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매를 앞둔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부품이나 기능을 뺀 차량이 인도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옵션을 뺀 만큼 가격을 인하하고, 이후 업데이트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자동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일부 편의기능을 빼고 차량을 판매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된 건 테슬라다. 전기차 전문지인 일렉트렉(electrek)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일부 부품이 없는 일부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C타입 USB 포트가 없는 '모델 3'과 '모델 Y' 차량을 받았다는 테슬라 구매자들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사실을 통보받은 구매자도 있지만, 사전 통지 없이 불완전한 차량을 인도받은 고객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렉트렉은 "(C타입 USB 포트가 미장착된 이유는) 아마도 반도체 부족 사태 때문인 것 같다"며 "테슬라는 다음 달쯤 부품이 확보되면 추후 USB 포트를 장착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테슬라 뿐만 아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공급난 속에서도 차량을 좀 더 빨리 인도하기 위해 옵션을 빼는 것을 택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반도체 부족 사태의 여파로 쉐보레 콜로라도, 블레이저 등 주요 모델에서 열선 시트 기능을 제거하고 차량을 출시하기로 했다고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 등은 전했다. 열선 시트는 가장 인기 있는 옵션 중 하나로 GM 측은 해당 차량 구매 고객에게 대신 150∼500달러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보통신(IT) 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독일 BMW도 터치스크린을 제외하는 대신 고객에게 일부 금액을 보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비자들 입장에선 아쉬움이 앞선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 자동차일수록 풀옵션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만큼 옵션이 빠지면 차라리 구매를 늦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편의 기능들 때문에 고급차를 사고 싶었던 건데, 빠지면 차량 선택에 고민이 많아질 것 같다", "(자동차 구매가) 급하지 않으면 순번이 뒤로 가더라도 다시 옵션이 추가됐을 때 구매하는 게 좋아보인다"는 등의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옵션을 빼는 건)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는 측면이 있어서 업계에선 고민이 될 것"이라면서도 "현재 반도체 수급난으로 차량 인도 자체가 늦어지면서 전시 차량도 빼서 받고 싶다고 하는 상황이라 옵션 선택에 연연하는 고객들은 생각보다 적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이슈는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단, 공급난으로 인한 피해는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스티븐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최근 열린 'GM 미래 성장 미디어 간담회'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대해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올해 여러 자동차 생산 조합장이 많은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급 문제로 영향을 받을 순 있으나 낙관적인 조짐이 보이고 있어 안정화될 일만 남았다"고 전망키도 했다. 
 
전문가들 또한 고비는 넘겼으나 반도체 수급난은 내년까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차량 반도체 수급난 현황 진단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은 내년 상반기에서 더 오래되면 내후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자동차연구원은 “관련 업계는 반도체 공급난의 심각성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의 역량을 바탕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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