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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ESG①] 늙어가는 대한민국, ‘디지털 양극화’ 괜찮나

'세계 최악' 고령화와 거리두기로 디지털 소외현상 심각
은행·카드사, 'ESG 경영' 차원의 디지털 포용 '잰걸음'

 
 
서울 양천구의 한 음식점에서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양천구의 한 음식점에서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디지털 변화에서 소외되거나 피해를 보는 계층을 포용하면서 디지털 전환 과정의 갈등과 대립을 지혜롭게 조율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열린 ‘2021디지털이코노미포럼’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급속도로 확산되는 디지털 확산의 이면에 세대간, 지역간, 직업별 디지털 격차와 함께 양극화가 동반되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할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홍 부총리가 언급한 디지털 격차와 양극화는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해결 과제로 등장한 지 오래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 대응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내세우면서 점포와 인력감소세가 갈수록 두드러지고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애로를 겪는 금융 소외계층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문제점을 인식한 국내은행들도 디지털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악’으로 꼽히는 대한민국의 고령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각국 정부의 ‘거리두기’는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사회로의 진입을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급속한 디지털 전환은 일부 취약계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일수록 디지털 소외 현상과 이로 인한 부작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에 직면해 있다. 국제연합 UN 전망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의 선두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2060년까지 인구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과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와 서유럽은 인구 감소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의 전망은 더 충격적이다.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 조사에 따르면 한국, 일본, 태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경우 80년 이후 인구가 지금의 반토막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우리나라의 경우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중장년층인 50~60대의 비중이 가장 높고 10~20대 비중이 가장 낮은 상황이다. 전체 평균연령 역시 40~45세를 나타내고 있다. 디지털 변화가 가속화될 경우, 지금의 중장년층 역시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전락해 인구 절반 이상이 디지털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이에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고령자를 비롯해 저소득층, 농어민, 장애인 등의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정보취약 4대 계층(고령자, 농어민, 장애인, 저소득층)의 디지털정보화 활용 수준은 일반국민 대비 75%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 별로 살펴보면 디지털 활용 수준은 전 연령대에서 전반적인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70대 이상 고령층의 경우 29.7%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이 80대 중반인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70대의 경우 10년 이상 디지털 소외 계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고스란히 불완전 판매와 금융사기 등의 금융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일본·영국 등 ‘디지털 포용’ 정책 활발  

디지털 금융의 확산과 인구 고령화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2030년 현금없는 사회’를 목표로 핀테크 육성에 나서온 스웨덴의 경우, 현금결제를 거부하는 캐시리스 매장이 급증하면서 고령층과 저소득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OECD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 격차는 교육, 소득 수준 뿐 아니라 연령과 큰 연관이 있었으며, OECD 회원국의 젊은층(16~24세)은 인터넷을 전반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반면, 노년층(55~74세)은 국가간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때문에 주요 선진국들도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맞춤형 ‘디지털 금융포용’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소비자 보호법’을 통해 고령자들의 금융자산 착취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노인재정보호국(Office of FinancialProtection forOldAmericans)에서는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금융사기 예방 교육을 설계하고, 간병인이나 이해관계자들로 인한 금융 착취를 방지하기 위한 네트워크 개발 등 다양한 교육 아이디어 등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령국가인 일본도 고령투자자들을 위한 별도의 금융소비자 가이드라인과 함께 고령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보호 모니터링 규정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은행 점포폐쇄에 대응하기 위해 예적금, 대출, 외환거래 등 일부 업무를 은행 창구가 아닌 우체국 지점, 유통·통신 대리점에서 은행업무의 일부를 볼 수 있는 ‘은행대리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역시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취약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은행 점포 폐쇄에 대응해 서비스 접근성 보장을 위한 조치를 마련해 시행 중이다.
 

국내 금융사도 ESG 경영 차원 ‘금융포용’ 추진

우리 정부 역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올 초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금융교육정책 심의·의결 기구로 개편된 ‘금융교육협의회’는 지난 5월 첫 금융교육협의회를 개최하고 올해 금융교육 운영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도규상 의장(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디지털·비대면 금융거래 확산으로 고령자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 애로와 함께 보이스피싱·주식리딩방·유사수신·불법사금융 등 각종 금융범죄에 대한 예방 차원의 금융교육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금융교육기관의 교육실적과 특성을 반영해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등으로 계층별 교육기관을 그룹화하고 주담당기관을 지정했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디지털 포용에 관심을 두는 금융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포용은 글로벌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만큼 이런 활동은 앞으로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은행이 지난 한해동안 총 500여 차례에 걸쳐 소외계층 및 노년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친숙도 및 비대면 금융업무 접근성 제고 차원의 맞춤형 금융교육을 실시했으며, 전체 참여자 수만 5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NH농협은행은 올해 초 디지털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NH포디적금’을 출시했는데, 이 상품은 오픈뱅킹 거래실적에 따라 우대금리는 물론 별도의 기금을 출연해 디지털 소외계층을 지원하도록 설계했다.
 
또 KB국민은행은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시니어 디지털 금융교육’을 실시했는데, 별도의 디지털 금융교육 교재를 자체적으로 제작해 일상생활에 자주 쓰이는 휴대폰 앱 사용법부터 은행 모바일 뱅킹 활용법, 금융사기 피해예방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노인복지관 등 총 11개 기관에서 39회에 걸쳐 디지털 금융교육을 실시했고, 교육 영상도 제작해 비대면 교육으로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SC제일은행은 노년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지난 5월부터 MKYU(MK&YOU University)와 함께 ‘디지털 튜터’ 양성 지원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디지털 튜터는 노년층의 디지털 문맹 탈출을 위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활용법을 안내하는 직업이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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