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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볼 굴러간다…쿠팡, 불매운동에도 ‘파죽지세’

지난 6월 물류센터 화재로 불매운동 일어
그런데도 1분기보다 고객 수 99만명 확대
“쿠팡 서비스, 이미 필수불가결하게 느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쿠팡의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쿠팡 미국법인 쿠팡Inc는 지난 2분기 44억7811만 달러(약 5조2349억원) 매출을 올렸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성장세도 여전히 가파르다. 지난 1분기보다 매출은 6.5% 늘었고, 1회 이상 쿠팡에서 구매한 고객은 99만명 늘어나 1702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6월에만 해도 이런 실적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당시 벌어졌던 불매운동 때문이다. 지난 6월 17일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에서 난 불이 발단이었다. 불이 난 지 몇 시간 안 돼 김범석 창업자가 한국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단 소식이 알려지자, 사고 책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냔 비판까지 일었다. 1년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9명이었단 사실이 더해지면서 여론이 나빠졌다. 결국 사고가 난 지 이틀 만에 쿠팡을 탈퇴하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쿠팡 사용자 수가 100만명 가까이 늘면서 불매운동은 결과적으로 ‘용두사미’가 됐다. 일본차 국내 점유율을 3분의 1로 줄이고, 남양유업을 만성 적자기업으로 고꾸라뜨렸던 불매운동이 쿠팡 앞에선 힘을 못 쓴 것이다.
 
전문가들은 “쿠팡을 안 써야 할 이유가 약했다”고 말한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바꾸면 좋겠지만, 사실 ‘나와 큰 관련 없는 일’로 느낀단 것이다. 환경을 바꾸려면 원가를 높여야 한단 점에서 소비자는 오히려 ‘내 이익과 충돌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는 “노동 문제가 소비자운동으로 이어지는 일은 극히 드물다”라고 설명했다.
 
MZ세대가 이익보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단 생각도 정확하지 않다. 오랜 기간 녹색소비자운동을 해온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는 “가치 소비를 대중화된 소비 트렌드로 오해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당장 배달을 가장 많이 시켜 먹는 세대도 MZ세대란 것이다. 조 대표는 “1% 남짓하던 성찰적 소비가 3~4%로 늘어났단 점에서 의미를 찾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안 쓸 이유 약했고, 쓸 이유는 많았다”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을 써야 할 이유는 강했다. 주문한 지 하루 안에 배송되는 ‘로켓배송’이 단적이다. 월 2900원을 내고 멤버십에 가입하면 주문 다음 날 새벽 7시까지 물건을 받아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구매 가격과 상관없이 무료로 배송받는다. 이런 혜택 덕분에 가입자가 2년 만에 1000만명을 넘었다. 또 가입자는 쿠팡이 지난해 12월 선보인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도 무료로 쓸 수 있다.
 
이렇게 낮은 가격에 갖가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관대함의 법칙’이라고 한다. 소비자학 용어로, 값비싼 서비스를 출시 초기에 사실상 무료로 공급하는 ‘관대한’ 전략을 뜻한다.
 
실제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쿠팡의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배 늘었다.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 매출 역시 지난해 동기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쿠팡도 2분기 실적 요인으로 이런 플랫폼 효과를 꼽는다.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쿠팡 관계자는 “하나의 서비스가 성장하면 다른 서비스에서도 고객 구매 빈도가 높아지는 모습이 보였다”고 밝혔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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