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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던진 화두…에듀테크의 역할 고민해야 할 때 [김국현 IT 사회학]

공교육 위기 틈타 에듀테크 급성장…자녀 교육에 헌신 부모 욕망 채워줘
중국 에듀테크 규제 나서…교육 평등 기조 이어간다지만

 
 
중국 에듀테크 기업 주오예방 홈페이지. [사진 주오예방 홈페이지 캡쳐]
 
팬데믹 탓에 많은 디지털 분야가 성장했지만, 그중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분야가 있었다. 바로 교육이다. 국내에서는 이 분야를 두고 에듀테크(edutech, education+technology)라고 많이 부르고, 에드테크(edtech)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나라도 많다(편집자 - 편의상 한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에듀테크라는 단어를 본문에서 사용한다).  
 
코로나19로 공교육이 기능 부전에 빠지자, 그 틈을 디지털을 활용하는 사교육이 메꿔주기 시작한 것. 세상으로의 접점이 닫혔어도 향학열만은 식지 않았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자녀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집중해 주고 싶은 부모들의 욕망은 흘러넘쳤다. 이 향상심과 갈망이야말로 어떠한 불황에서도 마르지 않는 수요다.
 

개발도상국 에듀테크 관심 뜨거워  

이 추세라면 2025년경까지(홀론IQ의 조사 수치) 글로벌 추산 400조원 규모로 커질 예정이었다. 가장 강력한 성장 시장 중 하나다. 국내에서도 이러닝, 인강, 스마트러닝 등 교육의 디지털화는 유행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및 VR/AR 등 첨단 기술과 접목해 다른 결과를 낸다고 주장했다.
 
‘수포자’라는 유행어처럼 학습은 좌절을 유발하곤 하는데, 적절한 코칭이 없다면 지치면 포기하는 것이 사람의 의지다. 헬스장의 개인PT처럼 옆에서 자세도 잡아주고 힘내라 격려도 해주면 확실히 효과는 달라진다. 하지만 모든 공부에 있어 누구나 그러한 사치를 부릴 수는 없다.
 
그런데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만 있다면, 문제 풀이 과정을 인공지능으로 개별 분석해 개별 학습 상황에 맞춰 적합한 교재를 재구성해 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공지능이 내 실력을 살펴본 후 내 지식의 취약 부문만 집중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하니 혹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출제 경향을 분석해서 족집게처럼 미래 문제를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에듀테크는 특히 개발도상 중인 지역에서 뜨겁다. 교육이 신분상승의 확실한 열쇠가 되는 시기라서다. 인도와 중국은 대표적인 에듀테크 최전선이었다.  
 
인도는 저커버그도 투자한 바이주스(Byju’s), 토퍼(Toppr) 등으로 뜨겁고, 중국도 작년만 해도 위안푸다오, 주오예방 등 에듀테크의 기린아가 100억 달러 이상의 가치 평가로 신규자금을 조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의 참전이 가시화되며 중국만 100조원 시장이라고 칭송되던 차였다. 방글라데시처럼 인구가 많은 후발국도 중국과 인도를 본떠 시코(Shikho) 등이 등장하며 이 흐름을 바로 뒤따랐다.
 
인도나 방글라데시처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반적인 교육 수준을 높이고 싶은 곳, 특히 대도시에 사교육이 집중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곳에서는 에듀테크가 적절했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의 유명 에듀테크 기업 위안푸다오. [사진 위안푸다오 홈페이지 캡쳐]
 
중국은 4억 중산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득 수준도 삶의 질도 선진화되었지만, 여전히 수억의 서민층이 하단부를 받쳐주고 있는 나라다. 에듀테크가 만든 교육 체험과 교재가 정말로 차별적이라면, 이를 누릴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에 격차가 점점 벌어질 일이다. 여전히 빈부격차로 디지털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인민이 가득한 마당에 적나라한 교육 민영화는 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사람들은 특히 교육과 의료에서만큼은 평등의 감각이 예민해진다. 사회주의일수록 이 부분에 있어 억울함이 두렵다. 인민의 억울함이야말로 체제 유지에 가장 위험한 일임을 알고 있는 중국일수록 그렇다.
 
중국 당국은 “과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본격적인 에듀테크 규제에 나섰다. 교육업은 비영리가 되어야 하며 상장도 못 하고 외자도 유치할 수 없고 심지어 외국인 교사나 교재를 채용할 수도 없다. 자본주의화된 교육이 사회주의적 가치를 위태롭게 한다는 암시다.  
 
여기에 더불어 게임을 일주일에 딱 3시간 주말만 허락한 게임 규제까지 등장한다. 아이는 나라가 키울 테니 믿고 따르라는 듯하다. 흥미롭게도 이 중국발 뉴스에 대해 부모로서 중국에 부러움을 보내는 아이러니한 시선이 국내에도 적지 않다.
 

에듀테크 규제, 일시적 불만 잠재우는 수단 될 수도…

사회에 20대 80으로 격차가 생겨 벌어지면 이는 눈에 보인다. 득을 보는 일부의 규모가 상당하니 상대적 박탈감도 부풀어 오른다. 사교육이 융성해 주목을 받을수록 소외감을 느끼는 계층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도 그런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과외 금지나 평준화는 사회적 불만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대증요법이 된다.
 
그런데 민중은 20대 80에 신경 쓴 나머지 1% 미만의 초격차층에 의한 지배는 시야에서 놓친다. 과외 금지의 시대에도 비밀과외라는 단어가 있었다. 서민들은 마주칠 리 없는 1% 미만의 특권층은 알아서들 하고 있었다. 아니 굳이 과외선생을 돈 내고 데려다 놓지 않더라도 그 가족 집단 및 인적 네트워크 내에는 충분한 지적 자극 및 동기 부여를 제공할 수 있는 얼개가 있었다.
 
자산이 문화자산을 만들고 이 두 자산이 소위 말하는 인적자산, 즉 개인의 능력을 완성하는 전통적 구조다. 능력주의란 이처럼 자산에 종속적이지만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근래 한국의 수시 입시란 그 총동원과 같은 일이었다. 결국은 부모가 지닌 문화자산의 위력을 긁어모아 발휘하는 것이 입시가 되니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배우고 싶다는 욕구는 억누르기 힘들고, 사회 계층의 어디에 있든 배운 만큼 깨어날 수 있다. 디지털은 그런 면에서 가장 가성비가 뛰어난 도구다. 디지털은 생애 학습, 학교에 다녀야 할 때와 장소를 놓친 이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그야말로 스마트하게 다시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고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나눠서 타인에게 스승이 되는 경험을 주는 플랫폼도 있다.
 
연결만 된다면 공평하게 배움을 얻을 기회가 있고 희망이 싹튼다. 작년 미국에서는 집에 인터넷이 없어 동네 마트 앞에 쭈그리고 앉아 공부하던 학생의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미국 통신사 티모바일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 가정에 무료 인터넷 핫스팟을 제공해 주는 프로젝트 텐밀리언을 시작했다.
 
교육 복지의 힌트는 여전히 디지털에 있다. 만약 디지털을 금지할 수 없다면, 교육격차를 해소해줄 방편으로 삼을 궁리를 할 때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 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김국현 IT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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