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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합병서 빠진 ‘셀트리온스킨큐어’, 사업회사 합병도 못 들어간다

셀트리온그룹 사업회사, ‘종전 지주회사’ 요건 유지하려면 자회사‧손자회사만 합쳐야
홀로 남은 스킨큐어, 당분간 영업적자 속 독자운영 불가피

 
 
인천 연수구 셀트리온 1공장 모습. [사진 셀트리온]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셀트리온스킨큐어를 합쳐 통합지주사를 만든 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을 합친다는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통합지주사 출범을 위한 시도가 셀트리온스킨큐어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과다 행사로 불발됐다.  
 
지주사 합병에 한차례 고배를 마신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만을 합치는 방안을 빠르게 다시 추진한다. 지주사 합병이 연내 마무리되면 강화된 공정거래법상 지주사행위제한 요건을 충족시킬 필요가 없다. 다만 합병에서 제외된 셀트리온스킨큐어의 계열사 편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적용 전 막차 가까스로 탑승할 듯

셀트리온이 추진했던 지주회사 합병은 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전초전이었다. 본 게임은 그룹의 상장 사업회사 3사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이다. 애초에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출범부터가 사업회사 3사의 합병을 위한 것이었다.
 
지주사 합병만 놓고 보면 셀트리온스킨큐어 제외의 영향은 크지 않다. 새로운 합병안은 두 회사의 최대주주인 서정진 명예회장에겐 종전안 대비 다소 불리하다. 서 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평가액이 셀트리온홀딩스보단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첫 합병안에서 보통주 기준 1:0.516 수준이었던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합병비율은 새로운 안에서 1:0.492 수준으로 바뀌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를 제외한 새로운 지주사 합병안이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서 명예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95.51%)와 셀트리온헬스케어(100%) 지분을 대부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룹은 기필코 지주사 합병을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올해 안에 지주사를 설립해야 강화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말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상장 자회사의 지분 30%를 보유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종전 대비 10%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다만 부칙을 통해 ‘기존 지주회사의 경우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명시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지분 20.02%를 가지고 있으며,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24.3%를 가지고 있다.
 
이는 첫 번째 합병안을 포기한 셀트리온그룹이 빠르게 셀트리온스킨큐어를 제외한 합병안을 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15일 셀트리온스킨큐어를 제외한 지주사합병 계획을 내놨는데, 다시 주주총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 주주총회는 당초안에서 합병기일이었던 다음 달 1일로 예정됐다. 새로운 합병안대로 합병이 진행되면 약 한 달이 늦어진 12월 3일 합병이 완료된다.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까지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막차’를 타는 셈이다. 만약 지주사 합병이 다시 한번 삐끗한다면 연내 합병이 물리적으로 어려워진다.
 
셀트리온 로고
당초 안에 비해 셀트리온홀딩스의 주식매수가격도 낮아졌다. 첫 안에서 2274만2931원이었던 셀트리온홀딩스의 주식매수 가격은 82% 수준인 1857만5951원이 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주식매수 가격도 낮아졌지만 서 명예회장이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큰 의미는 없다. 셀트리온그룹은 새로운 합병안에서 주식매수한도가액을 100억원으로 설정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 설정금액은 첫 합병안 추진 당시 셀트리온홀딩스의 주식매수청구권 수요를 확인하고 산정한 가격일 것”이라며 “주식매수 가격이 낮아진 상황에서 매수청구권 행사가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사업회사 포함도, 자회사 편입도 어려워진 스킨큐어

셀트리온이 가까스로 공정거래법 개정 전 지주회사 전환 막차에 탑승할 것으로 전망되며 남은 과제인 상장 사업회사 3사 합병도 추진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자회사‧손자회사간 합병에도 ‘종전 지주회사’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부칙에 따라 ‘종전지주회사’의 자회사, 손자회사간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종전의 지분율(상장사 기준 20%)만 보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주사 합병에서 제외, 혼자 남겨진 ‘셀트리온스킨큐어’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서정진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이 81%가량의 지분을 가진 회사로, 통합 설립되는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사업회사에도 합병될 수 없다. 만약 사업회사 합병에 셀트리온스킨큐어를 포함시키면, 통합지주사는 통합사업회사의 지분 30%를 보유해야 한다. 셀트리온그룹 입장에선 수조원이 추가로 필요해진다. 
 
독자 생존이 불가피해진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지속적인 영업적자를 겪고 있다. 셀트리온스킨큐어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 회계감사인으로부터 지속된 영업손실 등을 이유로 계속기업불확실성을 지적받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73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가진 현금은 108억원 수준으로, 조만간 현금 마련이 필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지주사가 셀트리온스킨큐어의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통합지주사는 개정된 비상장 자회사 지분보유 요건에 맞춰 50%를 보유해야 하는데, 셀트리온스킨큐어의 덩치가 커 그럴만한 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또 이 경우 셀트리온스킨큐어는 보유한 셀트리온(2.12%)과 셀트리온헬스케어(1.39%)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결국 업계에선 셀트리온스킨큐어가 당분간 ‘독자노선’을 걸을 것으로 본다. 셀트리온스킨큐어가 서 명예회장과 셀트리온홀딩스 등 특수관계자에 대여해준 1272억원이 당분간의 운영자금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보유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가치도 1조원에 달한다.
 
장기적으로 통합사업회사를 통해 셀트리온스킨큐어를 손자회사로 편입할 가능성도 있다. 서 명예회장이 가진 셀트리온스킨큐어 지분을 통합사업회사에 매각하면 된다. 다만 이 경우 통합사업회사 주주들과 스킨케어 주주들의 반발이 나올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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