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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먹거리' 확보하려던 빅테크, 규제 날벼락…보험사는 '표정관리'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라⑥]
금융당국 규제에 카카오페이 우선 ‘백기’
핀테크사 “당국 가이드라인 나오면 철저히 반영” 움직임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 카카오페이]
 
금융당국이 핀테크 플랫폼의 금융상품 중개·판매 행위 규제에 나서며 빅테크사들의 금융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플랫폼의 금융상품 비교·추천서비스를 광고가 아닌 ‘중개’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금융상품을 중개 판매해온 카카오페이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카카오페이는 자동차보험료 중개서비스를 금소법 시행 전까지만 운영하기로 결정했고 일부 보험상품은 아예 판매를 중단했다. 보험 중개 관련 서비스를 진행 중인 다른 회사들은 내달 발표 예정인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당국 발표에 따라 향후 금융 관련 사업 방향이 완전히 바뀔 수 있어서다.
 
빅테크사들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는 보험사들의 표정은 느긋한 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영업 활성화 차원에서 빅테크사들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지만 당장 수익에 도움이 되는 수준의 협력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빅테크사들의 시장지배력 감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업계 반응도 나온다.  
 
지난 9월 10일 카카오페이는 6개 손해보험사(현대해상·DB손보·KB손보·하나손보·악사손보·캐롯손보)와 제휴해 진행하던 자동차보험료 비교 가입 서비스를 금소법 시행 하루 전날인 24일까지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2일에는 국내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제공하던 운전자보험·해외여행보험·펫보험 등 일부 보험상품 판매도 잠정 중단했다.  
 
카카오페이의 일부 보험서비스 중단은 지난 7일 금융위원회가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광고가 아닌 ‘중개’로 보고 금소법에 따라 등록이 필요하다는 해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보험 관련페이지에서 ‘보험서비스 및 보험상품은 KP보험서비스가 제공합니다’라는 문구를 공지로 띄우며 판매업자를 명확히 하기 위한 페이지 개선에 나선 상태다. [사진 카카오페이 페이지]
 
보험업법상 보험상품 중개를 하려면 보험상품 판매업자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카카오페이는 자동차보험료 비교 가입 서비스를 보험 판매 라이선스를 획득한 자회사 KP보험서비스라는 보험대리점을 통해 진행해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카카오페이의 자동차보험 비교서비스를 ‘단순 광고’가 아닌 ‘중개’로 해석했다. 보험업법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금소법 상에서는 소비자들이 판매주체를 빅테크로 인식할 수 있어서다. 결국 계속되는 금융당국의 ‘중개’ 행위 금지 압박 속에 카카오페이는 선제적으로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카카오페이는 곧 상장을 앞두고 있어 금융당국과의 갈등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당국으로부터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한 손해보험사 본허가도 획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과의 갈등의 불씨를 만들 필요가 없다.  
 
카카오페이 측은 “금소법 계도기간 내 금융당국의 우려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일환으로 카카오페이는 보험 관련페이지에서 ‘보험서비스 및 보험상품은 KP보험서비스가 제공합니다. 카카오페이는 판매 및 중개에 관여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공지로 띄우며 판매업자를 명확히 하기 위한 페이지 개선에도 나선 상태다. 이후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보험서비스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토스는 기존 보험 서비스의 변동 없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토스는 앱에서 소비자들의 보험 분석 요청이 들어오면 등록 설계사가 상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물론 상담 과정에서 설계사를 통해 보험판매도 이뤄진다. 토스 관계자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이 나와 서비스, UI상 조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진행할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서비스 설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토스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핀테크사들도 난감해졌다. 앱에서 개인 맞춤형 보험을 추천하고 다른 회사 상품을 추천하는 중개서비스나 보험료 비교서비스를 앞으로 운영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보장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맵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누가 판매업자인지 명확히 표시하는 앱 개선을 진행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보험 중개 관련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은 손보사들과 함께 자동차보험료 비교서비스를 출범시키려다 수수료율에 이견이 생겨 사업 추진을 중단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언제든 다시 자동차보험료 비교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 네이버파이낸셜 역시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촉각을 곤두세울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진행 중인 ‘소상공인 관련 의무보험 가이드’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1월부터 ‘사장님 보험가이드’를 오픈했고 이 곳에서 의무보험 가입 수요자들을 위해 해당 보험사 홈페이지로 연계되는 페이지도 운영한다. 하지만 이는 광고배너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중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사장님 보험 가이드 페이지는 로그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구나 사이트에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며 “개인이 특정되지 않고 비교나 추천 등 중개를 해주는 개념도 아니다. 엄연히 배너광고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휴 통한 이익 크지 않던 보험사 표정은 ‘느긋’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빅테크의 보험대리점 등록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꽤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그사이 빅테크사들의 금융 중개사업 확장에는 제동이 걸리게 됐다.
 
빅테크사들과의 중개 판매 제휴가 일부 중단되거나 무산될 위기지만 대형 보험사들은 다소 느긋하다. 당장 비교 및 추천 등 중개 비교 서비스가 중단된다 해도 큰 타격은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 자동차보험료 비교서비스에 참여했던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애초에 온라인채널 자동차보험료 수익은 보험대리점(GA) 채널이 주력”이라며 “카카오페이 제휴가 끝나도 수익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손보사 측도 “빅테크사들과 제휴해 판매하는 온라인 상품들의 보험료 수익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빅테크들의 보험시장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어 보험사들은 반기는 눈치다. 특히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던 대형사 입장에서는 플랫폼사들의 시장 진출이 달가울리 없어서다. 그동안 대형 보험사들은 빅테크들의 플랫폼 경쟁력 앞에서 철저히 ‘을’의 입장이 돼왔다.  
 
한편 금융당국은 향후 핀테크 플랫폼과 제휴를 맺은 보험사들의 상품 전체 현황을 파악한 뒤 추가적인 관리 감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핀테크 제휴를 잠정 중단하는 보험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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