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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유력 후보 ‘한국소호은행’…다시 주목받는 ‘소소뱅크’

은행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예비인가 심사가 장기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네 개 신청 컨소시엄의 면면과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소호은행·소소뱅크·포도뱅크·AMZ뱅크 컨소시엄 모두 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내세우고 있지만, 접근 방식과 핵심 경쟁력에는 차이가 있다.같은 듯 다른 ‘소호 vs 소소’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소호은행·소소뱅크·포도뱅크·AMZ뱅크 컨소시엄은 올해 3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네 곳 모두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재외국민 등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되기 쉬운 고객군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것이 전략이다. 우선 한국소호은행의 주주구성이 가장 눈에 띈다. 한국신용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부산은행·흥국생명·흥국화재·유진투자증권·우리카드·OK저축은행·LGCNS 등이 참여했다. 최대규모·최다 업권 참여라는 ‘금융 어벤저스’급 주주구성을 무기로 삼아, 추후 고객 풀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한국소호은행은 ‘소상공인 특화 혁신 금융’ 비전을 앞세운다. 특히 오프라인 상권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대출·결제 서비스 구상이 돋보인다. 자영업자 특화 신용평가모델을 적용해, 거래 이력·매출 패턴·결제 빈도 등 비금융 데이터까지 심사에 반영하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소소뱅크는 ‘재도전’의 의미가 있다. 소소뱅크는 과거 2019년 제3인터넷은행 인가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당시 자본력과 IT 인프라 안정성 부족이 약점으로 지적됐으나, 이번에는 해외 투자사와 협약해 자본금을 크게 확충했다. 소소뱅크의 강점은 소상공인 생활밀착형 금융 서비스를 구상한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의 지역·계절·직능별 업무 형태가 반영된 전용 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하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한국소호은행과 소소뱅크 모두 ‘소상공인을 위한 은행’이 핵심 가치지만, 전국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소상공인전국연합회가 힘을 실은 곳은 소소뱅크다. 특히 소소뱅크는 이번 예비인가를 위해 자본금 확충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소소뱅크가 소상공인 및 소기업으로부터 확보한 출자의향서 총액은 3월 기준 2500억원을 넘어섰다. 재외국민·농업인·MZ 특화 은행도 포도뱅크는 국내 소상공인·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재외국민까지 포용할 수 있는 확장성이 강점이다. 주주에는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미구한인회총연합회 등이 참여하며 세계적인 조직망을 갖췄다.AMZ뱅크는 농업인과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목표다. AMZ뱅크는 2019년 10월 15일 농업인과 소상공인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위해 금융위원회에 인가신청을 냈다가 자진철회를 했던 파밀리아뱅크의 설립 취지를 이어받았다.업계에서는 제4인뱅 인가전이 한국소호은행과 소소뱅크 ‘양강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소호은행은 주주구성의 탄탄함, 소소뱅크는 확장된 자본력과 서비스 혁신성이 강점이다. 포도뱅크와 AMZ뱅크는 뚜렷한 특화 영역이 있는 만큼, 출범 시 대중성을 확보해 시장 저변을 넓히는 것이 관건이다.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 기조와 시장 혁신성, 안정적 자본력을 모두 충족하는 곳이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기존의 인터넷전문은행도 시장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과정이기에, 차별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당국, 자금조달·포용성 항목 중요시제4인뱅 예비인가 심사 절차가 다시 동력을 받으면, 각 컨소시엄의 전략과 차별성이 더 선명해질 전망이다. 다만 심사 일정이 해를 넘기면 일부 후보의 동력 약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금융당국이 공개한 이번 제4인뱅 예비인가 평가 항목과 배점을 보면 ▲자본금 및 자금조달방안(150점) ▲대주주 및 주주구성계획(50점) ▲사업계획 혁신성(350점) ▲사업계획 포용성(200점) ▲사업계획 안전성(200점) ▲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물적설비(50점) 등 총 1000점 만점으로 이뤄져 있다.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비인가 심사 당시와 비교할 경우, 자본금 및 자금조달방안이 기존 100점에서 150점으로 높아졌다. 또 사업계획의 포용성이 기존 140~150점에서 200점으로 높아진 것도 눈에 띈다. 일각에선 제4인뱅이 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포용은 물론, 국내 은행업에 혁신 서비스를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이성복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4인뱅이 단순 예대업무에 치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공급을 확대할 목적이라면 기존 은행이 지금보다 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을 더 많이 공급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4인뱅 컨소시엄도 소기업·소상공인뿐 아니라 근로자의 금융니즈까지도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제공할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심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25.08.18 11:00

3분 소요
표류 중인 ‘제4인뱅’ 탄생…연내 출범 가능할까?

은행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출범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3월 네 개 컨소시엄이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를 신청했지만, 반 년 가까이 절차가 제자리걸음이다. 제4인뱅 설립 추진 이후 새 정부 출범과 금융당국 조직개편 등이 맞물리며, 당초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외평위 일정 관건…정치 환경 변화 변수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국소호은행·소소뱅크·포도뱅크·AMZ뱅크 등 4개 컨소시엄이 제4인뱅 예비인가 신청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민간 외부평가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심사를 거쳐 올해 6월 중 예비인가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8월 12일 현재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11일 제4인뱅 컨소시엄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사업계획 발표(PT)를 진행했지만, 예비인가의 핵심 절차인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가 구성되지 않아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당초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 금융감독원의 심사가 마무리되고, 하반기 초 외평위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일정은 지연 일변도다. 금감원은 신청사들에 ▲자본금 증빙 ▲주주 구성 변경 ▲사업계획 보완 등 추가 서류를 요청했다. 일부는 내부적으로 조건 충족을 위해 주주 재협상과 자본 확충 논의를 벌이는 상황이다.제4인뱅 예비인가 심사가 지연되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 수장 인선과 조직개편 등이 맞물렸다. 또한 최근 가계부채 관리와 기존 은행권 건전성 강화 등의 이슈가 전면에 부상하면서 제4인뱅 신규 인가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다.업계에서는 조직개편과 함께 금융 수장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룬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을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 내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어 실제 조직개편까지 난항이 예상되기에 개편이 장기화되면 제4인뱅 설립 역시 더욱 미뤄질 수밖에 없다.금융 수장 인사까지 마무리된 이후 외평위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외평위는 은행업 인가심사업무 관련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로, 외부 전문가들이 ▲자본 적정성 ▲주주 구성 안정성 ▲IT 인프라 구축 능력 ▲금융 혁신성을 종합 평가한다. 외평위 평가 이후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거쳐야 인가 여부가 결정된다. 제4인뱅 컨소시엄에 참여한 회사 관계자는 “당국하고는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지만 결국 외평위가 진행돼야 되는데 그 일정이 확실치 않다”면서 “당국에서 제4인뱅 인가에 관련된 사안에 관심이 없는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평위만 진행되면 사실상 예비인가 과정은 끝난 것이라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늘 ‘험난한 길’인터넷전문은행의 탄생 과정은 매번 험난했다.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과 카카오뱅크는 ▲자본금 부족 ▲조달 방법 ▲대주주 적격성 ▲지분구성 문제 등에서 크고 작은 난관을 넘어서고 정상적으로 영업을 개시할 수 있었다. 이후 토스뱅크가 제3인터넷은행으로 본인가를 받은 것은 케이뱅크·카카오뱅크 탄생 약 4년 뒤인 2021년 6월이다. 토스뱅크 또한 금융당국의 예비인가 심사에서 한번 고배를 마신 뒤 재수 끝에 인가를 받았다. 당시 당국은 자본 조달 계획의 구체성과 안정성 부족을 이유로 예비인가를 불허했다.토스뱅크가 출범한지 약 3년 뒤, 은행산업의 경쟁촉진을 위해 제4인뱅 설립 시동이 걸렸다. 하지만 여전히 진입 장벽은 높다. 제4인뱅의 경우 기존 인뱅 3사와의 차별화된 혁신성 입증이 필수인 데다, 금융당국이 자본력·IT 역량·사업 지속 가능성을 더욱 까다롭게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제4인뱅 심사 절차가 더 늦어지면, ‘연내 출범’은 사실상 물 건너가고 일부 신청사는 사업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초기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고, 핵심 인력 이탈과 주주사의 참여 의지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인가 일정이 늦어지고 있지만, 제4인뱅 설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제4인뱅이 기존 은행권의 독과점 구조를 완화하고 산업 내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서다.제4인뱅 출범은 새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대출 전문’ 인터넷은행 설립을 약속했다. 실제로 예비인가를 신청한 컨소시엄 4곳 모두 소상공인과 저신용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다만 제4인뱅 추진 과정에서 역할 재정립, 심사 기준 조정 등 일부 방향 수정이 뒤따를 가능성은 남아 있다.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업의 경쟁 촉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면 되돌리는 일은 없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무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2025.08.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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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은퇴는 끝이 아닌 설계의 시작…퇴직연금 오래 쓰는 법

은행

보통 ‘은퇴’를 인생의 전반전과 후반전을 나누는 지점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제는 후반전이 더 긴 시대다. 100세 시대의 은퇴는 끝이 아니라, 다시 설계해야 할 두 번째 경기가 됐다. 국민연금만으로는 20~30년의 노후를 감당하기 어렵기에, 퇴직연금의 중요성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단지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의료비·주거비·여가비 등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이 ‘마지막 월급’이라 불리는 이유다.퇴직연금 수익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퇴직연금을 단순히 ‘쌓아두는 돈’이 아니라 ‘운용하는 자산’으로 인식하는 흐름 또한 강해지고 있다. TDF(타깃데이트펀드), 글로벌 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이 다양해지며 2024년 말 기준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자산은 전년 대비 26.2% 증가했다. 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포인트가 하나 있다. 바로 그 자산을 "언제, 어떻게 꺼내 쓸 것인가"다. 인출기 전략은 다르게…쌓을 때보다 중요한 꺼낼 때의 전략퇴직연금은 적립기와 인출기의 전략이 달라야 한다. 적립기에는 수익률 극대화가 핵심이라면, 인출기에는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과 자산의 점진적 감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은퇴자들이 퇴직 직후 자산을 모두 현금화하거나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집중하는 실수를 한다. 이 방법은 단기적으로 원금 보존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에 취약하고 일정 금액을 꾸준히 찾아가는 구조에서는 자산이 빠르게 고갈될 위험이 있다.따라서 인출기 맞춤 실적배당형 자산을 편입하는 이른바 ‘인컴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TIF(타깃인컴펀드), 월분배 ETF처럼 지속적인 현금흐름에 초점을 둔 상품은 안정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실적배당형 자산과 안정형 자산을 조합해, 퇴직연금의 원금만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인컴의 유입을 통해 마치 자산이 천천히 살아 움직이도록 설계하는 잔존가치 보존 전략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AI 기반 일임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상황에 맞게 비중을 자동 조절하는 솔루션도 등장하고 있어 스스로 운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이도 자산운용이 가능하다. 이제는 인출기를 단순히 ‘꺼내는 시기’가 아닌, 또 하나의 자산운용기로 인식하는 시선의 전환이 필요하다.연금은 꺼내는 순간 세금도 시작된다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운용할 때는 세금에 대한 체감이 크지 않지만, 인출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세금은 현실이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IRP 계좌를 해지해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비율은 약 90%에 이른다고 한다. 선택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인출 시 납부해야할 세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IRP는 과세이연 구조다. 쌓을 때가 아닌 꺼낼 때 세금이 발생하며, 꺼내는 방식에 따라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연금 형태로 받을 경우, 퇴직소득세의 30%를 감면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 받은 개인부담금에 대해서는 3.3~5.5%의 연금소득세만 부과된다. 반면 일시금으로 찾으면 퇴직소득세를 한 번에 내야 하고, 세액공제 받은 금액은 기타소득으로 간주돼 16.5%의 세금이 부과된다. 일시금 수령보다는 가능하면 연금 수령이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길이다.연금 수령 시 10년 이상 받는 전략 또한 중요하다. 이 경우 퇴직소득세 감면비율이 40%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당장 연금이 급하게 필요하지 않더라도 소액부터라도 연금 수령을 일단 시작해두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연금 인출 시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포인트는 ‘종합소득 과세’다. 사적연금소득이 연간 1500만 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돼 종합소득세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 주택임대소득, 금융소득 등이 함께 발생하는 은퇴자라면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이때 인출 순서에 따라 종합소득세 합산과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IRP는 ‘세액공제 받지 않은 개인부담금 → 퇴직금 → 세액공제 받은 부담금 및 수익’ 순으로 인출되는데, 인출되는 재원이 세액공제 받은 부담금 및 수익으로 바뀌는 시점부터 사적연금에 포함이 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은퇴기에는 예기치 못한 세금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상품 구조와 세제 규정, 인출 방식 등을 개인이 모두 이해하고 설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경우 퇴직 직전 또는 직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산 배분, 인출 시점, 절세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한 번의 판단 실수로 수백만 원의 세금을 더 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은퇴는 일회성이지만, 인출은 장기전이다.연금의 진짜 기능 ‘잘 쌓는 것’보다 ‘잘 쓰는 것’퇴직연금은 잘 가꾼 정원과 같다. 너무 일찍 열매를 모두 따면 가을이 허전하고, 그대로 두기만 해도 시들어간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꺼내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퇴직연금은 상품마다 세제 혜택이 다르고, 인출 시기나 방식 선택에 따라 내야 할 세금도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많은 은퇴자는 이 구조를 잘 알지 못한다. 업무에선 베테랑이었던 이들도, 퇴직 후 자산 운용 앞에서는 누구나 초보자가 되기 쉽다. 하지만 연금을 어떻게 꺼내 쓰느냐에 따라 내가 그간 쌓아온 자산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바로 해지하기보다는, 한 번 더 고민하는 시간이 분명히 필요한 이유다.그동안 고생한 당신의 은퇴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당신의 휴식이 더 윤택해지려면, 당신의 자산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연금은 그저 소비하는 돈이 아니라, 가치를 지키며 오래도록 흐르게 해야 할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어떤 순서로, 어떤 속도로, 어떤 방식으로 꺼낼지를 고민하는 일은 곧 ‘두 번째 생활 설계’를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내 계좌에 쌓인 숫자들은 ‘지금까지’의 결과이자 ‘이제부터’의 자원이다. 이제 내 퇴직연금을, 내 삶의 속도에 맞춰 꺼내 쓰는 연습을 시작해보자. 그 계획이 당신의 두 번째 인생을 오래도록 지켜줄 것이다.

2025.08.18 09:00

4분 소요
IRP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 확산…로봇 투자는 뭐가 다를까

은행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RA) 일임 서비스가 본격 도입된 이후 개인형퇴직연금(IRP) 운용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입자가 직접 투자 전략을 세우고 종목을 선택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I 알고리즘을 통해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매매까지 전 과정을 맡기는 ‘일임형’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올해 IRP에도 일임형 서비스가 허용되면서 주요 금융기관들은 발 빠르게 핀테크 투자자문사와 협업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파운트투자자문과 손잡고 IRP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했고, 신한은행 역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증권사 중에서는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디셈버앤컴퍼니의 ‘핀트(Fint)’와 제휴해 IRP 일임 시장에 진출했다. 핀트는 현재 11개 이상의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있으며, KB국민은행·IBK기업은행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에 따르면 국내 RA 자문·일임 운용금액은 2023년 말 1186억원에서 2025년 4월 중순 3700억원으로 약 1년 6개월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핀트의 경우 투자일임 운용자산이 지난 7월 기준 3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 중 97.8%가 개인 투자자 자금이다.RA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AI가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면 투자자가 직접 투자를 결정하는 ‘자문형’, 투자자가 자금을 맡기면 AI가 알고리즘에 따라 매매까지 대신 하는 ‘일임형’이 있다. 최근 주목받는 서비스가 일임형이다. 일임형 서비스의 가장 큰 강점은 자산 배분 전략을 자동화한다는 것이다. 투자자가 일일이 상품을 고를 필요 없이 AI가 짜 놓은 전문가 수준의 포트폴리오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RA는 수천 개의 글로벌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자 성향에 맞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시장 변화에 따라 자산을 재분배한다. 가령 주식시장이 좋아지거나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반대로 투자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안정성이 높은 채권 투자 비중을 늘려주는 식이다.공격형·안정형·중립형 투자자 성향따라 포트폴리오 변화 RA는 투자자의 나이나 투자 성향, 은퇴 시점 등을 분석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할 때 보통 수십 가지 질문을 통해 투자자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이를 통해 투자자가 공격적인 성향인지 아니면 안정적인 성향인지 분류한다는 것이다. 크게 ▲공격형 ▲안정형 ▲중립형 등으로 분류하고 여기서 적극적인 공격형인지 혹은 소극적인 공격형인지 나누기도 한다. 원금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를 바라는 투자자라면 적극적인 공격형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이렇게 투자자의 성격을 분류한 뒤에는 AI 알고리즘이 시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주식, 채권, ETF,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 투자한다. 운용 과정에서 ‘리밸런싱’이라 불리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정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수행한다.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RA는 코스콤의 테스트베드를 거쳐 출시된다. 테스트베드는 알고리즘의 투자자 성향 분석, 분산 투자 구조, 해킹 방지 체계 등을 점검해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통과할 수 있다. 2016년 제도 시행 이후 142개 기업이 853개 알고리즘 심사를 신청했고, 이 중 약 85%가 통과했다.핀테크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RA의 경우 사람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고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 운영하기 때문에 (주식) 폭락장에서 급하게 매도하지 않고 장기 투자를 목표로 운용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미국의 경우 RA 시장이 가장 발전된 국가로 거론된다. 퇴직연금 운용시장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운용 절차는 설문을 통해 근로자의 투자성향과 재무 목표를 파악한 뒤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RA 방식과 비슷하다. 초기에는 완전 자동화 형태로 운용되는 구조였다면 현재는 전화 상담 등 인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도입되면서 자산관리사와의 병행 자문이 이뤄지기도 한다.중요한 것은 계좌 운용에 이용되는 알고리즘의 주요 기능이나 한계 등을 알리도록 하고 투자 목적과 기간,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객에게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수 있도록 고객에게 충분하게 질문하고 그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운용 중에도 지속적인 성과 모니터링을 통해 오류 여부를 검증해야 하도록 하면서 RA 성장과 소비자 보호를 병행하고 있다. RA 테스트베드 통과가 수익률 담보하지는 않아 일각에서는 RA 일임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법상 RA 상품의 수익률·리스크 지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할 규정이 없어, 투자자가 알고리즘 성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3년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으로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일임형 RA 모델에 한해 수익률 광고가 제한적으로 허용되지만. 이 역시 코스콤 기준 수익률을 인용한 경우에 한정된다.RA 일임형 상품이 코스콤의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것은 맞지만 테스트베드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점이다. 코스콤 측은 테스트베드에 대해 “RA 알고리즘의 유효성, 시스템의 안정성.보안성 등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며 RA의 수익률은 심사대상이 아니다”라며 “자문·일임을 직접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소 확인 절차이며 RA의 품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RA는 평균적인 가정을 기반으로 제시하는 투자 조언이며, 금융시장의 모든 변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덧붙인다. 주식시장이 ‘평균’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급등락할 경우 이런 요인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이후 주식시장이 요동쳤고 주가가 급등락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RA가 이런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8월 5일 기준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통과해 상용서비스가 가능한 알고리즘 40개 상품 중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이 높았던 1~5위 상품의 수익률은 8.52~11.37%로 나타났다. 1년 수익률은 13.73~18.18%였다. 반면 6개월간 코스피 상승률 27.92% 1년간 상승률은 30.98%로 집계됐다.

2025.08.18 08:00

4분 소요
“입사 동기, 퇴사도 함께 했는데”…모두 같은 퇴직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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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인 A씨는 동료들과 퇴직연금 이야기를 하다가 박탈감을 느꼈다고 했다. ‘DB형’(Defined Benefit) 퇴직연금에 가입한 그가 지금 회사를 그만둘 경우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와 ‘DC형’(Defined Contribution)에 가입한 동료 B씨가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가 1억원 가까이 차이 났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같은 해 입사해 비슷한 연봉을 받는데도 퇴직급여 격차가 커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실제 많은 직장인이 이런 문제로 고민한다. 같은 회사에 같은 날 입사한 동료와 퇴직금을 비교했을 때, 자신이 선택했던 퇴직연금 제도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회사에서 퇴직할 때 지급할 금액을 미리 적립해 두고, 이를 외부 금융기관에서 운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존의 일반 퇴직금 제도처럼 퇴직 직전 일시적으로 퇴직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하며 퇴직금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구조가 다르다.우리나라 퇴직연금에는 크게 ▲DB형(확정급여형) ▲DC형(확정기여형) ▲IRP(개인형퇴직연금)가 있다. 이중 기업이 DB형과 DC형을 택한다. IRP는 주로 개인이 따로 마련하는 퇴직연금으로 생각할 수 있다. DB형은 근로자의 퇴직금이 확정된 구조다.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계산한다. 일반적인 퇴직금 방식과 계산 식이 같다. 하지만 일반 퇴직금 제도와 다른 점은 이 돈을 회사가 사내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금융기관 계좌에 적립하여 운용한다는 것이다.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퇴직금은 약속된 액수만큼 지급해야 한다. 운용 결과에 따른 리스크는 회사가 전적으로 부담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퇴직급여액을 예상하기 수월하고, 이를 통해 노후 계획을 세우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회사가 적립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무리하게 운용해 손실을 낼 경우, 퇴직금 지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법적으로는 회사가 부족분을 메워야 하지만, 회사가 부도나거나 지급 능력이 없으면 근로자가 퇴직금을 온전히 받지 못할 위험도 존재한다.DC형 근로자가 직접 퇴직급여를 운용하는 방식이다. 회사가 매년 일정한 금액을 근로자 명의 계좌에 넣으면 그 이후 운용은 근로자가 직접 해야한다. 퇴직 시점 금액은 운용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운용 수익률에 따라 퇴직금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퇴직연금에 대한 책임을 근로자가 온전히 부담해야한다. 자신의 투자 성향이나 재테크 지식에 따라 노후자산의 크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임금 상승률 4% 이상인 회사라면 DB형으로도 충분” 앞서 언급한 A씨와 B씨의 퇴직급여 차이가 발생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두 사람이 다니던 회사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3% 수준이었다고 한다. A씨는 안정적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DB형에 가입했는데, B씨는 지난해 DB형에서 DC형으로 갈아탔다.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B씨는 자신의 퇴직연금을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투자했는데, 코스피200 지수가 올해 들어서만 40% 가까이 치솟으며 자산이 불어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가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하며,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의 장기 투자 수익률은 높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DC형 전체 평균 수익률은 3~3.2% 수준이었다. 만약 DC형에 가입해 연평균 수익률 3%%를 내는 투자자라면 매년 임금인상률이 3%인 회사에 다니는 사람과 퇴직급여 총액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이 직접 투자할 경우 신경 쓸 일도 많고 온전히 회사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며 “만약 평균 임금 인상률이 4% 이상인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DB형에 가입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수익률이 아니라 운용에 대한 통제권을 얼마나 원하는지, 노후 자산을 얼마나 능동적으로 관리할 의지가 있는지에 따라 퇴직 연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 밖에 개인형 퇴직연금제도인 IRP도 있다. 근로자가 DC형이나 DB형을 통해 받은 퇴직금을 개인 명의 계좌에 이체해 운용하거나, 본인이 추가로 납입해 퇴직연금을 운용할수 있다. 연간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근로소득이 5500만원, 종합소득이 4500만원 이하라면 세액공제율 16.5%를 적용받는다. 소득이 이보다 많으면 13.2%를 공제받을 수 있다. IRP에 900만원을 넣고 따로 운용하지 않아도 최소 100만원이 넘는 돈을 돌려받는다는 뜻이다. 사실상 10% 넘는 고금리 적금에 드는 셈이다. 이를 통해 노후 설계를 촘촘히 할 수 있다. 하지만 55세 이전까지 입금한 돈을 인출하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천재지변이나 3개월 이상의 요양, 가입자의 파산·회생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불가피한 사유로 인정해 저율(3.3~5.5%)의 연금소득세만 내면 된다. 기타소득세는 따로 받지 않는다. 그 외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자금 마련 등을 이유로 중도 인출할 경우 기타소득세(16.5%)를 내야 한다. 만약 13.2%의 세액공제율을 적용받았던 가입자라면 손해를 볼 수 있다.

2025.08.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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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의무화 시대 오나…은행 vs 증권사, 뭉칫돈 어디로

은행

정부가 퇴직연금 제도를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른바 ‘퇴직연금 의무화’ 제도다. 현재는 퇴직금과 퇴직연금 제도가 함께 운용되고 있는데, 머지않아 퇴직연금 시대가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먼저 퇴직금과 퇴직연금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퇴직금 제도는 근로자가 1년 이상 자신이 속한 회사에서 일 할 경우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 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간단히 말하면 연봉 3600만원인 직장인이 1년을 근무하고 회사를 그만둘 때 퇴직금으로 한 달 치 월급인 3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퇴직금은 퇴직 전 연봉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고 급여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많은 혜택을 받는 특징이 있다. 만약 30년을 근무한 직장인의 퇴직 전 임금이 1억 2000만원이라면 월급의 30배인 3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 제도는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은행이나 증권사 등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운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기관에 쌓인 퇴직급여를 주식이나 펀드, 채권 등에 투자해 불릴수 있는 특징이이 있다. 일반적인 퇴직금처럼 근로자가 받을퇴직 급여액이 사전에 확정되는 확정급여형 (DB, Defined Benefit)과 회사가 납입할 부담금(매년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이 확정되는 확정기여형 (DC, Defined Contribution) 방식이 있다. 퇴직금과 퇴직연금의 가장 큰 차이는 퇴직자가 그동안 적립한 퇴직급여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이다. 주택을 매입하거나 사업을 계획하는 등 목돈이 필요한 경우라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퇴직 후에도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연금을 받을 계획이라면 한꺼번에 찾을 수 없도록 하는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게 이롭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퇴직연금 의무화 제도 시행을 고민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퇴직금 제도의 단점 보완과 퇴직자들의 노후 생활 안정화 필요성이 거론된다. 퇴직금 제도의 가장 큰 위험은 회사의 재정 상태에 따라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퇴직금은 회사 내부 자금으로 적립되는데, 회사가 도산하거나 경영이 악화하면 근로자가 이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 상황이 열악한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사업자가 퇴직금을 적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퇴직자가 일시금으로 목돈을 손에 쥔 이후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소진한다면 노후 생계가 막막해질 수도 있다. 퇴직금을 자녀의 사업 자금으로 보태줬다가 돌려받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다. 이 경우 퇴직자의 노후 안전판이 사라지는 셈이다. 2022년 말 기준 퇴직연금 도입률은 26.8%. 300인 이상 사업장은 도입률이 91.9% 수준이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2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노후 안전판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 국민연금, 기초연금과 함께 퇴직연금 개혁안을 담은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다양한 연금제도를 통해 노후를 더 두텁게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퇴직연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업장들의 퇴직연금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중도 인출을 더 까다롭게 하는 방안을 담았다. 다만 퇴직연금 도입을 강제한 것은 아니어서 정부는 자율적인 가입을 유도하는 상황이다. 원금 보장 상품 수익률은 ‘증권사’, 非보장 상품은 ‘은행’이 앞서주목할 점은 퇴직연금제도 의무화가 현실화할 경우, 막대한 재원이 어디로 향할까 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431조7000억원, 2023년(382조4000억원)에서 1년 새 약13%(약 49조 3000억 원)가 증가했다. 당시 퇴직연금 가입률이 53.0% 수준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47%가량이 가입하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약 312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향후 추가로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사람들의 적립금이 매년 18조~19조원에 달할 수 있다. 이는 퇴직연금 미가입 근로자들이 지금까지 쌓아둔 퇴직급여를 퇴직연금에 추가로 적립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한 계산인데, 이것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중소기업 가운데 아직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을 선점하는 금융사들의 자금 운용력이 향상될 수 있다.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을 살펴보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 운용에서는 증권사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에서는 은행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은행의 원리금 비보장 상품 중 DC형 퇴직연금 자산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6월 말 기준 7%로 나타났다. 증권사 평균(6.34%)보다 0.66%포인트 높았다. 같은 기간 DB형 퇴직연금의 원리금 비보장 상품 평균 수익률도 은행(6.1%)이 증권사(5.95%)를 소폭 앞질렀다. 반면 원리금이 보장되는 퇴직연금 자산의 수익률을 보면 증권사가 좋은 성적을 냈다. 원리금 보장 DC형 상품의 수익률은 증권사가 3.7%로 은행(3.12%)을 앞섰고 DB형 수익률 역시 증권사(3.71%)가 은행(3.26%)보다 0.45%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관계자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경우 상당 부분 정기 예금에 들어가는데 상대적으로 증권사에 고금리 상품이 많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2024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의 전체 10년 평균수익률은 2.31%, 5년 평균수익률은 2.86%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금리가 3%를 웃돌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예금보다 못한 운용 성적을 낸 셈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안도걸 의원은 “2022년부터 30인 이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도입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푸른씨앗)’는 공적 기금 방식의 통합 운용으로 지난 3년간 누적 수익률 20%를 돌파했다”며 “지난해에는 6.52%, 올해 상반기 7.46% 등 우수한 성과를 보여 기금형 제도의 필요성과 효과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2025.08.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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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골든타임’...기술주권과 안보 위한 전략적 설계는 [스페셜리스트 뷰]

산업 일반

대한민국 정부가 발표한 100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 투자 계획은 단순한 산업 육성책을 넘어, 미래 국가전략의 핵심축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시그널이다. 특히 대통령실에 신설된 ‘인공지능 미래기획수석’ 직제는 그 의미를 더욱 분명히 한다. 초대 수석으로 임명된 인사가 민간 기술 기업인 네이버 출신의 AI기술 전문가라는 점은, 이제 AI가 일부 과학기술 부처의 영역을 넘어서 대통령실이 직접 조율하는 전략 자산으로 격상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여러 실패, 타산지석 삼아야문제는 이제부터다.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예산과 선언만으론 부족하다.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기준을 세우며, 어디로 향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설계와 전면적 제도화가 시급하다.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닌, 기술을 통해 국가 안보와 기술주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다.우리는 과거에도 여러 기술 패러다임 전환기를 겪는 가운데 여러 실패 사례를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한계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2020년 이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데이터 댐, 클라우드 전환, 비대면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했으나, 결과적으로 민간 주도의 자율적 혁신 생태계 조성보다는 행정적 사업 위주로 흐르며 실질적 경제효과 창출에 미흡했다. 규제 개혁은 느렸고, 산업계와의 조율도 부족했다.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은 양은 많았으나 질적 관리와 연계 산업 육성이 따라주지 못했다. 이는 단순한 투자 규모보다 '무엇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또 다른 사례로, 과거 정보보안 산업을 육성하려 했던 정부의 정책들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이버 보안 위협이 현실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도 보안 산업 육성 전략은 대부분 관 주도 중심으로 한정되었고, 민간 전문기업의 자생력 강화에는 실패했다. 당시 '보안인증제'와 같은 규범은 혁신을 유도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시장의 다양성을 위축시켰다. 이와 같은 과거의 실패사례들은 현재 추진하고자 하는 AI 정책에서 반드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오늘날 인공지능은 더 이상 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 안보를 지키는 첨단 방패이자, 기술주권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가 됐다. 미국은 정보기관, 국방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구글·오픈AI와 같은 민간 빅테크 기업이 삼각 편대를 구성해 국가 AI 전략을 집행한다. 이 과정에서 ‘AI 안전성 원칙’과 ‘인간 개입’(Human-in-the-Loop) 원칙을 제도화해, AI가 인간의 통제와 윤리적 경계 안에서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중국은 AI를 국방과 사회통제 전반에 깊숙이 이식해 ‘디지털 통제 국가’를 사실상 완성 단계로 끌어올렸다. 방대한 데이터 확보를 위해 ‘디지털 실명제’를 강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함으로써 사회·경제 전 영역에서 AI의 전면적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AI법'(AI Act)을 제정해 위험도 기반의 규제 체계를 마련했다. AI의 윤리성, 투명성, 설명 가능성을 법률로 강제하는 세계 최초의 포괄적 입법으로, 단순한 기술 관리가 아닌 가치·인권 기반의 AI 거버넌스를 구현하려 하고 있다. 일본은 민관 합동의 AI 전략회의를 통해 초거대 AI 모델 개발과 글로벌 표준 설정 참여를 병행하며,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자금·세제 지원 패키지를 별도로 마련했다. 이러한 정책은 기술 자립과 동시에 국제 무대에서의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 이스라엘은 ‘스타트업 네이션’이라는 별명답게, AI를 국가 생존전략의 최전선에 배치하고 있다. 국방부, 모사드 등 정보기관, 그리고 방산·사이버 보안 분야 스타트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국방·산업 일체형 AI 생태계를 운영한다. 특히 실전 환경에서 검증된 자율무기·드론·감시분석 AI 기술을 민간과 공유하는 '이중용도(Dual-Use) 전략’을 통해, 군사기술을 상업화하고 동시에 민간기술을 국방에 신속 반영한다.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와 통신 인프라, 뛰어난 AI 인재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전략으로서 AI를 조직화하는 능력에서는 아직 후발주자다. 각자도생 AI...정부 역할 커져AI 스타트업은 민간에서 각자도생하고 있는 상황이고, 정부 연구·개발(R&D)는 부처별로 분산돼 있으며,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산업의 발목을 잡는다. 이런 구조 속에서 새로 취임한 인공지능 미래기획수석의 역할은 결코 상징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술은 민간에 있고, 권한은 정부에 있으며, 리스크는 결국 국가가 짊어져야 한다. 이 세가지 축을 아우르고 전략적으로 결집시킬 컨트롤 타워로서 대통령실이 제 역할을 하느냐에 향후 10년의 기술 주권이 달려 있다. 최근에 국가대표 AI 기업으로 5대 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예팀이 확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임에는 분명하다. ▲옴니 파운데이션 모델 ▲글로벌 프런티어 파운데이션 모델 ▲트랜스포머 기반 초거대 모델 ▲멀티모달 생성용 파운데이션 모델 ▲프런티어 AI 모델 등 미국·중국 등에 맞설 수 있는 국가 AI 기술 내재화를 위한 핵심사업이다. 그러나, 이 구상이 성공하려면 정치·행정적 간섭의 최소화, 성과중심의 관리, 글로벌 벤치 마크 등 인공지능 미래기획수석의 역할이 중요하다.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알고리즘과 컴퓨팅 파워에 더해 데이터의 양과 질이 AI의 수준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 데이터의 대부분은 개인정보, 기업 기밀, 국가 기반시설 정보 등 민감한 성격을 띠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사이버보안에 있어선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전환은 보안보다 속도가 우선시되고 있으며, 민간 플랫폼의 데이터 활용 기준도 제각각이다. 이 상황에서 AI 활용이 보다 확대된다면, 국가 정보망 전체가 해킹·유출·오남용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유럽은 유럽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통해 데이터 주권을 명문화하고 있고, 미국은 ‘국가 AI 전략’의 핵심 축으로 데이터 보호를 설정했다. 한국도 이제는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데이터 보호와 활용을 동시에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AI 데이터 주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미래기획수석실은 민간 클라우드 기업, 보안 기술사, 공공기관을 포함한 관련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민간의 민첩함과 정부의 권한을 함께 묶어내야 한다. 기술은 혁신이지만, 보안은 생존의 문제다. 기술 발전의 이면에 있는 위험 요소를 관리하지 못하면, 미래 산업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아울러, AI는 국방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드론, 지상·해상 국방로봇,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등은 전장에서 사람을 대체하거나 보조하고 작전 결정을 지원하는 핵심 전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AI를 활용한 작전지휘결심의 속도는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수단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여기엔 분명한 원칙이 필요하다. 통제권은 반드시 인간에게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미국은 AI를 국방 분야에 도입하되, '인간 통제권 유지'(Human-in-the-Loop) 원칙을 엄격히 고수한다. 어떤 경우에도 AI의 판단이 인간의 결정을 대체해서는 안되며, 인간이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기술이 통제 없는 속도로 확장될 경우, 터미네이터와 같은 자율살상무기(LAWS) 등의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한국은 국방 AI를 본격 운용하기 이전 단계에 있지만, 바로 지금이야말로 윤리·법적 기준을 설계할 최적의 시점이다. 인공지능 수석실은 국방부·과기정통부·인권위와 협력해, ‘군사 AI 윤리 원칙’과 운용 가이드라인 등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기술은 가속되지만, 윤리와 통제는 속도가 늦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국경 없는 기술 AIAI는 국경 없는 기술이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도,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윤리와 규범을 선도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난다. 특히 AI는 알고리즘 편향, 프라이버시 침해, 감시 도구화 등 부작용이 빠르게 드러나고 있다. 유럽은 AI법(AI Act)을 제정했고, 미국은 AI 안전성 검토와 기술 기준을 글로벌 기업과 함께 수립 중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 기술은 뛰어나지만 글로벌 규범 설정 과정에선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이제 우리도 안보의 관점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형 AI 윤리 기준과 기술 가이드라인을 정립하고, 이를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글로벌 규범 설정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오늘날 국제사회가 핵 보유국과 미보유국의 레짐으로 나뉘는 것처럼, AI의 글로벌 규범 설정 과정에서의 주도적인 역할은 미래 우리 안보에 있어서 그 같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AI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영역에서도 이미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금융, 의료, 교육, 행정 등 일상 전반에 AI 서비스가 접목되면서, ‘편의’와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알고리즘이 국민 개개인의 삶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AI가 생성하는 결정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며, 시민의 기본권을 어디까지 보장하는지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이에 따라 AI 책임소재와 피해구제 방안 마련, 알고리즘 설명 가능성과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 AI 기술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기술의 진보는 사람 중심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결론적으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인프라와 인재를 갖췄다. 하지만 AI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전략의 문제이자, 통제의 문제이며, 결국 국가 안보와 주권의 문제다. 기술은 쓰는 사람과 제도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무기가 될 수도,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의 100조원 규모의 AI 분야 투자, 그리고 인공지능 미래기획수석의 신설은 이 시대 흐름에 대한 대응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이 단지 ‘신기술을 챙기는 기회와 자리’로 그친다면 오히려 책임만 커지고 성과는 없을 것이다.지금부터는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전략, 민관이 함께 책임지는 체계가 필요하다. 민간 기업의 창의성과 속도, 정부의 규제력과 책임성을 접목시키는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 AI 정책의 골든타임이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기술은 있지만 주권은 없는 ‘디지털 종속국’이 아니라 미래를 선도하는 ‘디지털 선도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차도완 교수는_국방대학교 국방AI/로봇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무인체계연구실을 운영하면서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함께, AI, 지능형 드론, 지능형 로봇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로봇공학, 제어공학, 드론공학 등 무인시스템과 관련한 주요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국방로봇학회의 총무부회장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국방로봇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제언,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AI, 로봇, 드론 등에 대한 다양한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2025.08.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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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 하나 바꿨을 뿐인데’…LLM 결과물이 달라진다 [새로 나온 책]

모두를 위한 최신 ChatGPT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전문가들은 말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빠르게 적응해야 살아남는다”고. 챗GPT 열풍을 시작으로 ▲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 ▲라마(LLama) ▲딥시크(DeepSeek) ▲Grok 등 대형언어모델(LLM)은 우리 일상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LLM이 챗봇이나 콘텐츠 생성 도구처럼 텍스트 기반의 작업을 수행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질적인 행동까지 옮긴다.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여행 계획 수립부터 비행기 표, 호텔 예약, 체험 프로그램 신청까지 AI가 알아서 처리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AI 시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 시대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활용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책들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은 LLM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실용서에 가깝다. LLM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흔히 ‘프롬프트’(prompt)라고 하는 질문을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이 책은 프롬프트를 어떻게 만들고 적용하면 되는지를 실제로 보여준다. 이 실용서는 IT 교육 기관 마소캠퍼스가 펴냈다. LLM에 대한 기초와 원리를 설명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롬프트를 설계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기초 단계부터 실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이론과 실습 프롬프트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예를 들면 ‘ 정부 제안서 시작 파트를 작성해주세요’라는 프롬프트 대신 “다음 구절로 시작하는 정부 제안서 시작 파트를 만들어주세요. ‘인공지능 시대의 에듀테크 파트너, 마소캠퍼스’라는 문장에 이어지는 시작 파트 내용을 구성하는데 자연스러운 느낌이 유지되도록 작성해주세요”처럼 구체적이고 문장을 이어 쓰는 기법을 사용했을 때 결과물이 좋아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인종 차별이나 편견이 없는 답변을 얻는 기법도 있다. ‘중국 음악의 역사와 특징에 대해서, 인종 차별적 관점이나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설명해주세요’라고 프롬프트를 작성하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효율적인 보고서 작성을 위한 표 생성 기법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면 ‘하나은행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서 표 형식으로 작성해주세요. 표는 4개의 열로 구성하고 첫 번째 열부터 중요도 별점, 기사 제목, 요약, 뉴스 URL 형식으로 출력해주세요’라고 프롬프트를 작성하면 보기에도 편한 표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에는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템플릿과 워크플로가 담겨 있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 긱 웨이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성공 원인이 무엇일까. 미래 경영 사상가인 앤드루 맥아피는 이를 ‘괴짜’(geek) 문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혁신 기업의 경영진부터 실무자까지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기업의 조직문화 사례를 설명하고 그들이 만들어온 성공적인 규범을 공개했다. 넷플릭스와 구글을 만든 것은 단 한명의 인재가 아니라 조직 문화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엉뚱한 호기심이 긱을 정의하는 대표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저자는 세상을 바꾼 혁신 기업들에는 이런 긱들이 모여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긱들이 어떻게 새로운 조직문화를 구축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자본의 설계자들저자는 한국투자공사(KIC)에서 사모주식투자실을 이끌면서 검증한 기업의 혁신 성공과 실패 사례를 이 책에서 공유했다. 운용자산이 2000억달러가 넘는 KIC는 노르웨이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 등과 함께 글로벌 장기 초대형 자본으로 분류된다. 미국 우량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협업하며 쌓은 생생한 현장 경험이 책에 녹아 들어 있다. 자본이 기업을 어떻게 다시 움직이게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자본만 투입한다는 통념과 달리 거버넌스·인센티브·실행력 세 축을 동시에 설계해 기업을 환골탈태시킨 사례들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또 다른 추격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 자리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이 주도하고 있고,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탈 것이 아닌 데이터가 핵심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 책은 현대자동차그룹이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를 분석하고 고용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또 다른 추격’에 성공할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기술 대응과 일자리 충격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한국형 미래차 전략을 분석한다. '우리는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과감하게 던지고 있다.

2025.08.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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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산재와의 전쟁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건설 현장 자체가 위험한 곳이다. 사고가 나지 않으려면 공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안전 시설이나 교육을 강화해도 노동자가 말을 안 듣는다. 더워서 안전모 쓰기 싫다고 해서 작업하지 말라고 하면 행패를 부린다.” “안전 지시 이행하지 않는 노동자도 처벌해야 공정한 것 아닌가?” “안전사고 원인을 무조건 기업주 책임으로 귀결 지으려는 게 문제다.”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여름휴가 복귀 첫 일성으로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산재) 사망 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하자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쏟아낸 말들입니다. 이 대통령이 건설업계를 콕 찍어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포스코이앤씨, DL건설 등 건설사에서 연이어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 현장이 ‘산재 사고 온상’으로 지목돼 업계가 바짝 긴장했습니다. 한 건설사 임원은 “본사 임원들이 매일 현장을 나가서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며 “사고가 나면 어쩌나 조마조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사고 대응도 빨라졌는데요, DL건설은 지난 8일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추락사가 발생하자 3일 만에 대표이사와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비롯한 임원진·팀장·현장소장 등 80여명이 사표를 제출하고 44곳에 이르는 모든 현장의 작업을 중지했습니다. 이전에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신속하고 파격적인 조치입니다. 정부 당국도 이 대통령이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하자 모든 법적, 행정적 수단을 동원하는 총력 대응에 나섰습니다. 건설 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 금융제재 등 강력한 처벌로 산재 발생 시 경제적 손해를 본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올초부터 최근까지 산재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건설 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및 징벌적 배상제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이재명 정부의 ‘산재와의 전쟁’ 첫 고강도 제재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산재 근절을 얘기하는 것에 대해 정권 초기 노동계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겠냐며 ‘직보 지시’도 보여주기식 메시지로 보기도 합니다. 사실 국내외 이슈를 모두 챙겨야 하는 대통령이 전국에서 벌어지는 산재 사고를 일일이 챙긴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일부 삐딱한 시선처럼 ‘정치적 액션’이라고 해도 산재 사고에 대한 기업과 노동자 등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안전 시설 및 시스템이 개선돼 사고가 줄어든다면 잘한 일입니다.그런데 현재까지는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며 ‘쇼’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산재 사고 사망만인율)은 1만명당 0.39명인데요, 이를 OECD 평균인 1만명당 0.29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은 반복되는 산재 사망 사고에도 비용을 아껴 잇속을 챙기겠다는 기업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손해를 안기겠다는 계획입니다. 산재 때문에 막대한 손해가 나 봐야 비용을 안 아끼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또 다른 건설사 임원은 “이 대통령의 생각처럼 해서 산재가 줄어들면 정말 좋겠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기업에 채찍만 휘두르는 게 아니라 ▲불법 하도급 관행 ▲외국인 노동자와의 언어 장벽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2025.08.1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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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보다 사람이 중심인 도시로 혁신이 필요하다 [CEO의 서재]

CEO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가 쓴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은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흔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책이다. 김형산 더스윙 대표는 “서울을 사람을 위한 도시로 만들어야겠다는 비전을 구체화해 준 책”이라고 이 책을 추천했다. 서울은 자동차 중심 미국의 도시를 닮아있는데, 차가 아닌 사람을 위한 도시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은 도시가 ‘살아 있고 건강해지려면’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혼합용도(Mixed primary uses)다. 같은 구역 안에 주거와 상업, 오락 기능이 공존해야 낮과 밤 모두 활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두 가지 성격만 갖춘 도시는 그만큼 생기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두 번째는 짧은 블록(Short blocks)이다. 다양한 경로를 만들어 사람들의 이동과 우연한 만남을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골목 문화로 이해할 수 있다. 건물의 다양성도 필요하다. 신도시처럼 새로 지은 아파트만 있는 도시보다는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건물이 공존해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 어느 정도 이상의 밀도를 유지하는 인구도 필요하다. 상업과 공공서비스를 유지하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인구는 필수적인 요소다. 반대로 ‘죽은 도시’를 만드는 계획도 있다. 제이콥스 당시 주목받았던 교통 편의성과 주거 분리를 중시하는 도시 정책이 오히려 도시의 파괴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대규모 공공주택 ▲고층 아파트 ▲쇼핑몰 등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상호작용을 단절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단일 용도 지역은 낮에는 활기 있고 밤에는 텅 빈 도시를 만들어 범죄와 슬럼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 중심의 도로망 확장은 보행자 문화의 붕괴를 불러오고, 도시의 ‘거리’를 잃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김형산 대표가 말한 ‘서울과 미국 도시의 공통점’ 가운데 자동차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부분이다. 제이콥스는 관료와 도시계획가들이 ‘위에서 아래로’ 도시를 설계하면서 실제 거주자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이는 실제 생활 방식과 맞지 않는 ‘비인간적인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시민의 권리와 경험이 배제되고, 공동체가 해체되는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지역 주민의 참여와 경험이 계획의 핵심이 돼야 하는 이유인 셈이다. 이 책은 당시 도시계획 이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저작으로 평가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도시 연구의 ‘고전’처럼 받아들여졌고 많은 도시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도시는 물론 전 세계 도시에서 제이콥스의 철학이 반영된 도시재생이 시도됐다. 그의 비판은 현대 도시계획에서 ‘보행자 중심 도시’ ‘다기능 복합 공간’ ‘시민 참여’라는 키워드로 녹아들었다.

2025.08.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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