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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글로벌 소비재, 게임 등 소비 가치주가 유망 [이종우 증시 맥짚기]

현재 성장주는 경기 사이클 영향받아 종목 고르기 어려워
경기 확장 끝나갈 때는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상승여력 커

 
 
그동안 성장주에 밀렸던 국내 가치주가 최근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과 미국시장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미국증시가 크게 오르면 국내 증시도 1% 정도 상승하지만, 미국시장이 소폭 상승에 그치면 우리 시장은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두 시장이 다른 모습이 된 건 시장을 구성하는 핵심 종목이 달라서다. 미국 증시에는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이들은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전체 지수가 상승한다. 우리나라도 네이버, 카카오와 2차 전지, 바이오 기업 등이 있지만,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구체적인 성과 면에서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성장을 찾기 힘든 시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발생 직후 각종 정책에 힘입어 높아졌던 성장률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약해지기 시작해 이제는 평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성장을 찾기 힘들어질수록 시장은 강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도 성장 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코로나 19 관련 산업이 높은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비대면 활성화로 인터넷과 전자 상거래, 바이오, 게임 등이 주목을 받았던 게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이 업종의 상당수가 자기 실력보다 특수의 영향을 봤다는 사실이다. 자체 동력이 약해 질병의 영향력이 줄고, 주가가 올라간 후에 더는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로 변했다.  
 

국내 성장주는 미국보다 불리한 상태

2000년 IT 버블이 터지기 직전 몇 개월도 지금과 비슷한 형태였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20% 넘게 오르는 동안 코스피는 뒤로 후퇴했는데, 당시에는 코스닥이 빈 곳을 메웠다. 지금은 과거와 구도가 다르다. 미국에서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세계적인 지배력과 수익력 검증이 끝난 기업들이다. 
 
코스닥은 정반대다. 아직 기업이 일천해 경쟁력 비교가 어렵다. 지금은 코스닥보다 업종 대표주가 빈 곳을 메우는 게 맞는 상태인데, 국내시장에서는 이들을 성장보다 가치가 좋은 주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국내 시장은 성장이 드문 상태로 바뀌었다. 코로나 19가 발생하고 일시적으로 상황이 역전돼 성장이 흔해졌지만 이제 다시 과거 형태로 돌아갔다. 이런 변화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주가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가가 강세일 때와 약세일 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식이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가치주와 성장주다. 강세장에서는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잘 올라간다. 반대로 약세장일 때에는 가치주가 강해진다. 지금 미국이 그런 경우다. 주가가 오르면서 애플, 구글 등 성장주를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국내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진정한 성장주를 찾기 힘든 상태다. 2018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 코스피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지만, 기업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도 성장주 대두를 가로막은 요인이 됐다. 성장산업이라도 수출 관련 기업의 비중이 높다. 이들의 성장성은 자체적인 능력보다 글로벌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성장주는 지속적인 성장형보다 순환형 성장주에 가깝다. 경기가 좋으면 성장주가 됐다가 경기가 나빠지면 성장주에서 탈락하는 형태다. 기업의 성격이 경기에 의존하다 보니 지금처럼 성장이 둔화되는 시기에는 다수의 탈락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시장도 지난 10년간 성장으로만 일관해 오지 않았다. 처음에 성장주로 시작해 중간에 가치주 우세로 바뀌었다가 다시 성장주로 모이기를 반복하고 있다. 주가가 오를수록 미래에 대한 얘기를 만들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이 집중되는데 지금 미국 시장이 그 단계에 들어섰다. 다른 측면에서는 이 사실이 미국시장의 약점이 될 수 있다. 성장주가 꺾일 경우 시장 전체의 상승이 끝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은 세계 최고의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주가도 그만큼 비싸다. 주식시장에서 상승이 막바지에 도달하면 핵심주에 대한 의존도가 강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정책 변화도 한국과 미국의 성장주를 가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성장주는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기업이 본궤도에 진입하지 않아 비용 증가를 견디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부터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을 시행하기로 했다. 금리 인상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이미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11월 중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예정이다.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 성장주의 기반이 더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가치주 중심의 방어적 투자가 필요  

다행히 그동안 성장주보다 일방적으로 밀렸던 국내 가치주가 최근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2018년 이후 3년 만에 반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8년 바이오, 2019년 2차 전지, 2020년 인터넷, 게임, 바이오 등 성장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움직여왔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성장주에 대한 가치주의 상대적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몇 년간 시장이 성장주를 중심으로 움직인 영향으로 성장주와 가치주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이를 수정하는 작업 역시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투자는 소비 관련 가치주를 중심으로 했으면 한다. 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조만간 정상화된 환경에서 경제활동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만큼 소비가 중요해졌는데, 정상적인 상황에서 어느 정도 수요가 있는지 확인해야만 생산 활동이 정상적으로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 활동이 정상화를 되찾으면 IT, 자동차 같은 글로벌 소비재와 게임, 콘텐트, 여행·레저 같은 국내 소비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대형 가치주보다 중소형 가치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기 확장이 끝날 때는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강해진다. 투자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등 시장의 힘이 약해지기 때문인데, 이번은 경기 둔화의 영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작년에 갑자기 큰 폭의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주가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가치주는 회사의 역사가 오래되고 일정 규모의 이익을 내는 종목들이다. 의류, 음식료, 화장품 등 여러 전통기업이 그 부류에 속해있다. 익히 들어온 기업인 만큼 투자 종목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해당 업종 중에서 코스피보다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피해야 한다. 가치주는 성장주처럼 미래에 이익이 급증할 가능성이 없다. 주가가 일정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므로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더 상승하기 힘들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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