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유료→인상’ 카카오T 셈법이 카카오 발목 잡았다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라②]
골목상권 침투한 카카오 수수료 전략 결국 ‘부메랑’으로
플랫폼 독과점 규제 움직임에 류긍선 대표 “상생 방안 고민”
카카오T(택시)가 결국 카카오의 발목을 잡았다.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는 카카오의 대표 성공작으로 꼽힌다. 그런데 서민 생계 업종인 택시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이 높아지자 수수료와 이용료 인상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
이 논란은 카카오T에 그치지 않고 카카오가 침투한 골목상권 업종인 이미용·꽃배달·퀵·대리운전·미용실·네일숍·실내골프연습장·영어교육 등으로 번져나갔으며, 플랫폼 기업의 폐해로 떠올랐다.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2018·2019년에도 카풀 서비스 논란으로 택시 기사들이 분신자살하기도 했다.
카카오T는 택시·대리운전·택배 등 운송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정액·정률 등의 방식으로 수수료 수익을 거두고 있다. 문제는 매우 높은 시장점유율에도 수수료 인상을 단행해 가맹업자와 소비자의 반발을 샀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와 국회국토교통위원회 조사 결과 8월 기준 카카오T 가입 기사는 전국 22만6154명으로 전체의 93%를 차지한다. 서울·경기·인천은 98%를 넘으며 경남·대구·전국·경북·강원 등은 80%를 웃돈다.
정액·정률제로 차등 두고, 기사·승객 수수료 모두 받아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의 경우 가맹계약은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인 KM솔루션과, 제휴계약은 카카오모빌리티와 각각 맺는다. 제휴계약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회원사에 한해 배회영업 데이터 제공, 각종 서비스에 대한 홍보·브랜드 마케팅에 참여하는데 대한 비용을 주는 계약이다. KM솔루션이 체결하는 가맹계약과 별개다.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 기사는 매출의 20%를 가맹계약을 맺은 KM솔루션에 낸다. 그리고 제휴계약을 맺은 카카오모빌리티로부터 15~16.7% 가량의 금액을 돌려받는다.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3.3~5%의 수수료를 내는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가맹계약 수수료 20%에는 콜 중개와 함께 관제시스템, 하드웨어 유지보수, 기사채용 지원, 기사 교육 프로그램 구축 등 운영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점유율 높아지면 무료에서 고가 수수료로 전환
승객도 택시 호출비(콜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낸다. 카카오T블루 호출은 3000원까지 변동 요금이 적용된다. 전액 카카오모빌리티의 몫이다. 일반 택시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 호출’은 낮 시간대에 정액 요금 1000원(야간 2000원)을 부담하고, 카카오모빌리티가 40%, 택시기사가 60%를 갖는 구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이외의 사업 영역도 계속 넓혀 왔다. 카카오T 대리와 카카오T 퀵·택배가 대표적이다. 신규 사업의 수수료는 업계 평균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다. 카카오T 대리의 현재 운행수수료는 시장 평균(21.4%)에 못 미치는 20%다. 카카오T 퀵의 수수료도 업계 평균(약 23%) 수준에서 매겨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수수료를 5~23% 구간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점, 콜 자동 배치 등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따가웠다. 초기엔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내세운 뒤, 시장지배력이 커지면 유료화와 인상을 시도하는 것이 카카오의 공식이 됐다는 지적이다. 2015년 카카오택시로 출발한 카카오T는 초기엔 기사와 승객에게 호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하지만 택시 시장을 장악한 뒤 수수료 체계를 본격 도입했다. 최근엔 스마트 호출비의 최대 5000원까지 인상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독과점 폐해가 지적되고 정부의 규제 움직임까지 일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4일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카카오T 수수료·요금의 폐지·인하, 골목상권 철수, 파트너 지원 확대 등 내용이 골자다. 비가맹 택시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 호출 서비스는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프로멤버십 요금도 월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가맹 택시와의 상생 협의회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대리운전 기사에 적용했던 20%의 고정 수수료도 20%의 범위에서 할인 적용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골목상권 직접 진출 논란을 빚었던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는 철수할 예정이다. 다만 서비스 폐지·중단 시점은 사업자와 이용자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차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이동 경험 혁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겠다는 회사의 목표를 되새기고, 업계 종사자들과의 대화와 협력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정지원 인턴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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