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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카드사, 종합 페이사업자로 발전시킨다”…채찍 전 당근?

수수료 추가 인하 두고 ‘당국vs업계’ 갈등…‘신사업’으로 달래기 나서나

 
 
 
 
 
고승범 금융위원장.[사진 연합뉴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카드사들의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허용 등 부수·겸영 업무를 확대해 ‘종합 페이먼트 사업자’로의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카드업계 내부에선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카드업계 신사업 진출의 활로가 열릴 수 있다는 점에선 반가운 일이지만, 고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결국 금융당국이 이달 말 예정된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확정짓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특히 카드업계는 “정부의 잇따른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해 카드사가 본업인 수수료에서 매년 적자를 보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연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고,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측도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카드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는 등 최악의 경우엔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달 결정될 카드 수수료 인하 여부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승범 “여전업계에 적극 지원할 것…카드 수수료는 연내 확정”

 
고 위원장은 지난 17일 신한카드·삼성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비씨카드·현대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 CEO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회동은 고 위원장 취임 후 첫 여전업계 CEO들과의 만남이라는 점과 이달 말 금융 당국의 카드 수수료 재산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이날 고 위원장은 여전업계 발전 방안을 직접 언급했다. 먼저 그는 “디지털 전환 시대와 금융·비금융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복합시대에 금융산업도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어 여전업의 미래와 경쟁력 확보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카드사가 종합 페이먼트(Payment) 사업자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시 도입되는 마이페이먼트를 카드사에 허용하고, 기존의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빅데이터 분석 등에 더해 카드사의 데이터 관련 부수·겸영 업무를 확대하겠다는 게 고 위원장의 구상이다.
 
캐피털사의 업무 영역 확장도 약속했다. 고 위원장은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캐피털사가 ‘끼워팔기’ 우려 등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보험대리점 업무’ 진출을 허용하는 것을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고 위원장은 “카드와 캐피탈사가 생활밀착형 금융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며 “마이페이먼트와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금융 수요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여전업계 CEO들은 규제완화와 적격비용 재산정에 대한 개정 등 법리검토에 대해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고 위원장은 CEO들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여전업계CEO들이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에 대해 ‘재산정 기간을 늘리는 것이 어떠냐’는 등 여러 의견을 주셨다”며 “법에 나와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쉽게 바꾸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카드사를 비롯한 가맹점과 소비자 등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맹점 수수료 문제에 대해선 “앞으로 여러 의견을 들으며 조율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오늘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으며 세부적인 부분은 계속 협의해 연말까지는 확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업계 “수수료 인하 전 당근 주는 격”…노조 “최악시 총파업”

 
이에 대해 업계 안팎에선 “금융당국이 이달 말 카드 수수료 인하를 발표할 것이 유력하며, 발표에 앞서 사전적으로 업계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부에선 이미 몇 달 전부터 ‘연말 카드 수수료 인하는 사실상 확정’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며 “이에 대해 카드사노조협의회와 업계의 반발이 거세니 금융당국에서 당근을 꺼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사업 진출의 문이 열린 것이기 때문에 업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업계서도 금융당국이 제시한 방안이 얼마만큼의 이득을 가져다 줄 지 득실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노조협의회 측은 “‘본업 축소’와 ‘신사업 진출’은 근본적으로 결이 다르다”라는 입장이다. 고 위원장이 제시한 신사업 진출 관련 건은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본업이 쪼그라들면서 카드사 영업점의 40%가량이 사라졌고 10만명에 육박하던 카드모집인은 현재 8500여 명으로 줄었다는 게 노조협의회 측 주장이다.
 
정종우 카드사노조협의회 의장은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가 이어지니, 현재 카드업계는 장기카드대출이나 오토금융 등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게 되면서 저축은행·캐피탈업계와 파이를 나눌 수밖에 없게 됐다”며 “본업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처럼 금융생태계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장은 “금융당국은 법적으로 3년에 1번씩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카드 수수료 조정을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카드 수수료는 정치권의 주도로 지난 12년간 13번 내렸다”며 “노조협의회가 금융당국에 건의한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또다시 일방적으로 카드수수료 인하를 대폭 강행할 경우엔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협의회는 지난 17일 금융위원회와 면담을 갖고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 중단을 건의했다. 이날 노조협의회는 “적격비용 재산정제도 도입의 취지가 충분히 달성됐으며, 이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상황이니 즉각 폐지해야 한다”며 “자영업자와 카드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카드수수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바 있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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