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왜 메타가 되었나…페이스북의 초초함 대변하는 선언
GAFAM 플랫폼…생산 기술과 생산방식 그리고 생산공간 제공이 힘
페이스북 기반 기술 소유하지 못한 것이 약점…해결책으로 메타버스 내놔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되려면 자격이 하나 있다. 중국이나 한국에도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는 기업들은 있지만, 자격이 떨어진다. 아무리 자국 플랫폼에 의해 소비와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이 지배되고 있더라도 그 산업이 그들의 디지털 기술과 자재와 도구에 의존하고 있지 않아서다.
GAFAM(Google·Apple·Facebook·Amazon·Microsoft) 5개 기업이 쏟아내고 있는 생산 기술은 그 기업들의 가공할 생산성을 모방할 수 있는 생산방식과 생산수단, 그리고 생산공간을 제공한다.
모든 기업은 새로운 혁신을 꾀하고자 할 때 그들의 기술을 공부한다. 심지어 네이버나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네이버의 기술 블로그에는 어떻게 구글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혁신을 이뤄내고 있는지를 태연하고 담담하게 자랑한다. 그렇게 첨단 기업들조차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생산 기술, 여기에 바로 빅테크 플랫폼의 본질이 있다.
그 기술들이란 각각의 성공에 수여된 상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구글은 세상의 모든 웹페이지를 정리함으로써 웹을 재정의했다. 그들의 브라우저는 오늘날 웹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를 결정하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크롬은 아예 운영체제가 되어 윈도와 경합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을 열면서 ‘앱’이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웹의 대안으로서 앱이란 어떠해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해 집요한 고집을 부릴 수 있다. 크롬의 경쟁 기술 웹킷도 리드하고 있기에 웹과 앱의 경계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시장을 사실상 만들어냄으로써 무엇이 클라우드의 표준인지를 정립해 갈 힘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로부터 이어져 온 응용프로그램, 그러니까 앱 이외의 애플리케이션의 역사 그 자체다. 그 역사는 이제 클라우드로 뻗어나가 아마존 및 구글과 경쟁 중이다. 이렇게 이들은 모두 서로 견제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천하를 나누고 있다.
타인의 기술을 공부하는 일이란 그들에게 내 인생의 시간을 나눠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그 기술과 일체가 된 순간 일종의 운명 공동체가 되어 더할 나위 없는 우군이 된다. 한때는 IBM의 기술이나 오라클의 기술이 그러한 역할을 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기술에는 높은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생산하는 이의 마음에 대한 가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장의 수익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GAFAM이 오픈소스로 기술을 공개하는 이유는 자신의 기술을 공부해 주는 것, 그렇게 의존해 주는 것, 그렇게 한 몸이 되는 것이 지닌 가치를 알고 있어서다.
메타 선언…새로운 판 만들고 싶다는 초조함 보여줘
그러나 페이스북에게는 웹의 구글, 앱의 애플, 클라우드의 아마존, 응용프로그램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기술적 상징이 없다. 그들의 기술적 공헌에 페이스북은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아무리 리액트를 잘 만들어도 애플이 선도해온 웹킷과 구글이 거의 다 만들고 있는 크로미움처럼 웹브라우저 기반 기술을 소유하지 못한 페이스북은 영향력의 한계를 여실히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서서히 브라우저를 업그레이드해 가며 웹 표준인 웹 컴포넌·트 기반으로 경쟁작을 만들어 가고 있는 구글의 그림자는 점점 더 짙어진다. 시간은 이처럼 기술적 상징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의 편이다.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왓츠앱도 대성공했으니 SNS를 장악하지 않았느냐고 자위할 수는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은 의존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생산이 의존하고 있지는 않았다. 사람의 마음이란 변덕스럽고 그렇기에 휘발성이 강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 철의 유행처럼 스러져 버릴 수 있다. 그렇게 불철주야 의존했던 나날도 잊고 싶은 과거와 함께 털어 버리기도 한다. 우리가 프리챌도 버디버디도 싸이월드도 순식간에 사라져 갔음을 알고 있듯이, 페이스북도 그러한 전례에 대해 신경질적이다. 생산에 의존하지 않는 플랫폼의 허망함을 알고 있기에, 그렇게도 기술적 리더쉽을 잡기 위해 열중해 왔다. 플랫폼 기업의 존속 가능성은 그 기술에 있었다.
메타. 새로운 판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페이스북의 초조함이 드러나는 단어다. 혹자는 최근 정치적 구설수와 스캔들에 휘청거리는 페이스북에 바지사장을 앉히기 위한 전략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주장처럼 이미 6개월 전부터 계획된 브랜드 쇄신일 것이다.
그들은 타자의 앱과 웹 플랫폼 위에서 사업하는 일의 리스크와 덧없음을 규모가 커질수록 처절히 느껴왔다. 애플의 iOS 업그레이드로 자신들의 광고 비즈니스가 직격탄을 맞는 식이다. 페이스북이 그간 리브라 암호화폐로 블록체인을 기웃거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의 하드웨어를 내놓는 등 실험을 지속해 온 건 타자에 의존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타자를 의존하게 만들고 싶어서다.
웹도 앱도 아닌 제3의 초월적(메타적) 생산공간, 생산 도구, 생산 자재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 그들은 그곳에 군림할 수 있다. 구글이 아마존이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과연 그들이 말하는 메타버스라는 왕국을 그들은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그곳이 미래가 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구글은 웹을 발명하지 않았고, 애플은 수많은 PDA와 스마트폰의 무덤 위에서 아이폰을 발표했으며, 아마존 이전에도 서버와 네트워크 컴퓨터는 늘 있었다. 다 때가 있는 법, 아직 그 미래는 시작되지도 않았고 그 미래가 정말 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메타의 호들갑에 비해 다른 플랫폼 패권자들은 메타버스라는 미래 선언에 조용하다. 그들 모두 자신의 왕국이 있고 시간은 그들의 편이라서다. 다만 앱과 웹과 클라우드에 왕국을 뺏겨 본 과거가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정도만이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트렌드를 기웃거려보는 정도다.
단 PC와 웹과 앱과 클라우드가 그랬듯 새로운 생산기술의 새로운 시대는 또 찾아올 터다. 그것이 메타버스일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새로운 시대가 열릴 때 준비된 기술을 들고 있던 이들이 지금의 빅테크들이다. 그 역사를 깨달아야 하는 것은 실은 페이스북뿐만이 아니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 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김국현 IT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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