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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법원 경매 관리·감독, "내 입찰 정보가 새고 있다"

응찰자 대부분 사건번호 적은 입찰봉투 밀봉 안해
일부 집행관, 사건번호 확인 후 옮겨 적기까지

 
 
서울지방법원 경매 입찰봉투 앞면. [김두현 기자]

서울지방법원 경매 입찰봉투 앞면. [김두현 기자]

법원 경매 입찰 접수가 허술하게 관리·운영되고 있다. 경매 참여자들이 제출하는 입찰봉투는 사건번호가 입찰 전까지 유출되지 않도록 밀봉해 접수 담당자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는데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일부 접수 담당 집행관들은 제출받은 입찰봉투의 사건번호를 일일이 확인한 후 별도의 종이에 표시하는 경우도 있어 특정인에게 경매 현황 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9일 부동산 경매업계에 따르면 법원 경매 입찰에 참여할 때 타인이 볼 수 없도록 입찰봉투에 사건번호를 적는 란이 뒷면 윗쪽으로 바뀌었지만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1월 24일 서울의 모 지방법원에서 오전 10시부터 경매 입찰이 이뤄지는 과정을 지켜본 결과 입찰자 대다수가 입찰봉투를 마감하지 않고 제출했다. 서류를 받은 집행관이 신청인을 대신해 스테이플러로 봉투를 닫아주는 모습이었다. 한 보조 집행관은 개찰 전 입찰봉투에 적힌 사건번호를 일일이 확인하고 다른 종이에 표시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봉투 앞면에는 '사건번호를 타인이 볼 수 없도록 접어서 스테이플러(찍개)로 봉하십시오'라는 주의사항 문구가 곳곳에 표기돼 있지만 이를 지키는 응찰자나 감시해야 하는 관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전 법원 경매 집행관은 "당초 2000년대 초반까지는 사건번호란이 봉투 앞면에 있었는데 정보 유출 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봉투가 접히는 뒷면 윗쪽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입찰 참여자들도 필수 사항이 아니라는 생각에 사건번호를 적은 봉투를 마감하지 않고 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매 응찰자들은 개찰 전까지 어떤 물건에 입찰할 것인지 법정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볼 수 없도록 스테이플러로 입찰봉투를 꼭 마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방법원 경매 입찰봉투 뒷면 접는 면에 자리한 사건번호란. [김두현 기자]

서울지방법원 경매 입찰봉투 뒷면 접는 면에 자리한 사건번호란. [김두현 기자]

서울지방법원 경매 입찰봉투를 닫은 모습. [김두현 기자]

서울지방법원 경매 입찰봉투를 닫은 모습. [김두현 기자]

 
경매업계 전문가들은 법원의 허술한 관리 감독으로 인해 입찰 정보에 대한 사전 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접수를 받는 담당자가 특정 입찰자에게 물건에 대한 응찰 현황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률이 낮을 경우 금액을 낮게 쓰거나, 반대로 입찰자가 많이 몰리면 금액을 높게 쓰는 방식으로 낙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경매업계 관계자는 "집행관의 역할은 입찰자 본인인지 위임장을 가진 대리인인지를 확인하는 것 "이라며 "집행관이 사건번호를 봐야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별도의 종이에 사건 번호를 보고 표기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계 변호사는 "집행관이 매수신청인이 제출한 서류의 사건번호를 확인하고 따로 가지고 있는 종이에 적는 것 자체를 범죄 행위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사건번호를 통해 입찰 참여 정보를 파악한 뒤 종이에 적으면서 개찰 전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해를 유발할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입찰 법정에서 집행관이 사건번호를 확인하고 다른 종이에 기록을 남긴 행위가 꼭 필요한 적법한 절차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서울의 다른 지방법원들에서도 집행관들의 이같은 절차가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문제가 있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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