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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팔던 하림, ‘라면 시장’ 출사표…김홍국의 ‘프리미엄’ 자신감

하림의 첫 라면 ‘The미식 장인라면’, 반응은?
육류, 채소류 등 자연재료 20시간 끓인 국물
가격은 2200원으로 일반 라면보다 3배 비싸
들쑥날쑥 닭고기 가격에…안정적 수익 더해

 
 
하림이 처음 출시한 라면 'The미식 장인라면' 광고 화면. [사진 하림]
하림이 라면시장에 진출했다. 닭 라면도 아닌 고가의 프리미엄 라면 시장이다. 지난 14일 하림은 5년간 개발한 ‘The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하며 내년도 라면 목표 매출액을 700억원으로 잡았다. 라면을 개발과 함께 하림은 닭고기 식품 전문기업을 넘어 종합 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전략은 ‘프리미엄’ 이다. 하림은 라면에 사골,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재료와 버섯, 양파, 마늘 등 채소들을 넣고 20시간 끓인 국물의 맛을 담은 액상스프를 넣었다. 물이 끓는 과정 중 훼손할 수 있는 스프의 맛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라면에서 사용하는 분말 형태가 아닌 액상 형태로 기획됐다. 면 역시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린 건면이다.
 
하림만의 신선식품 가공 기술도 활용했다. 하림은 라면 스프에 들어가는 소, 오리 등의 고기를 자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육류 처리 기술로 가공한다. 특히 스프에 들어가는 닭고기는 하림 육가공 공장에서 아침에 도축한 닭을 당일에 바로 라면 스프로 만들어 식재료의 신선함을 최대화했다.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하림은 지난 15일 신제품 모델로 배우 이정재를 발탁했다. 제품 출시를 알리는 기자간담회에는 요리복 복장을 한 김홍국 하림 회장이 등장해 직접 라면을 끓이며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라면을 끓이며 “인공조미료가 들어있는 라면이 아닌, 순수한 자연재료가 담긴 진짜 국물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 이정재가 등장하는 라면 광고 영상에서도 ‘스프를 국물이라고 부르겠습니다’를 내세울 만큼 하림은 자연재료 국물 맛을 적극 알리고 있다.    
 
지난 14일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라면을 끓여 제품을 소개하는 김홍국 하림 회장 모습. [사진 하림]

기존 프리미엄 라면, 신라면블랙 보다 800원 비싼 가격  

하림의 첫 라면 제품 출시에 대해 업계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긍정적인 반응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내식 비중이 높아진 현시점이 고급화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시선과 ‘프리미엄화를 통해 기존 라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과 차별화를 잘 꾀했다’는 평가다.  
 
부정적인 시선으로는 ‘일반 라면보다 3배가량 비싼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살 소비자가 많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하림이 내놓은 The미식장인라면은 봉지라면 한 개당 2200원이다. 일반 라면이 650~750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비싸다. 특히 이전에 출시한 프리미엄 라면과 비교해도 비싸다. 농심의 프리미엄 라면 제품인 신라면블랙의 경우 1350~1400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식품보다 유독 소비자들이 가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이 바로 라면”이라며 “신라면블랙의 첫 등장에도 거부감을 드러내던 소비자가 많았는데, 이보다 더 비싼 라면이 소비자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높은 가격 책정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자연재료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또 액상스프 재료 외에도 면 반죽을 할 때 닭 육수를 넣고, 야채 스프는 다른 일반 라면보다 1.5배 더 많이 넣는 등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후발주자로 뛰어들기에는 기존 라면시장이 견고하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라면시장은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이 수십 년 된 역사를 지키며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까지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물라면 외에 요리용 라면, 볶음면, 짜장라면 등 개발  

하림이 출시한 The미식 장인라면은 담백한 맛과 얼큰한 맛 등 두 가지다. [사진 하림]
하지만 하림의 라면시장 진출은 더욱 확장할 모양새다. 하림은 5200억원을 투자해서 전라북도 익산에 가정간편식 생산공장을 마련했다. 하림은 이 공장을 주축으로 삼고, 첫 라면제품은The미식장인라면을 잇는 신제품을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The미식장인라면은 ‘담백한 맛’과 ‘얼큰한 맛’ 등 두 가지 맛의 봉지라면 형태로만 공식 출시됐다. 컵라면 제품은 몇몇 편의점에는 입점해 판매 중이나 아직 소비자 선호도를 지켜보는 단계로 공식 출시는 하지 않았다. 하림 관계자는 “컵라면에도 봉지라면과 같은 액상스프가 들어간다”며 “컵라면 소비가 많이 이뤄지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테스트 판매 중이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The미식장인라면의 컵라면은 2800원이다.      
 
또 하림은 앞으로 ‘원물 건더기가 풍부한 레트로 요리형 라면’을 출시 준비 중이다. 하림 관계자는 “일반 인스턴트 라면과 달리 끓이면 탱탱한 식감의 원물 건더기를 맛볼 수 있는 요리형태의 라면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볶음라면, 짜장라면 등 국물라면 외에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림은 가정간편식 시장에 뛰어들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다질 전망이다. 하림 실적을 대부분 차지하는 닭고기 시장은 닭고기 공급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한 영향을 받는 시장으로 하림 역시 상황에 따라 매출액이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축산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자료에 따르면 육계생계 유통가는 ㎏당 1월에는 1892원이었다가 6월에는 1049원으로 떨어지더니 또 9월에는 1225원으로 소폭 오르는 등 매달 닭고기 가격이 오르고 내린다. 이 때문에 하림은 새로운 먹거리로 외부 상황으로 매출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가정간편식 제품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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