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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넘어 신기술 생태계 장악…엔비디아·퀄컴 '팹리스의 반란'

엔비디아, TSMC 제치고 세계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1위 기록
퀄컴, 애플 물량 축소 이후 매출 상승…스웨덴 베오니어 인수 자율주행 시장 진출

 
 
11월 9일 열린 엔비디아 'GTC'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옴니버스 아바타. [중앙포토]
미국 반도체 대장 주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개월 동안 48% 급등했고 퀄컴 주가는 40% 치솟았다. 3분기 호실적뿐 아니라 사업다각화를 통한 미래 성장성이 뒷받침됐다. 여기에 메타버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 시장이 커질수록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 팹리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에 반도체 설계를 전담으로 해주던 이들이 메타버스,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반도체를 넘어 소프트웨어까지 주무르는 미래 사업 생태계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달 대만 TSMC를 제치고 세계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엔비디아는 반도체 회사를 뛰어넘어 ‘종합 컴퓨팅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주요 수익원인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이 아니라 플랫폼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3분기 실적이 이 같은 포부를 뒷받침하자 시가총액은 19일(현지시각) 8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1조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엔비디아는 3분기에 매출액 71억달러(약 8조3900억원), 순이익 24억6000만 달러(약 2조9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특히 전 분기 대비 자동차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동시에 복수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GPU는 당초 비디오 게임의 그래픽 출력 장치로 주로 쓰였지만 이런 연산 특성 때문에 인공지능(AI) 연산, 가상화폐 채굴,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등으로 응용처가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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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실적 상승을 견인한 건 게임과 데이터센터 시장이었다. 그래픽카드 수요가 증가한 게이밍(Gaming) 부문에서 32억2000만 달러를 거둬들이며 지난해 동기 대비 42% 매출이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수요는 더 중요해졌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자 3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29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55% 늘었다. VR, AR, 인공지능 등의 응용처를 두고 있는 시각화사업부(프로페셔널 비주얼라이제이션)는 매출이 5억8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대비 144% 성장하며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엔비디아는 AI 및 메타버스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했다. 엔비디아는 11월 9~11일 진행한 GTC 행사에서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술들을 공개했다. 특히 이날 ‘옴니버스 아바타’라는 가상현실 플랫폼과 기업용 메타버스 플랫폼은 ‘옴니버스 엔터프라이즈’가 주목받았다. 로봇 개발 플랫폼 아이작을 공개하며 “아이작 생태계에 700개가 넘는 파트너사 존재하고 4년간 5배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차량용 플랫폼 ‘하이페리온 8’, 양자컴퓨팅과 물류 산업용 SDK, 기후 예측 및 시뮬레이션을 위한 지구 디지털 트윈 E-2(어스 2) 구축 계획 등도 잇따라 발표했다. 
 
엔비디아가 자사를 단순한 GPU회사가 아닌 종합 컴퓨팅회사라 정의한 이유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AI 및 메타버스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했다”며 “이를 통한 하드웨어 락인 효과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며 주가에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단순 반도체 기업을 넘어 미래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되는 프리미엄을 부여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퀄컴은 결별 후에도 반도체 영업이익이 2024년까지 최소 12%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로이터=연합뉴스]

퀄컴, 애플과의 결별? '오히려 좋아'

스마트폰의 두뇌인 AP 시장을 독점하며 반도체 설계 최강자로 군림해온 퀄컴 역시 사업 다각화와 공급망 다변화를 무기 삼아 성장하고 있다. 올 3분기(7~9월) 퀄컴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93억3600만 달러(약 11조800억원)를 기록했다. 그중 칩 설계 매출은 1년 전보다 56% 늘어난 77억3300만 달러였고, 스마트폰 AP 관련 매출도 56% 증가했다. 퀄컴의 주요 매출처던 애플이 아이폰 AP 자체설계에 나서자 퀄컴도 흔들릴 것이란 업계의 우려가 있었지만, 퀄컴은 이를 자신감 있게 받아쳤다.  
 
아카시팔키왈라 퀄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6일 “아이폰에 대한 칩 공급 비율이 2023년 20%에서 2024년에는 한 자릿수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의 결별에도 퀄컴은 오히려 회사 전체의 반도체 영업이익이 2024년까지 최소 1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 VR, 사물인터넷(IoT)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퀄컴은 최근 스웨덴 자동차 기술 회사인 베오니어를 45억 달러(약 5조3000억 원)에 인수하며 자율주행 칩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BMW의 차세대 자율주행차에 칩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퀄컴은 연 매출 기준으로 올해 10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이 BMW와의 파트너십 등에 힘입어 5년 뒤 35억 달러, 10년 뒤 8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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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 역시 “우리는 이제 단일 시장 또는 단일 고객과의 관계로 정의되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퀄컴의 매출 구조를 보면 반도체 전체(270억 달러) 중 3분의 1이 스마트폰 칩 매출을 제외한 자율주행·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 등 다른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퀄컴이 메타(페이스북)의 VR 하드웨어인 ‘오큘러스’에 칩을 납품하고 있어 앞으로 VR·증강현실(AR) 등에서도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아몬 CEO는 “퀄컴은 모든 것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역사상 가장 큰 기회 중 시작점에 있다”고 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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