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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플랫폼 기업 규제에 애플·구글 주가 하락 가능성 [이종우 증시 맥짚기]

미국 S&P500 지수 PER평균치 21.3배로 과거보다 30% 높아
경제지표 예상보다 나빠 美 기업 이익과 전망치 격차 줄어들 듯

 
 
지난 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536.95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앙포토]
 
코스피지수가 안정을 되찾았다. 미국 주식시장의 역할이 컸다. 미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이어간 덕분에 국내 시장도 하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주식시장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익과 주가의 관계를 봐야 한다. 이익도 이미 지나간 2분기나 한 달 후에 나올 3분기 이익이 아니라 12개월 후 전망을 봐야 한다. 가까운 미래는 주가에 대부분 반영돼 추가적인 영향을 파악하기 힘든 반면, 1년 후 이익은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아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주가순이익비율(PER)은 현재 주가가 이익의 몇 배로 거래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다. 숫자가 낮을수록 주가가 낮다는 의미가 된다. 12개월 선행 이익으로 계산한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PER이 21.3배다. 지난 2000년 IT(정보통신) 버블 때 이후 가장 높다. 주가를 평가하는 지표가 대표적인 버블 기간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건 주식시장이 언제든지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일반적으로 시장 PER은 3~5년 평균치에 수렴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5년이면 경기 사이클 하나가 완성되는 기간인데, 경기가 좋을 때, 나쁠 때를 비롯해 온갖 경우가 PER에 포함되어 있어 기간 평균치가 경제의 실력과 유사해진다. 2000년 이후 21년간 미국 S&P500지수의 PER 평균치는 15.8배였다. 지금이 21.3배니까, 이익과 비교한 현재 주가 수준이 과거 평균보다 30% 높은 상태라고 보면 맞다.
 

美 증시 훈풍은 풍부한 유동성과 IT주가 상승 덕분

왜 이렇게 미국 주식시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을까. 우선 유동성의 역할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13년간 각국 중앙은행이 많은 돈을 풀었다. 지난해 금융위기 직후 5년간 공급했던 돈보다 많은 금액을 시장에 쏟아부었다. 그 덕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비롯한 중앙은행의 자산이 늘었고, 유동성의 힘을 이용한 자산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 비용이 줄고, 빌릴 수 있는 규모도 커지다 보니 차입을 통한 투자에 걸림돌이 없어진 것이다.  
 
유동성이 주가를 만드는 역할을 하다 보니 미국에서 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주가가 요동쳤다. 연준이 혹시나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을 발표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지난달 테이퍼링의 가닥이 잡혔지만 의외로 주식시장이 동요하지 않았다. 테이퍼링을 시행하더라도 유동성 공급 축소 규모가 작고, 연준이 유동성 축소 자체를 반기지 않는다는 분석 덕분이다. 
 
금융 정책 변화가 주가를 움직였던 사례도 적지 않다. 금융위기 직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미국에서는 세 번의 양적 완화를 시행했다. 그리고 2015년에 자금 공급을 중단하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테이퍼링이 끝났을 때, 그리고 금리를 처음 인상했을 때 미국 주식시장은 10% 정도 하락했다 다시 원래 수준을 회복했다. 금융정책 변화가 주식시장에 일시적 영향밖에 주지 못한다는 증거다. 이번은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주가 반응이 더 약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이익이다. 올해 상반기 S&P500 기업의 영업이익이 94% 증가했다. 이익이 크게 늘자 전망도 덩달아 좋아졌다. 이익이 잘 나오자 전망이 좋아졌고, 나아진 전망을 기반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선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기대도 주가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플랫폼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전체 시장이 따라서 올라가고 있다. 경제 전체에서 플랫폼 기업의 역할이 커질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이 되면 플랫폼 기업 주가가 얼마든 문제 되지 않는다. 
 
여기에 주가 상승으로 인한 낙관적인 심리가 더해졌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미국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으니까 13년간 주가가 오른 셈이 된다. 시장이 이렇게 오랜 시간 오르면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을 당연하게 여긴다. 지금 미국시장이 그 상태다.  
 

기업이익 전망이 주가 상승에는 도움 안돼 

그러나 상승 요인 중 이익 전망과 플랫폼 기업은 앞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미국 기업 이익은 발표치는 전망치보다 높게 나왔다. 지난 2018~2019년 기업이익의 발표치와 전망치의 차이는 5% 정도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차이가 벌어지더니 올해 1분기에는 실제치가 전망보다 25% 높았다. 2분기에 차이가 15%로 줄었지만, 여전히 과거보다는 격차가 크다. 이렇게 실제 이익이 전망치보다 좋게 나오다 보니 사람들은 더 좋은 실적을 예상하에 투자를 하고 있다.  
 
앞으로는 실제 이익과 전망치 사이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기업실적은 경제변수보다 조금 늦게 움직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경제서프라이즈지수가 있다. 여러 기관이 전망한 경제변수를 실제 수치를 비교한 것인데, 실제치가 전망보다 좋게 나오면 +, 반대일 경우 –로 표시한다. 7월에 미국의 경기서프라이즈지수가 –가 됐다.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고 있다는 의미로 조만간 기업실적도 비슷한 모습이 될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 기업이 여러 나라에서 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점도 걸린다. 애플,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높고 이익 규모도 크기 때문에 규제에 들어가더라도 당장 입을 피해는 크지 않지만, 규제가 없던 상태에서 규제가 있는 상태로 변한다는 것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기분 나쁜 일이다. 지금 주가는 아무런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최대의 이익을 낸다는 가정에서 만들어진 수치다. 주가가 높기 때문에 약간의 변화만 있어도 가격이 요동을 칠 수 있다. 어떤 재료든 최고의 상황에서는 실력보다 높은 주가가 만들어지는데 상황 변화는 실제보다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더 받는다.  
 
아시아시장, 유럽시장, 미국시장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6월까지만 해도 미국시장이 상승하면 모든 지역의 주가도 올랐는데, 7월에 아시아시장이 먼저 탈락하더니 8월에는 유럽까지 미국시장과 다른 모습이 됐다. 지역별로 주가의 모양이 달라졌다는 건 글로벌 공통요인보다 국가별 자체 요인의 영향이 커졌다는 의미가 된다. 유동성 공급보다 국가별 실적과 핵심 업종 구성 등이 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 우리 시장이 반도체 하락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과거 상승이 막바지에 도달했을 때 국가별로 주가가 따로 움직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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