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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5000억’ 기부받고 표류중인 중앙감염병병원 청사진

[2021 국감] 2026년 설립하려던 중앙감염병병원 사업 차질 빚어
5000억 기부금 들어오자 기재부가 예산 깎고 “적정성 재검토”
정기현 중앙의료원장 “수천억 기부금 들어오니 불나방처럼 붙어”

 
 
14일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에 대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만약 기획재정부의 (중앙감염병병원 설립) 사업 적정성 재검토가 내년 1월까지 안 되면 사업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정 원장의 발언처럼 현재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은 표류 중이다.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국립병원 건립 논의는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후 시작됐다. 국회 예산 삭감과 부지 선정 등 우여곡절 끝에 2018년 12월 건립 계획을 확정했다. 100 병상 규모의 중앙감염병병원을 1294억원을 들여 2026년까지 준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다 지난 4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거액을 국립중앙의료원에 기부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유족은 7000억원을 기부하면서 이 중 5000억원을 ‘세계 최고의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써달라고 당부했다. 나머지 2000억원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감염병 연구에 쓰기로 했다. 
 
거액의 기부금이 들어오자 기재부는 돌연 입장을 바꿨다. 기존 사업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업 계획을 재검토하는 데는 길게 1년이 걸린다. 아울러 기재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중앙감염병병원 구축사업 예산 2억5000만원을 삭감하고, 국립중앙의료원이 요구한 증축 설계비 10억원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정 원장은 지난 8월 국회 토론회에서 “수천억원 기부금이 들어왔다고 온갖 이해 관계자들이 불나방처럼 붙고 기재부는 기부금을 자기 돈인 양 검증하겠다고 나섰는데도 복지부의 정책 의지는 실종된 상태”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이날 국감에서는 정 원장의 ‘불나방’ 발언이 등장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정 원장의 ‘불나방’ 발언을 언급하면서 “관계기관들이 기부자의 뜻을 구현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하는데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원장은 당시 발언에 대해 “국가정책사업에 대한 아쉬움을 과하게 표현했다”며 “지금은 합의와 논의가 많이 이뤄졌고, 기부금관리위원회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기재부의 적정성 재검토가 내년 1월까지 이뤄진 이후 내년 3월까지는 설계가 돼야 2026년에 완공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건희 회장의 기부 이후에 오히려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기재부와 마찰을 빚으면서 예정보다 늦어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정 원장은 “마찰이 아니라 기부금 등으로 인해 전반적인 사업비가 변동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한 뒤 “시작은 늦었지만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국감에 출석한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도 “시작은 늦어졌지만 완공 목표는 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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