는 소모적 논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아동수당 지급에 통신비 지원까지…선 긋기 논란 재현  

‘지급대상 선 긋기’는 매년 되풀이되는 논란이다. 대표적인 것이 연령별 차별 논란을 일으킨 ‘통신비 2만원 지원’이었다. 지난해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 당시 정부는 35~49세를 제외하고 17~34세와 50세 이상에게만 통신비를 지원하는 것을 검토했다. 예산은 약 9300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만 13세 이상 통신비 2만원 일괄 지원을 직접 건의해 대상을 확대했다. 문 대통령도 “정부의 방역 조치에 협력해 다수 국민의 비대면 활동이 급증한 만큼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를 일률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며 “적은 액수이지만, 13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겠다.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대면 접촉과 경제활동이 어려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여·야는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관련, 통신비를 나이에 따라 선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여·야는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관련, 통신비를 나이에 따라 선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1인당 고작 2만원 지원을 위해 1조원 가까운 돈을 쓰는 것이 합당하냐는 여론의 비판에 재원에 비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야당의 반대로 지원 범위를 만 16~34세 및 만 65세 이상으로 축소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당시 들어간 예산만 5206억원이었다.  
 
‘아동수당’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아동수당은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 중 하나였다. 당초 정부는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2017년 국회는 경제적 수준이 2인 이상 전체 가구의 90% 이하에만 지급하는 ‘선별수당’으로 바꿔 아동수당법을 제정했다.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770억원에서 115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이번 재난지원금 선별지원을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약 4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인건비로만 약 17억원이다. 민원상담 인력과 이들의 임금과 수당(11억1600만원), 4대 보험금(1억2100만원), 사무기기 임대(9800만원), 사전교육·인력 채용비(3억7200만원) 등이다. 건보료 조회를 위한 전산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도 약 25억원이다. 건보공단의 보험료 조회서비스를 개발하고 서버를 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88% 재난지원금’ 지급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불거진 코로나19 예방 접종 사전 예약시스템 먹통 논란에 비춰보면 2034만 가구가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네트워크 장애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모적 논쟁 막으려면 소득·자산 파악 인프라 구축해야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4차례 추경을 진행했다. 올해에만 벌써 2번째다. 올 하반기에 또다시 추경을 추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전 국민 지급’과 ‘선별 지급’이라는 소모적 논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선별지급은 사회적 갈등에 선별을 위한 행정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고, 보편지원은 국가재정의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소득구간에 따라 지급액에 차등을 두는 절충적인 방식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재난지원금의 경우 연 소득7만5000만(부부합산 15만) 달러 이하인 개인에게는 1인당 1200달러씩 지급했으나, 연 소득 7만5000달러 초과 시 초과소득 100달러당 지급액을 5달러씩 차감하여 연 소득 9만9000달러(부부합산 19만8000달러) 이상부터는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인 소득·자산 구간설정 기준과 이에 따른 소득·자산 파악 인프라 완비에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차 추경안을 분석한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급 대상)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원인은 정부가 맞춤형 복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소득·자산 구간설정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 및 이에 따른 소득·자산 파악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프라 미비로 인해 반복적으로 지원 대상 설계에 대한 합리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프라 정비 없이는 소모적 논쟁 속에 국민의 피로감만 가중될 전망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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