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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10년 유예해줬는데…NH농협생명, 여전히 '방카슈랑스 의존증'

올 7월, 초회보험료 비중 방카슈랑스 97.3% 달해
특정회사 상품 25% 이상 팔 수 없는 '방카 룰' 10년간 유예
지역 농축협 단위 영업 여전…장기적인 '수익 리스크' 대비해야 할 수도

 
 
[사진 NH농협생명]
NH농협생명의 방카슈랑스(은행서 보험 판매) 채널 의존도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출범 후 전국 지역단위 농·축협에서 영업을 진행하는 특성을 반영해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을 25% 넘지 못하는 이른바 '방카 룰' 적용을 제외해준지 10년이 다됐지만, 여전히 판매채널 다변화에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올 초 국회에서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하며 NH농협생명의'방카 룰' 적용은 2027년까지 유예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NH농협생명이 지역 농촌경제 침체를 무기로 정부 정책에만 기댄 보험영업을 진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방카 룰' 10년 유예해줬는데… 판매채널 비중은 '그대로'

 
'방카 룰'이란 보험판매처에서 특정 보험사 상품을 25% 이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또 점포별로 보험판매인을 2명 이하로 제한하고 점포 밖에서 영업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험사를 자회사로 가진 금융지주계열 은행이 자사 상품만 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규제책이다.  
 
하지만 NH농협생명은 2012년 출범 때부터 '방카 룰'을 적용받지 않았다. 당시 지역단위 농·축협 점포에 의지하고 있는 농어민에 대한 금융혜택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 초기 NH농협생명의 경쟁력 지원 차원에서 '방카 룰'을 2017년까지 5년 유예해줬다.  
 
이후 지역 농·축협에서 농어민을 대상으로 고액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하며 몸집을 불린 NH농협생명은 생명보험업계 강자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2016년 말 기준 NH농협생명의 총 자산은 61조원으로 빅3 생보사(삼성·한화·교보) 다음인 4위다. 당시 총자산 5위였던 ING생명(약 30조원·현 신한라이프)보다 두배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할 만큼 NH농협생명은 불과 5년만에 지역 농협을 기반으로 대형 생보사가 됐다.
 
NH농협생명은 2016년 12월 '방카 룰' 적용을 5년 더 유예받았다. 보험업계에서는 '과도한 특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출신이었기 때문에 특혜를 줬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그렇게 NH농협생명은 지역 점포에서 자유롭게 자사 상품을 판매해왔다.
 
[자료 생보협]
 
문제는 전체 초회보험료(신계약 후 첫달 납부 보험료)에서 방카슈랑스 채널 의존도가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2016년 12월 기준, NH농협생명이 거둔 초회보험료 비중을 살표보면 방카슈랑스가 96.4%로 압도적이다. 보험설계사는 2.07%, 대리점은 1.45%에 그쳤다.    
 
약 5년이 지났지만 판매채널 비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올 7월 기준 NH농협생명의 초회보험료 비중은 방카슈랑스가 97.3%, 설계사는 1.19%, 대리점은 1.38%다.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등이 포함된 기타가 0.03%, 비대면채널인 텔레마케팅(TM)이 0.39%, 온라인채널(CM)은 0.03%에 그쳤다. 방카슈랑스 비중은 더 올랐고 설계사와 대리점 비중은 더 낮아졌다. 같은기간 NH농협생명의 보험설계사 수는 2000명대에서 900명대로 줄었다. 지난 10년간 사실상 판매채널 다변화에 실패한 셈이다.  
 
올 초 부임 한 김인태 사장의 온라인채널 확대 전략도 아직은 결실을 맺지 못하는 분위기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부터 모바일 청약시스템 강화, 온라인 전용 보험상품 출시 등에 나서고 있지만 초회보험료 비중이 전체 대비 1%도 되지 않는다.  
 

지나친 방카 의존, '수익성 변동' 리스크 커질수도

 
생보사 초회보험료는 저축성보험을 주로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채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이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보험설계사 영업이 어려워지자 방카슈랑스 비중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NH농협생명의 방카슈랑스 의존도는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NH농협생명보다 상위권사들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비중은 삼성생명이 84% 한화생명이 70.5%, 교보생명은 42%다. 업계 평균 80% 대비해서도 NH농협생명의 방카슈랑스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NH농협생명이 보다 적극적인 판매채널 다변화 전략에 나서지 않는 이상 향후에도 방카슈랑스 의존도가 여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NH농협생명은 오는 2027년까지 '방카 룰' 적용을 유예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올 초 관련 내용을 담은 농협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승인이 완료되면 NH농협생명은 2027년 3월 1일까지 '방카 룰' 적용이 유예된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채널이 아닌 GA나 CM쪽 채널을 중심으로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를 늘리려 노력 중"이라며 "설계사도 장기적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지역단위 점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총자산 규모 빅5 생보사의 채널 비중이 특정 채널에 쏠려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수익성 차원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예금보험공사는 방카슈랑스 관련 보고서를 내며 "생보사가 영업력 지속성이 약한 방카슈랑스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일시납보험료 증감이나 특판상품 마감 등에 따른 수익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방카슈랑스에 너무 의존하면 보험사의 수익변동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NH농협생명의 GA채널 불완전판매비율은 상승세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NH농협생명의 GA채널 불완전판매비율은 1.73%로 생보사 20곳(GA채널 판매사) 평균 0.4%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특히 신계약건수 1만건 이상 생보사 중 불완전판매비율이 1%대를 넘어선 곳은 NH농협생명이 유일하다.
 
지난해 말에도 NH농협생명의 GA채널 불완전판매비율은 1.5%대를 기록, 5만건 판매 이상 업체들 중 가장 높았다. 6개월이 지났지만 GA채널 불완전판매비율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상승한 셈이다. 빅3 생보사의 경우 GA채널 불완전판매비율이 0.1~0.3%대 수준으로 점점 하락세를 보인다. 
 
김 사장이 채널 다변화를 위해 GA채널 보장성보험 판매를 강화하고 있지만 불완전판매 관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GA채널 불완전판매 관리를 특히 강조하고 있어 NH농협생명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개선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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