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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디지털전환, 월 100만원 구독으로 해결”

[인터뷰] 정철 나무기술 대표
‘AI·클라우드·빅데이터 패키지’ 스마트DX 곧 출시
‘서버에서 데이터 잠자는’ 중소 1만7천 곳이 타깃

 
 
정철 나무기술 대표는 지난 30년간 주요 외국계 소프트웨어기업 한국대표를 두루 맡아왔다. [정준희 인턴기자]
‘평균수명 9년’이라는 국내 소프트웨어업계에서 나무기술은 20년간 장수해왔다. 얇고 길게 버텨온 게 아니다. 지난 5년 새 매출이 2.8배로 불었다. 기술개발을 맡은 이 업체 자회사는 지난해 시리즈A 라운드에서 6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요즘 스타트업의 성공 문법을 따라가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턴 이 업체가 개발한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 ‘칵테일 클라우드’(이하 칵테일)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해도 2019년보다 200% 늘었다. 칵테일은 앱을 클라우드 상에서 쓸 수 있도록 규격화(컨테이너화)하고, 실시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신한은행 등 대기업은 물론, 정부기관인 특허청·질병관리청에서도 쓰기 시작했다. 덕분에 연구를 시작한 지 6년 만인 올해 흑자 전환도 내다본다.
 
이 시장이 열리기도 전인 2015년, 칵테일 개발을 결정한 사람은 정철 나무기술 대표였다. 덕분에 2017년 첫 버전을 내고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왔다. 칵테일이 글로벌 강자인 IBM(‘오픈시프트’)과 VM웨어(‘탄주’)의 공세에도 수주를 이어나갈 수 있는 이유다. 2019년 VM웨어는 탄주 개발사를 인수하는 데 27억 달러(3조1277억원)를 들였을 만큼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적극적이다.
 
정 대표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성장하는 방법에 정통하다. 삼성전자 기획실을 시작으로 30년 넘게 IT업계에 몸담으면서 업계 생리를 체득했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기 전엔 지멘스소프트웨어 한국 대표로 있었다. 나무기술 사무실에서 만난 정 대표는 “적어도 5년 뒤를 보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시장이 열렸을 때 시장과 함께 클 수 있단 것이다.
 

‘칵테일’ 흑자 전환까지 6년 걸려

시장이 열리기까지 견뎌야 하는 시간이 길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숙명이다. 시장이 열릴 때 들어가면 인건비도 건지기 어렵다. 칵테일도 6년 기다린 끝에 시장이 갑자기 커졌다. 전 직장이었던 지멘스는 10년 뒤 산업을 내다보려고 10년마다 2조원씩 컨설팅비를 낸다. 우린 그렇게까진 못해도 임원끼리 시장조사업체 백서를 스터디하고 있다.
 
6년을 어떻게 버텼나.
2018년 코스닥에 상장하고 이듬해엔 전환사채(회사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채권)를 발행해 총 300억원을 마련했다. 이 돈으로 연구개발비와 해외법인 설립비용을 댔다. 조만간 칵테일 개발을 맡았던 자회사 아콘소프트를 상장하려고 한다. 그 자금으로 또 다음 사업을 준비할 거다.
 
칵테일 전엔 어디서 수익을 냈나.
원격근무 솔루션이었다. 개인컴퓨터를 쓰되, 회사 서버에 접속해 서버에 깔린 운영체제(OS)와 프로그램을 쓰도록 하는 솔루션이다. 서버에서 작업한 자료는 개인컴퓨터에 저장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은 보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001년 창업 때부터 개발해왔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빛을 봤다.
 
원격근무 솔루션과 클라우드는 다른 영역 아닌가.
그렇지 않다. 회사 서버를 여러 직원이 함께 쓰려면, 기기를 논리적으로 쪼개야 한다. 하나의 서버 안에 개인컴퓨터를 여러 대 만드는 식이다. 하드웨어 하나에 반드시 하나의 OS만 돌아갈 필요가 없다. 그러니 원래 서버 10대가 할 일을 이제 1대가 하게 된다. 이걸 ‘가상화’라고 부른다. 여기서 회사 서버를 데이터센터로 바꾸면 클라우드다. 거칠게 설명하자면 그렇다.
 
클라우드에서도 가상화 기술이 나오나.
그게 구글이 개발했던 ‘컨테이너’ 개념이다. 앞서 가상화는 ‘하드웨어의 가상화’였는데, 이건 ‘OS의 가상화’다. 하나의 OS에 하나의 프로그램을 종속시킬 필요가 없다. ‘OS와 프로그램’으로 엮인 가상화 공간에서 OS를 빼버리는 거다. 그게 컨테이너다. OS 부팅시간이 없어지니 더 빠르다. 기업이 개발한 앱을 컨테이너에 맞게 다듬고 관리하는 역할을 칵테일이 한다.
 
그러면 가상화 기술로 부족한 5G 기지국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진 않다. 기지국 수는 더 필요하다. 다만 가상화 기술을 써서 장비 크기를 셋톱박스 수준으로 줄였다. 그만큼 장비 효율이 높아졌단 뜻이다. 또 통신장애 빈도도 줄었다. 삼성전자 5G 장비에 관련 기술을 공급해왔는데, 200억원 내외로 매출을 내고 있다. 
 
칵테일 다음 5년은 뭔가.
스마트DX(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전환) 솔루션이다. 지금까지 해온 클라우드에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기술을 더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회사 서버에서 잠자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옮기고, 음성·영상 같은 비정형 데이터도 분석할 수 있게 정제하며, 최적의 분석모델을 파악하는 데 인공지능을 쓴다.  
 

IT 조직에도 구력 갖춘 인력 필요해

정철 나무기술 대표 뒤로 마곡동 신사옥 조감도가 걸려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조금 더 설명해 달라.
반도체 생산라인에선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이 중요하다. 수율이 곧 수익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0.1% 올리는 게 쉽지 않다. 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온도·압력·바람세기를 비롯해 수백 가지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마트DX로 분석하면 적정 온도가 얼만지 말해준다. 또 은행을 예로 들면, 시중금리가 몇%일 때 어떤 상품이 가장 잘 팔린다는 답을 줄 수 있다.
 
그런 분석은 이미 현장에서 하고 있지 않나.
문제는 비용이다. 대기업집단은 계열사에 SI(시스템통합) 회사도 있으니 클라우드 따로, AI 따로, 빅데이터 따로 사서 합쳐도 된다. 그러면 비용이 한 달에 억 단위로 나온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스마트DX라는 패키지로 만들어서 제공하겠단 거다. 이번 하반기에 정식 버전을 출시한다. 지난 1월에 CES 2021에 냈는데 반응이 좋았다.
 
비용이 얼마까지 떨어지나.
월 100만원 아래로 쓸 수 있다. 정확한 가격은 출시해야 알 수 있지만, 100만원 아래인 건 분명하다. 임직원 100명 이상인 기업 1만 7000여 곳을 타깃으로 하는데, 이렇게만 잡아도 시장 규모가 적잖다.
 
회사 3대 목표 중 하나가 ‘정년 없이 평생 일하는 회사’더라. 이직이 잦은 업계 분위기완 딴판이다.
전 직장에서 한 번은 간부회의를 했다. 본사에서 인력이 왔는데, 백발성성한 사람이 뒤에서 타이핑하더라. 63세였다. 이 사람이 본사와 커뮤니케이션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IT업계에도 구력을 지난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회사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이 사람들이 경험 지식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다른 회사에 투자할 때도 18년, 20년 된 회사를 선택했었다.
 
소위 ‘꼰대 문화’가 강해지진 않을까.
그래서 신입사원도 많이 뽑아야 한다. 그러려면 회사가 계속 성장해야 하는데, 다행히 지난 5년간 매해 23%씩 매출이 늘었다. 처음 왔을 때 임직원 수가 50명이었는데, 지금은 228명이다. 젊은 세대가 떠나지 않도록 복지제도도 많이 쓴다. 2018년 상장할 때 전 직원한테 우리사주를 줬는데, 지금 가치가 20배 뛰었다. 또 주식을 2주 사면 3년 뒤에 1주를 더 준다. 앞으로도 계열사를 상장할 때마다 우리사주를 나눠주려고 한다.
 
좀 더 단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2~3년 내 스마트DX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 칵테일도 이제 해외로 나간다. 이를 통해 2017년 약속했던 ‘3년 내 매출 1000억원’ 달성에 이어 앞으로 3년간 ‘23.3K’, 즉 2023년까지 시가총액 3000억원을 달성하려고 한다. 현재의 약 3배다. 그간 투자해온 것이 이익으로 돌아올 때가 됐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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